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임에도 불구하고 불평등한 법집행과 힘있고 가진 자들의 부정부패가 만연해 '부패 공화국'이란 자랑스럽지 못한 오명을 쓰고 있다. 오죽했으면 과거 '유전무죄 무전유죄'란 우스갯소리까지 회자됐을까. 이런 까닭에 국민들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부정부패 없는 투명 사회를 간절히 바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국제사회에서 평가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브랜드 가치는 미국이나 독일의 2/3 수준에 불과하다. 똑같은 물건이라도 우리나라 물건은 미국이나 독일 물건의 2/3 값밖에 안 된다는 뜻이다. 이처럼 대외 신인도가 낮은 까닭은 국가에 대한 홍보 부족때문이 아니라 우리 사회 내부의 부정부패가 심각하고 투명성이 낮기 때문이다.
국제투명성 기구에서 2012년 발표한 국가별 부패 인식지수(CPI)를 보면 우리나라는 10점 만점에 5.6점을 얻어 176개국 중 45위를 기록했다. 2008년 40위를 기록한 이후 4년 연속 추락하고 있다. OECD 34개국 중에서도 우리나라는 27위로 하위권이다. 이같은 부패 인식지수의 연 이은 하락과 정체는 MB 정부 들어 더욱 심화된 우리 사회의 권력부패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MB 정부 역시 출범과 함께 '도덕성과 청렴성'을 화두로 삼았다. 그러나 불행히도 친형을 비롯한 측근 비리, 고위공직자들의 권력형 비리, 그리고 하급 공무원들의 부정 비리 등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끊임없이 발생해 과거 정권들과 마찬가지로 부패공화국의 오명을 뒤집어 쓴 채 5년 임기를 마치게 됐다. 지구상에 이런 나라가 또 있을까 싶다. 때문에 청소년들 보기 민망하고 하늘을 쳐다보기조차 낯 뜨겁다.
이와 같은 어른들의 부도덕성과 반윤리적인 행태를 반영하듯 지난해 흥사단 투명사회운동본부 윤리연구센터에서 초·중·고생 6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10억이 생긴다면 잘못을 하고 1년 정도 감옥에 들어가도 괜찮다'는 항목에서 초등생 88점, 중학생 72점, 고등학생 56점으로 학년이 높을수록 점수가 현저히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결과는 우리 사회의 배금주의, 그리고 부정부패에 대한 엄정하지 못한 시스템과 가치를 극명하게 보여준 것이다. 따라서 이런 상황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희망보다는 절망이, 청렴공화국이나 투명 사회에 대한 기대 역시 여전히 '그림의 떡'일 뿐이다.
부정부패가 끊이지 않고 일어나는 까닭은 부정부패 사범을 너무 쉽게 용서하는 사회적 풍토에 기인한다. 그리고 역대 대통령들의 지나친 사면권 남용과 냄비 근성 국민들의 치매성 망각증이 부정부패 사범들에게 쉽게 면죄부를 주면서 부정부패를 알게 모르게 조장해 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B 정부는 임기가 채 1개월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관례라는 이유로, 대통령 고유 권한이란 구차한 명분으로 부정 비리 정치인과 경제인들에 대한 설날, 특별 사면을 감행하는 몽니를 부려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분노케 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더 이상 방법이 없다. 부정부패 사범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법에 따라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하고 대통령의 사면권도 철저히 제한해야 한다. 아울러 부패방지 기관을 독립시켜 투명사회에 반하는 부정부패에 대한 엄정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정직과 투명에 대한 교육과 캠페인을 초·중·고생은 물론 성인으로까지 확대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새로 출범하게 될 박근혜 정부는 지난 정권을 '반면교사'로 전직 대통령들의 친인척이나 가신들이 저지른 비리와 같은 추잡한 모습을 더는 보여주지 않길 바란다. 까닭은 5년마다 어김없이 되풀이 되는 최고 권력자 자신은 물론 측근들의 '쇠고랑 차는 모습'을 국민들은 더 이상 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