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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9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가 발표한 '2012년 GMO(유전자조작농산물) 주요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2년 GMO가 포함된 콩, 옥수수, 면실 등 농산물의 국내 수입승인 규모는 26억7000만 달러(784만 톤)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GMO 관련 안전성에 대한 우려는 높아지고 있지만, 수입량은 줄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는 GMO 수입품목과 수입량에 대해서 정확한 내용도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 밥상에 깊숙하게 자리하고 있는 GMO의 다양한 이면을 들여다보는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편집자말]
지난 6월 국내에서 최근 몇 년 간 지속적으로 유전자조작농산물(GMO)이 자생하고 있음이 국립환경과학원의 조사결과 밝혀졌다는 보도가 나왔다. (관련기사 :전국 22곳 GMO 유출돼 자라…생태계 교란 우려)  그러나 유전자조작농산물을 재배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유전자조작농산물이 자라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0년 11월 전국 26곳에서 유전자조작농산물이 발견되었다는 사실이 국립환경과학원의 발표로 알려진 바 있다. (관련기사 : GMO 식물 전국 26곳 유출... '생태계 교란' 비상 )

그보다 먼저 2008년 생명공학연구원의 김창기 박사 연구팀이 2005년, 2006년에 잇따라 유전자조작옥수수가 인천공항 주변 텃밭에서 자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는 내용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기도 했다.

국내에서 자생하고 있는 GMO... 조사 통해 확인  

국내에 들어온 미국산 GMO 옥수수.
▲ 유전자 변형 옥수수 국내에 들어온 미국산 GMO 옥수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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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유전자조작농산물이 수입되고 있다는 사실이 1998년에 알려진 이후 많은 시민사회단체가 지속적으로 문제제기한 내용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는 유전자조작기술과 그 결과물에 대한 안전성 여부가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즉, 다른 먹을거리와는 달리 유전자조작농산물은 인간이 오랜 기간 먹어도 될 것인가에 대한 검증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이것이 지금까지 인간이 만들어낸 다른 상품과는 달리 살아있는 것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즉, 식물의 특성 상 꽃가루가 날려 퍼질 경우 이를 회수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었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유전자조작농산물을 연구개발하는 측에서는 매번 근거가 없는 것이라고 주장해 왔으며 더 나아가 유전자조작농산물이 미래의 식량문제를 해결할 대안임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이런 그들의 주장에 대한 반론들이 과학자들의 다양한 실험을 통해 확인됐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2012년 프랑스 Caen대학교의 셀라리니교수 팀의 연구결과다. 2년간의 쥐 실험 결과 셀라리니교수팀은 유전자조작농산물(NK603)이 쥐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으며 이는 특히 수컷보다 암컷에게 더 심각했다. (관련 내용 : <Food and Chemical Toxicology> 참조 )

이런 실험결과는 이미 여러 차례 많은 과학자들에 의해 밝혀졌다. 그러나 이런 발표는 매번 근거가 없다거나 실험설계가 잘못되었다는 등의 이유로 무시되기 일쑤였다. 문제는 근거가 없거나 실험설계의 잘못이라면 무엇이 잘못되었고 제대로 하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는 경우가 없다는 점이다. 몬산토의 쥐실험 결과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 실험결과를 뒷받침하는 논문을 셀라리니교수가 2007년 발표했으나 이 역시 무시됐다. 그러자 2012년 셀라리니교수가 또다시 자신의 주장을 증명하기 위한 실험결과를 내놓은 셈이다.

그러나 여전히 그에 대한 반론에 해당하는 어떤 실험결과도 나오지 않는다. 다만 근거 없다는 말만 있을 뿐이다. 과학적인 실험결과에 대해 반박하려면 마찬가지로 과학적인 실험결과를 내놓아야 한다고, 과학자가 아닌 사람들의 주장은 근거가 없는 것이라고 외치던  유전자조작농산물 연구개발 과학자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유전자조작농산물을 옹호하는 과학자들의 태도는 우리나라에서도 똑같이 반복되고 있다. 2008년, 2010년 그리고 올해에 이르기까지 이미 3차례에 걸쳐 2005년 이후 매년 유전자조작농산물이 우리나라에서 발견되고 있음이 드러났지만, 그 누구도 이에 대해 원인이 무엇인지조차 밝히지 못하고 있다. 문제가 제기된 지 5년이 지났지만 그 어떤 실험결과도 나오지 않고 있다. 이는 과학자들의 게으름 탓인가, 아니면 이 역시 근거가 없다는 말만으로 때우려는 구태 때문인가?

GMO 수입이 위험한 이유

유전자조작농산물에 대한 안전성평가심사항목
 유전자조작농산물에 대한 안전성평가심사항목
ⓒ 고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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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시민사회단체는 유전자조작농산물이 재배되지 않더라도 수입되기 시작하면 결국 유통과정에서 낙곡이 생길 수 있고 그 낙곡이 자생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왔다. 그러나 유전자조작농산물 수입 승인을 담당하는 기관은 이 문제제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대신 유전자조작종자를 만들어낸 초국적농생명공학기업이 내놓은 안전성평가자료를 더 신뢰했다. 실제 농촌진흥청에서 진행하고 있는 유전자조작농산물에 대한 안전성평가심사항목을 보자.(위의 표 참조)

우선 숙주, 즉 해당 종자인 콩, 옥수수 등을 말하는데 이 작물 자체의 잡초화가능성이 심사항목에 있다. ---> 위 표의 3)숙주의 차
두 번째로 도입 유전자의 세대간 안정적 유전 및 발현 결과 확인도 심사항목에 있다. ---> 위 표의 8) 유전자변형 식물의 분자생물학적 검정의 라.
세 번째로 잡초화 가능성 관련 정보 및 주변 생물 및 생태계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관한 정보도 심사항목에 있다. ---> 위 표의 10) 유전변형 식물의 위해성 평가의 나와 다.

이 네 가지 항목을 기준으로 봤을 때 원래 작물뿐만 아니라 다른 유전자를 삽입한 이후의 유전자조작농산물의 경우에도 잡초화할 가능성에 대한 심사를 진행해야 맞다. 여기서 잡초화할 가능성이란 인간의 관리를 벗어나서 자라는 것을 의미한다. 당연히 낙곡에 의한 자생의 가능성을 심사했어야 한다는 말이다. 문제는 여기서 말하는 심사가 우리가 직접 실험을 통해 그 사실을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개발자가 제출한 안전성평가자료인 서류만으로 진행된다는 데 있다. 그 결과는 수입승인으로 나타났다. 농촌진흥청 산하 심사위원회의 심사결과보고서는 그 심사결과를 다음과 같이 서술한다. 

"환경위해성심사 결과 식용, 가공용, 사료용 등의 원형상태의 콩이 수입되어 비의도적 방출이 되었을 경우 국내 농업환경에 미치는 위해성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음." ( 한국농업생명공학안전성센터  환경위해성심사 심사보고서)

2005년 이후 끊임없이 항구와 사료공장 주변에서 발견되는 유전자조작농산물, 그리고 그 농산물이 발견되는 곳이 주로 농업지역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현재까지의 농촌진흥청 안전성평가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는 잡초화 가능성에 대해 고려하지 않았거나 고려했다 하더라도 서류로 제출된 자료에 의존해 심사함으로써 오늘날과 같은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사태에 대한 개발사의 태도는 우리를 더 실망스럽게 한다.

몬산토는 지난 1998년 캐나다의 농민 슈마이저가 자신의 밭에서 자생했던 유전자조작농산물을 되심은 것에 대해 특허침해를 이유로 엄청난 손해배상을 요구하며 소송을 진행했다. 그러나 몬산토는 이번 사태에 대해서는 오히려 수입 이후에는 유통업자의 책임이지 자신들의 책임이 아니라고 발뺌을 하고 있다. 차이가 있다면 캐나다는 당시 이미 유전자조작농산물의 재배를 허용하는 나라였던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 유전자조작농산물 재배가 허용되지 않는 나라라는 점이다. 만약 우리나라가 유전자조작농산물 재배를 허용한 나라였다면 몬산토는 이번에 발견된 자생 유전자조작농산물에 대해 그 땅 주인에게 특허침해를 이유로 엄청난 손해배상을 청구했을지도 모른다.

많은 사람들이 유전자조작농산물에 대해, 또는 생명공학이라는 과학에 대해 신뢰를 보낸다. 그리고 그렇게 신뢰를 보내는 사람들에게 "당신들이 무조건 잘못 알고 있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마찬가지로 많은 사람들이 그 반대로 유전자조작농산물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이렇게 우려를 하는 사람들에게 "당신들이 무조건 잘못 알고 있다"고 말하는 것 역시 맞지 않는 일이다. 왜냐하면 유전자조작농산물에 대해 의심을 했던 사람들의 우려가 현실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유전자조작농산물에 대한 우려가 잘못이라면 이를 명쾌하게 증명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더이상의 유전자조작농산물 재배는 멈춰야 한다. 그리고 더 엄격한 심사를 통해 유전자조작농산물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그리고 심사와 관리를 위한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유전자조작농산물 수입을 중단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며 <유전자 조작 밥상을 치워라>의 저자입니다.



태그:#G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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