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녹색연합은 환경창안대회에서 선발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1월 7일∼12일 '청소년일본환경연수'를 진행했습니다. 오사카와 교토 등에서 대기, 하천, 자연에너지, 기후변화 등을 주제로 '뜨거워지는 지구를 살리는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연수에 참석한 청소년들이 <청소년이 바라본 일본의 환경현장>을 연재합니다. [편집자말] |
대전충남녹색연합과 한국가스공사 충청지역본부가 함께 진행한 '블루스카이 프로젝트(BlueSky Project)' 사업 중 하나였던 대전청소년환경대상. 기자는 청소년 환경정책창안대회였던 본 대회에서 수상하여 5박 6일간의 일본 환경연수를 다녀왔다.
5박6일간의 환경연수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본 기사에서는 한국의 4대강과 맞물려 우리나라에도 많이 알려진 오사카의 대표하천, 요도가와 탐방기를 소개해보려 한다.
오사카부를 가로지르는 요도가와를 찾아서
연수 2일차, 아직도 일본에 적응이 덜된 연수단원들이 요도가와(Yodogawa) 하천을 찾았다. 요도가와(淀川)는 일본 간사이(關西)지방을 흐르는 일본의 주요 하천중 하나이다. 간사이지방 북부에 위치한 시가현의 비와호에서 시작하여 오사카부를 관통해 오사카만으로 흘러든다. 유역면적 약 8200㎢에 길이만 75km에 육박하는 매우 큰 강으로, "한국에서 경기권은 한강, 충청권은 금강" 하듯이 간사이지방과 오사카 지방의 상징적 하천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하천이 우리 연수단원에게 의미가 있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임기를 1개월도 채 남기지 않은 현 정부의 역점사업,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논하는 자리에 자주 오르내리는 하천이기 때문이다. 현 정부가 4대강 사업의 모범사례로 바로 이 요도가와 하천을 제시하곤 하는데, 요도가와 하천은 일본 근세 말부터 근대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많은 하천정비를 실시했다. 그 결과가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알려졌)기에 4대강 사업의 근거로 내세워진다.
일본은 어떻게 했기에, 우리나라에서는 이토록 반대에 부딪히는 하천정비를 성공한 것일까. 막연한 생각을 품고 요도가와 하천사무소로 향했다. 사무소로 향하는 버스 차창 밖으로 요도가와 하천이 보였다.
4대강 사업 모범사례가 요도가와 하천? 과연 진실은...버스를 타고 요도가와 천변을 달려 일본 국토해양성 소속 요도가와(Yodogawa) 하천사무소에 도착했다. 오사카 시민들에게도 수없이 많은 정비공사로 유명한 요도가와 하천이기에 일본 중앙정부는 하천관리사무소 일부를 전시관으로 운영하여, 요도가와의 생태와 각종 정비공사 과정에 관한 정보를 시민들에게 전시 형태로 제공하고 있었다. 담당 공무원으로부터 하천 정비사와 현황에 관한 짧은 강의를 들을 수 있었는데, 강의 내용은 기자가 알고 있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
강의내용으로 들었던 요도가와의 정비공사 내용은 한국정부가 홍보하려는 바와는 맞지 않는 것이었다. 우선 4대강 사업은 준설과 직강화, 보 설치 등을 핵심으로 보는 반면, 요도가와 하천은 직강화뿐만 아니라 유로를 고려하여 변경시키고, 특히 하천 폭 자체를 넓혔다. 게다가 18세기 이루어진 하천공사 때는 완도(Wando)라는 자연적 수위조절시설을 이용하였다. 보와는 원리 자체가 다르다. 물을 아예 가두기보다는 흐르는 양이 줄어들게 만든다. 나무를 엮어놓은 망같이 생긴 구조물인데, 그 틈새로 물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물이 계속 흐르기는 하는 것이다.
이 완도로 인해 수심이 깊어지고 부근의 유속이 조금 느려졌다. 그러면서 더 많은 생물종이 서식과 번식하기에 유리한 조건이 형성되었고, 기존 하천환경에 미치는 오염이나 영향력도 미미했다. 이에 비하면 기자가 알고 있던 4대강 사업은 인위적 준설과 직강화만을 말할 뿐이었기에, 어떻게 해서 4대강의 모범사례로 요도가와가 언급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오사카부의 요도가와 하천 정비사업이 반드시 성공했다고만 하기도 어렵다. 근대 이후 오사카부에 큰 규모의 홍수가 여러 차례 발생하면서, 요도가와 정비는 기존의 완도와 같은 친환경적 시공시설을 없애고 직강화를 대폭 실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로 인해 수질이 급격히 나빠지고, 많은 수의 토종 어류가 자취를 감췄다. 이에 최근에는 친환경 하천복원사업을 벌이고 있다고. 과연 한국에 4대강 사업을 여기에 비할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남았다.
이같은 의문은 연수가 끝날 때까지 기자를 포함한 연수단원 대다수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오사카의 환경과 관련한 니시카와 에이치 고배해양대 명예교수를 비롯하여, 여러 현지 전문가들의 의견도 분분했기 때문이다.
요도가와의 수생생물종 복원하는 '오사카부 수생생물연구소'내가 일본과 한국이 환경문제를 다루는 태도 자체가 확연히 다르다고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다른 곳에 있었다. 요도가와 하천사무소에서 나와 천변을 따라 10여 분을 버스로 달려 도착한 오사카부 수생생물연구소. 이곳은 하천공사와 완도의 파괴로 사라져가는 요도가와의 수생생물종을 복원하기 위해 일하고 있는 오사카부립행정법인연구소 라고 했다.
특히 이곳이 복원에 중점을 두고 있는 어종은 바로 이따쎈빠라(한국명 납자루). 조개에 산란을 하는 특이한 특성을 가진 이 어종은 요도가와의 마스코트와 같은 존재였다고. 그러나 지금은 급속히 불어나는 외래어종과 하천재정비 이후 수많은 완도가 사라지면서 그 자취를 감추어 일본에 천연기념물이 되었다고 한다.
보다 못한 오사카부에서 나서서 이 연구소를 설립했다. 지자체가 하천 살리기를 위해 발 벗고 나선 것이다. 연구소에서 이따쎈빠라의 특성에 대해 재치있게 설명해 준 소속 연구원은 근처의 완도까지 동행하여 요도가와의 생태와 어종 복원에 대해 연수단원들에게 설명해 주었다.
이 복원사업에 대한 주민들의 태도는 매우 적극적이라고 했다. 정부가 이따쎈빠라의 복원계획을 발표하자 주민들이 발 벗고 나서 지원을 위한 시민네트워크를 구성했다는 것이다. 지역 환경단체와 시민단체, 기업들이 합세하여 이 복원프로젝트를 돕기 위한 시민공동체를 구성해 지금까지도 복원사업을 돕고 있다고 한다.
현장에서의 관심도 높은 편이여서, 가끔씩 연구소 직원들이 하천현장에 나가게 되면 지역 노인들이 자신들의 어린 시절에는 흔히 찾아볼 수 있었던 이따쎈빠라가 지금은 얼마나 많이 살고 있는지, 물어오기도 한다고 연구원은 전했다.
"제 꿈은 이렇게 연구소에서 대량으로 증식시킨 이따쎈빠라를 우리 연구소 직원들이 지역주민들과 함께 요도가와에 방생하는 것입니다." 연구원이 밝힌 꿈은 연수단원들에게 감동을 전해주었다. 지자체는 나서서 하천을 살리며 생물종을 복원하려 힘쓴다. 소속된 공무원은 사명감을 가지고 노력하고, 지역 주민들은 지속적이고 꾸준한 관심으로 이러한 지자체의 노력에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는 모습. 일본이 말하는 환경문제의 해답은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남은 과제, 대한민국과 4대강의 미래 연수단원들은 한목소리로 4대강 사업에 의혹을 제기했다. 현장에서 본 요도가와는 4대강과는 전혀 다른 문제임에는 틀림이 없어보였다.
국민과 공무원, 정부와 정치인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환경을 위해 노력하는 일본의 모습에서 대한민국은 한없이 초라한 환경 후진국가에 불가했다. 향후 대한민국과 미래세대의 운명을 결정짓게 될 수도 있는 우리나라 주요 하천의 정비공사. 국가환경과 국민의 미래가 달린 중대한 사안을 정치적 논리로만 접근하려고 하는 현 정부와 여야 정치인들에게 요도가와는 일침을 가하고 있었다.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환경문제와 4대강 사업의 해답. 환경연수단원은 요도가와가 그 답을 알고 있다고 증언한다. 이제 공사는 마무리 단계이고, 현 정부역시 임기를 얼마 남기지 않았다. 감사원이 이미 4대강 사업은 부실이라 밝힌 지금의 상황에서 우리 국민들과 정치인들이 지난날의 과오를 번복하지 않기 위해, 또 지금의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저들로부터 배워야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