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문화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대구의 옛 골목. 그 속에서 숨어있는 이야기를 거리연극으로 재현하는 문화도시운동의 일환으로 4월 20일 토요일 2시, 이상화·서상돈 고택 앞에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야외 거리연극이 열렸습니다.
이는 대구문화재단이 대구의 이상화·서상돈 고택 앞에서 상설로 운영하고 있는 야외연극입니다. 연극은 일제에 나라를 빼앗겼던 을사늑약 체결과 3.1만세운동, 서상돈 선생의 국채보상운동과 민족시인 이상화의 이야기를 토대로 하고 있습니다.
이 날은 마침 대구경화여자고등학교의 1학년 학생들이 창작체험활동으로 연극을 관람하기 위해 참석했습니다. 학생들의 뜨거운 리액션과 높은 참여도 덕분에 배우들이 힘을 얻어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었고 다른 관람객 역시 즐겁게 연극을 볼 수 있었습니다.
40분간의 집중도 높은 연극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마음에 큰 울림을 전해주었습니다. 연극은 총 3장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제1장은 대한제국이 일본의 강압으로 체결한 을사조약에 관한 것입니다. 외교권 박탈과 통감부 설치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이 조약으로 대한제국은 명목상으로는 '보호'이지만 사실상 일본의 식민지가 되고말았지요. 이에 일제로부터 국권을 찾고자 서상돈 선생이 '국채보상운동'을 벌입니다. '국채보상운동'은 대구에서 처음 시작되어 전국으로 확산되었는데요, 이는 국민의 모 금으로 나라 빚을 갚자는 국민모금운동의 시초였습니다. 남자들은 담배를 끊고 그 돈을, 여자들은 자신이 갖고 있던 옥비녀, 노리개, 금 등을 내놓게 되지요.
제2장은 3.1만세운동에 관한 내용입니다.1919년 대구의 계성학교, 신명학교 학생들이 주축이 되어 나라를 되찾기 위한 대구시민들의 뜨거운 외침소리가 전국으로 울려퍼지게됩니다. 태극기를 높이 들고 학생들과 민중들이 다 함께 '만세'를 외칩니다. 하지만 일제의 강력한 탄압과 저지로 좌절을 겪게 됩니다.
제3장은 민족시인 이상화의 이야기입니다. 대구로 돌아온 민족시인 이상화는 서글펐던 일제치하에서의 울분과 통곡을 시로 표현했습니다. 그의 시로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신인에게」,「통곡」,「역천」,「나는 해를 먹다」등이 있습니다. 조선의 현실에 대한 울분과 저항이 담긴 이상화의 시는 조국상실을 비통해하는 국민들에 힘을 북돋우고 나라를 되찾는 원동력이 되어 아픈 현실에서 민중들을 굳건히 버티게 만들죠.
이 연극은 올 해 4월, 5월, 6월, 9월, 10월 매주 토요일에 대구시 중구 계산동 이상화.서상돈 고택 앞에서 무료로 펼쳐진다고 합니다. 연극이 끝나고 배우들의 인사를 모두 마친 뒤, 연극패는 "도쿄 한 복판에서 이 공연을 할 수 있을 때까지 열심히 하겠습니다. 여러분! 사랑합니다!"라고 외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