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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프집에서 생맥주를 담아 파는 2000cc 피처 잔은 실제 1700cc 통이다. 1700cc 생맥주잔에 맥주를 가득 채워도 정확하게 1750cc만이 담길 뿐이다.
호프집에서 생맥주를 담아 파는 2000cc 피처 잔은 실제 1700cc 통이다. 1700cc 생맥주잔에 맥주를 가득 채워도 정확하게 1750cc만이 담길 뿐이다. ⓒ 황정필

대학새내기였던 나는 2012년 2학기 당시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의 필수 교양과목인 '시민교육'을 수강했다. 시민교육 수업에서는 시민으로써 현장 활동한 내용을 발표하는 것이 핵심과제였다. 우리 조원 4명은 음료수와 주류의 양에 대해 문제의식을 품고 이를 조사하게 되었다.

스프라이트를 비롯한 콜라, 망고 쥬스 등 15개의 캔음료와 써니텐 등 5개의 페트병음료의 양을 조사한 결과 제품에 표시된 수치와 실제 담긴 양이 정확히 일치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주류의 경우 병맥주와 소주는 표시된 분량과 다른 경우도 발견할 수 있었다.

가장 공을 많이 들인 작업은 호프집에서 제공하는 맥주 양을 실질적으로 살펴보는 것이었다. 우리 조가 조사한 학교 주변 호프집 대부분은 2000cc와 3000cc 생맥주를 각각 1700cc와 2700cc인 통에 담아 판매하고 있었다. 호프집 사장이 아무리 인심이 후하다 하더라고 피처통 자체가 1700cc, 2700cc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더 이상의 용량의 생맥주는 줄 수 없다고 했다.

우리 조는 이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12월초 소비자원, 동대문구청, 국세청, 서울시청사이트에 민원을 제기했었다.

그중 우리 조의 민원을 받아준 곳은 국세청과 서울시청이었다. 국세청에서는 병맥주와 병소주의 정확한 양을 담도록 각 회사들에게 연락을 취한다는 약속을 받았고, 서울시청은 생맥주를 담는 피처통 부피의 수량을 피처통 상단부에 기입하고 서울지역 호프집에 1700cc통이나 2700cc통에 들어가는 맥주를 2000cc와 3000cc라 속여 팔지 않도록 행정지도를 하겠다는 회신을 받았다.

 서울시가 호프집 생맥주잔 문제점에 대해 답변한 내용.
서울시가 호프집 생맥주잔 문제점에 대해 답변한 내용. ⓒ 서울시

이런 지적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지난 12월 30일 소비자원은 "호프집에서 마시는 생맥주의 양이 주문보다 최대 23% 적게 나온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에 대한 개선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강남역 등 서울 6개 지역 90개 맥줏집의 생맥주 실제 제공량을 측정해보니 주문량에 비해 실제로는 평균 13~23% 정도가 적게 제공됐다는 것이다. 실제 제공된 평균치를 보면 500㏄ 주문 시에는 435㏄, 2000㏄에는 1544㏄, 3,000㏄에는 2309㏄ 정도였다고 한다.

제공량이 주문량과 차이가 나는 이유는 업소에서 맥주를 적게 따르는 이유도 있었지만, 생맥주 용기 자체의 용량이 작기 때문이라고 했다. 소비자원이 생맥주 잔 용량을 측정해보니 500㏄는 일치했으나 2000㏄와 3000㏄라고 파는 '피처 잔'은 실제 1700㏄와 2700㏄밖에 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는 우리 조가 조사해서 민원을 제기한 내용과 거의 같은 내용이었다. 사실 생맥주 양에 대한 문제점은 예전부터 언급이 돼 왔다. 하지만 이제야 이 문제점을 고치려는 실질적인 노력이 진행된 것이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생맥주를 마셨지만 이 문제를 개선하지 못했다. '나 아니더라도 누군가 고치겠지' 하는 귀차니즘 때문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서울시청에 민원 글을 남겨 생맥주 양의 문제점을 고친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며 시간 또한 많이 소비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효과는 컸다. 호프집을 이용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적량의 생맥주를 제공받을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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