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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복서 무하마드 알리는 그 독특한 파이팅 스타일과 스피드만이 아니라 숱한 명언들과 도발적 언행, 거침없는 정치적 의사표현으로도 유명하다.

"소니 리스턴은 애송이야. 난 이 애송이 녀석을 화성 너머 목성까지 날려버릴 거야. 어떻게?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쏜다!"
"나는 복싱보다 위대하다 나는 왕이다! 세상의 왕이다!"
"나는 당신들이 원하는 챔피언이 되지 않겠다."
"베트콩은 우리를 검둥이라고 욕하지 않았다. 그들과 싸우느니 흑인을 억압하는 백인들과 싸우겠다."


그의 이런 도발적 언사는 그가 추후에 회고에서 밝혔듯이, 자신을 돌아갈 수 없는 막다른 길목으로 몰아넣기 위한 것이였다고 한다. 건너온 다리를 불태우고, 배수진을 치기 위한 스스로에 대한 파이팅의 의미라고 할까. 하긴 기자회견에서 저런 식으로 상대를 조롱해 놓고 실전에서 넉다운 된다면 얼마나 부끄러울까.

시오노 나나미가 <로마인 이야기>에서 카피라이터의 재능이 있다고 평가한 율리우스 카이사르 또한 상대에 대한 도발적 언사, 여지를 두지 않은 선언적 표현을 즐겨 했다. 루비콘 강을 도하하며 말한 "주사위는 던져졌다"가 가장 유명한 예일 것이다.

말은 족쇄가 된다. 어떤 입장을 반복해서, 강한 표현으로 반복하다 보면, 그 말은 곧 자신의 행동의 폭을 좁히게 되고, 선택의 여지를 없앤다. 따라서 정치인들은 입장을 분명히 표현하기 어려운 주제에는 중의적 표현을 즐겨하고, 지지자를 결집시키고, 정치적 입장을 분명히 세워야 할 때에는 선언적 표현을 자주 쓴다.

'전면전' 각오하는 날선 성명전... 정말 '내부정치용'인가 

나는 최근 남북간의 날선 성명전을 바라보며 극심한 우려를 느낀다. 특히 북한의 성명전은 그야말로 말로 할 수 있는 도발의 결정판이다. 표현이 적절할지 모르지만 김일성, 김정일 시대의 '벼랑 끝 전술'과는 차원이 다른 '백척간두 진일보'의 입장이다. 세상에 "한라산 영봉에 공화국기를 휘날리겠다"니.

이러한 언어의 반복은 단순히 외부적 의미로 계산된 협박으로만 볼 수 없다. 북한의 입장은 단순하다. '핵보유국인 우리는 더 이상 미국의 제재와 핵위협 아래 살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런 입장에 기반해서 반복되는 북한의 위협적 언사는 스스로의 입장 자체를 돌아갈 수 있는 다리를 불태우기 위한 의미, 타협의 여지를 두지 않음으로써 스스로를 극한의 상태로 준비시키기 위한 의미도 있지 않을까?

지난 3월 30일 발표한 북한의 '정부·정당·단체 특별성명'을 보자.

1. 이 시각부터 북남관계는 전시상황에 들어가며 따라서 북남 사이에서 제기되는 모든 문제들은 전시에 준하여 처리될 것이다. 조선반도에서 평화도 전쟁도 아닌 상태는 끝장났다.

우리 혁명무력이 실제적인 군사행동에 진입한 조건에서 북남관계도 자동적으로 전시상황에 처하게 되었으며 그에 따라 북남 사이에서 우리의 존엄과 자주권을 조금이라도 해치는 그 어떤 도발적 행위에 대해서도 예고 없이 즉시 단호한 물리적 행동으로 사정을 보지 않고 무자비하게 징벌할 것이다.

2. 미국과 괴뢰패당이 서해 5개섬이든 군사분계선 일대이든 그 어느 지역에서든지 북침전쟁의 불을 지르기 위한 군사적 도발을 일으킨다면 그것은 국지전으로 한정되지 않을 것이며 전면전쟁, 핵전쟁으로 번져지게 될 것이다.

미국이 하와이와 괌도를 비롯한 태평양상의 군사기지들과 본토에 있는 핵전략폭격기까지 남조선지역 상공에 들이밀어 북침핵전쟁책동을 광란적으로 벌리는 조건에서 조선반도에서 그 어떤 군사적 충돌도 전면전쟁, 핵전쟁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것은 자명하다.

우리 혁명무력의 첫 타격에 미국 본토와 하와이, 괌도를 비롯한 태평양작전전구안의 미제침략군기지들이 녹아나고 남조선주둔 미군기지들은 물론 청와대를 비롯하여 괴뢰통치기관들과 괴뢰군기지들도 동시에 초토화되며 침략자, 도발자들은 씨도 없이 불타 재가루로 될 것이다.

3. 우리는 천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기회를 절대로 놓치지 않고 조국통일대전의 최후승리를 이룩할 것이다. 우리의 조국통일대전은 3일 대전도 아니며 미국과 괴뢰호전광들이 미처 정신을 차릴 사이 없이 단숨에 남조선 전 지역과 제주도까지 타고 앉는 벼락 같은 속전속결전, 하늘과 땅, 바다는 물론 전방과 후방이 따로 없는 립체전으로 될 것이다.

이 성스러운 정의의 대전은 북과 남, 온 겨레가 참가하는 거족적인 전민항쟁으로서 그 앞에 극악한 대결광신자들과 호전광들, 인간쓰레기들을 비롯한 민족반역자들은 가차없이 벌초대상이 될 것이다.

현대 사회의 외교언어와는 지극히 거리가 먼, 마치 1950년에 발표된 성명이 아닌지 의심될 정도로 지극히 위험천만한 표현들로 가득 차 있는 성명이다. 물론 북한은 이전에도 '성명을 통한 정치투쟁' 전략을 잘 활용해왔다. 그러나 최근과 같이 '조국통일대전', '전면전', '핵전쟁' 등의 표현을 써가면서 위협수위를 높여온 적은 정전협정 이후 한 번도 없는 이례적인 일이다.

오히려 '아무 일 없이' 넘어가는 게 김정은의 지도력 훼손

한국도 만만치 않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은 "북 도발 시 정치적 고려 없이 초전 강력대응하라"고 지시했다. 정치력이 가장 중요하게 요구되는 이때, 되레 군통수권자로서의 정치력을 방기하고 "북한을 손봐야 한다"고 이명박 정부 때부터 벼르고 있었던 군 대북 강경파들에게 '전쟁의 자유'를 부여한 것과 다름 없는 말이다.

"북 도발 시 지휘세력까지 타격."
"김일성, 김정일 동상 미사일로 타격."
"전쟁 발발 3일 만에 북 전력 70% 파괴 가능."


국방부 대변인과 김관진 국방부 장관의 입에서 나온 표현이다. 이러한 말은 북한의 국지적 도발에 확전으로 맞서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무엇보다 위험한 것은 이러한 남·북·미 간의 언어의 전쟁은 서로간의 자존심 싸움을 넘어 이제 구체화된 실천단계로 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은 영변 핵발전소의 재가동, 개성공단 출경금지, 동해상에서의 탄도미사일 발사시험 준비 등으로 이제 말이 아닌 행동의 단계로 자신의 의지를 표현하려 하고 있다. 미국 또한 이에 밀리지 않겠다는 기세로 B-52, B-2, F-22, 핵잠수함, X-밴드 레이더를 한국에 배치하고, 최근에는 항공모함 2척을 전진 배치 하는 등 세계 최첨단의 무기를 한반도 주변에 상주시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지전이 발생한다면, 과연 북한과 남한, 미국은 사태를 '관리'할 수 있을까? 이미 판문점의 군사적 소통통로는 단절됬고, 남북 군사직통전화 또한 막힌 상황이다. 국지적 충돌은 제어할 수 있는 통로 자체가 부재한 것이다.

상상해보자. 지금 북한이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동해에서 발사준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은 X-밴드 레이더와 이지스함을 배치하여 이를 요격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만약에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이 강행되고 미국이 이를 요격시도 한다면, 북한은 즉시 이지스함에 대한 미사일 공격을 강행하지 않을까? 그리고 이에 대한 미국의 북한 본토 타격은 한반도 전쟁의 시작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상황이 이럼에도, 한국의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북의 이러한 성명전에 대해 "아직 어리고, 권력기반이 약한 김정은의 카리스마 구축을 위한 내부정치용"이라고 폄하하고 있다. 이런 극한의 입장표명까지 한 상황에서 그냥 아무 일 없이 넘어가는 것 자체가 김정은의 카리스마와 지도력이 훼손될 것이라는 건 생각하지 않는 걸까? 북의 국지적 도발 가능성은 인정하면서도, 결코 전면전으로 확전되지 않는다는 확신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


#북한#북미대결#전쟁위기#한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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