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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20대 청년들은 취업을 위해 대학교 도서관에서 밤을 새며 시험공부와 토익공부 및 스펙 쌓기에 여념이 없는 요즘, 한 청년이 단돈 10만 원으로 길거리 장사에 뛰어들었다.

"주변에서 제게 왜 힘들게 창업을 하냐고 물어보는 게 이해가 안 간다. 그럼 반대로 왜 그렇게 힘들게 취업을 하려고하냐고 묻고 싶다. 어차피 취업은 누군가 창업을 해야 가능한 거 아닌가."

이 청년은 17번의 실패를 맛보고 18번째, 밥버거라는 아이템으로 300여개의 가맹점을 가진 어엿한 프랜차이즈 대표가 되었다. 바로 봉구스 밥버거 대표 오봉구(본명 오세린·28)의 이야기이다.

오 대표는 어린 시절부터 사업가를 꿈꿨다. 아버지는 수학과 교수, 어머니는 학원을 운영했고, 특목고까지 나왔지만 공부에 흥미도 취미도 없었다. 지난달 27일 수원 봉구스본사 사무실에서 만난 오 대표는 "대학에 들어갔는데 입학 후 15일이 지나면 등록금 환불이 안 된다고 하더라"며 "14일째 되던 날 학교를 그만두었고 등록금으로 장사를 시작했다"면서 자신의 창업 이야기를 풀기 시작했다.

"자주 가던 어묵가게가 있었는데, 국물에 어묵까서 넣고 그걸 몇 백원에 파는 거다, 굉장히 쉬워 보였다. 어느 날은 길을 가다가 포장마차에 '해외여행가서 며칠 문 닫음'이라고 쓰여 있는 종이를 보곤 나도 장사해서 해외여행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근데 나중에 알고 보니까 주인아저씨가 쉬고 싶어서 그냥 거짓말로 붙여 놓은 거였다. 나는 그거보고 대학도 그만뒀는데, 사기당한 거 같았다.(웃음)"

17번 실패 뒤 18번째에 밥버거로 '대박'

  봉구스(Bon Gousse) 밥버거  오봉구 대표
 봉구스(Bon Gousse) 밥버거 오봉구 대표
ⓒ 이정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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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바이트를 해 번 돈으로 창업을 하는 과정을 반복했던 오 대표는 "한 번은 제천에 갔더니 제천의 명물이라면서 빨간 어묵을 팔고 있더라, '아! 이거다'라는 생각에 수원에 와서 그걸 팔았다, 그런데 국물이 없어서인지 잘 안 팔렸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17번의 실패를 맛 본 오 대표는 18번째에 단돈 10만 원을 투자해 수원 동원고등학교 앞 길거리에서 한 개에 1500원인 지금의 밥버거를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이때 고등학교 친구들은 막 취업을 하기 시작할 때였다. 나 스스로 신세한탄을 가장 많이 하던 시기였다. 그 당시 여자친구는 좋은 사람 만나라면서 이별을 통보했다. 기가 죽어서 장사할 힘도 없이 그냥 멍하니 있다가 오곤 했다."

이틀 동안 밥버거를 단 한 개도 못 팔았다. 그런데 장사를 시작한 지 사흘째 되던 날, 뜻밖의 일이 일어 났다.

"한 남학생이 '이거 얼마예요?'라고 물었다. 순간 정말 눈물이 핑 돌더라. 너무 고마워서 밥버거를 사준 학생을 따라가며 '너 어느 학교니? 부모님은 뭐하시니?' 등등 친해지려고 이것저것 물었다."

다음날 그 학생은 친구 12명을 데려왔고, 그 다음날은 50명이 왔다. 장사를 시작한 지 일주일 만에 하루에 밥버거 100개를 팔았다.

"많이 판 날은 1700개까지 팔아봤다. 장사하기 전날 밤, 아주머니 세 명을 고용해서 밥버거를 1000개씩 만들었다. 식당에서 쓰는 큰 밥솥을 몇 개 구해서 집에서 만들다 보니, 전기세가 많이 나와서 어머니께 쫓겨나기도 했다.(웃음)"

이때부터 학생들과 친해지기 위해 스스로를 '오봉구'라고 부르기 시작했다는 오 대표는 "지금도 학교 앞에서 장사 할 때 만났던 학생들하고 연락을 한다"며 "고등학교 졸업하고 저한테 술 사달라면서 한 번 모이면 70~80명 모인다, 집회 수준이다"라며 웃었다.

길거리 장사가 잘되던 때 학교 측에서 그만두라고 하기도 했었다. 이에 대해 오 대표는 "경찰차 두 대가 오고 공무원, 학교 선생님들이 오더니 날 쫓아내더라"면서 "결국 행정처분까지 받았고, 쫓겨난 뒤 학생들에게 격려문자가 오기 시작했는데, 1000개가 왔다, 내게는 큰 위로가 됐다"고 회상했다.

오 대표는 당시 번 돈으로 수원역 쪽에 테이크아웃만 가능한 작은 가게를 열었다. 대다수가 학생 손님이었고, 문전성시를 이뤘다. 손님이 많아 도로까지 줄이 늘어서자 경찰이 교통정리까지 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장사가 잘 되니 같은 간판 아래서 밥버거를 팔겠다는 사람들이 찾아왔고, 지난해 8월부터 프랜차이즈를 시작하게 되었다.

감성을 팔고 사람을 사다

 지난 2월 26일 오 대표가 페이스 북에 올린 호소문 일부
 지난 2월 26일 오 대표가 페이스 북에 올린 호소문 일부
ⓒ 오봉구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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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대표와 봉구스 밥버거가 화제로 떠오른 이유는 지난 2월 26일 오 대표가 페이스북에 올린 호소문 때문이었다. 오 대표는 자신을 믿고 따라준 소자본 창업자 분들께 사죄한다는 의미로, 고개를 숙이고 무릎을 꿇은 사진을 게재했다.

최근 유사업체 '쉐프밥버거'와의 갈등이 빚어낸 결과였다. 쉐프밥버거의 가맹거래법상 경업금지 조항 위반과 밥버거 제조방식의 도용 문제로 인해, 현재 두 업체는 민사소송을 진행 중이다.

페이스북 호소문 일화와 관련하여 오 대표를 지지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감성팔이"라고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런 반응에 대해 오 대표는 "나는 감성팔이가 맞지만, 감성팔이라는 단어가 싫다, 비하하는 의미가 많기 때문"이라며 "내가 자본력은 부족하지만, 그렇다고 실력이 없는 것도 아니고 감성에만 치우친 것도 아니다, 이런 것 또한 내 실력이라고 하고 싶다"고 밝혔다.

"예전에는 대표에게 자본, 기술, 상품의 상품성과 같은 물리적인 측면이 중요했지만, 이제는 책임감, 신뢰, 감성처럼 정신적인 측면의 중요성도 커졌다. 장사는 손님만 물건을 사는 게 아니라, 사장 또한 사람을 사는 거다. '장사는 사람이다' 이게 제 모토다. 저는 봉구스로 큰 돈을 벌려고 하는 건 아니다."

사실 수입의 일정 비율을 지불하는 보통의 프랜차이즈와 달리 봉구스 밥버거는 점주들이 로열티로 10만 원만 지불하면 되는 구조로 되어있다. 오 대표는 프랜차이즈 점주들 교육을 시작하면 일단 일주일간 같이 먹고 자며 지낸다. 살아온 이야기를 하고, 좋은 이야기들을 나누며 먼저 점주들과 친해진다고 한다. 그리고 시뮬레이션을 계속 반복하며 장사교육을 한다.

"장사를 할 때 기본적으로 사람을 알아야 한다. 손님은 한 눈에 사장이 친절한지 아닌지 알 수 있다. 손님을 대할 때 친해지려는 노력을 해야 된다. 장사 냄새나게 손님을 대하면 안 된다. 예를 들어서 학생이 밥버거를 사려고 하는데 200원이 부족하다. 그럼 사장님이 서비스 한다는 생각으로 밥버거를 준다. 여기까진 좋은데 학생한테 '200원 깎아줬으니까 다음에 친구들 데려와야 해'라고 말한다. 그러면 그 순간 서비스는 부담이 되고 학생은 안 온다."

긍정적인 생각... 복을 얻다, 만족을 얻다

  봉구스(Bon Gousse) 밥버거  오봉구 대표
 봉구스(Bon Gousse) 밥버거  오봉구 대표
ⓒ 이정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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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진행하는 내내 오 대표는 사람과 친밀함에 대해 자주 언급했다. 그는 "주변사람들이 나에게 인복이 많다고 하는데, 내가 생각해도 많은 것 같다"면서 "나는 사람을 많이 샀고, 그동안 쌓아왔던 것을 이번 일(쉐프밥버거와 갈등)을 통해 폭발시킨 거다"라고.

그저 장사가 좋아서 치밀한 준비 없이 창업을 시작했다는 오 대표는 "봉구스를 시작하면서 얻고 싶은 것을 쭉 적어봤었다"며 "물론 돈도 있었지만, 돈을 포기하면 다른 것을 다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스스로의 강점으로 감정에너지가 많다는 오봉구 대표. 최종목표에 대해 묻자 그는 "나는 지금에 만족하고 있고, 인생의 최종목표는 없다"며 "그저 지금 하는 일을 열심히 할 뿐이고, 항상 즐기며 살고, 모든 날씨를 다 좋아한다"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드러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그는 "내년에 봉구스를 해외로 진출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어, 호주에 상표등록을 한 상태다"라며 "봉구스를 키워서 맥도날드의 빅맥지수처럼 밥버거지수를 만들고 싶다(웃음)"고 밝혔다. 


#봉구스#밥버거#오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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