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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우연찮게 이금형 경찰대학장이 나오는 예전 동영상 뉴스를 보게 됐다. 당시 이 학장은 '왕무궁화 2개(치안감)' 계급장을 달고 있었다.

계급장에 눈길이 간 건 이 학장의 특수한 상황 때문이었다. 이금형 학장은 2013년 3월 '치안정감 승진후보자(승후)' 자격으로 경찰대학장에 임명됐다. 통상 경찰대학장은 우리나라 경찰에 5명밖에 없는 '치안정감' 계급이다. 하지만 이금형 학장은 치안정감 '승후' 자격으로 경찰대학장 자리에 올랐다.

치안정감 승진후보자 자격으로 경찰대학장에 취임한 사례는 없었다. 때문에 이 학장은 최초의 여성 경찰대학장이라는 타이틀뿐만 아니라 '승진후보자'라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다.

 지난 4월 9일 JTBC 출연 당시 이금형 경찰대학장. 왕무궁화 3개인 치안정감 계급장을 달고 있다.
지난 4월 9일 JTBC 출연 당시 이금형 경찰대학장. 왕무궁화 3개인 치안정감 계급장을 달고 있다. ⓒ JTBC

이금형 학장은 왜 왕무궁화 3개짜리 계급장을 달았나

포털 사이트에서 이금형 학장을 검색해 봤다. 그런데 뭔가 좀 이상했다. 네이버, 다음의 인물정보 사진 속 이금형 학장은 '왕무궁화 3개', 즉 치안정감 계급장을 달고 있었다. 승진후보자라고는 하나 아직 승진한 것도 아닌데, 미리 계급장을 달다니... 이해할 수 없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더 검색을 해 봤다. 이금형 학장은 경찰대학교 홈페이지 인사말에도 치안정감 계급장을 달고 있었다. 지난 10월 21일 열린 제68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도, JTBC 등 방송 출연도 마찬가지였다. 모두 왕무궁화 3개 계급장.

 포털사이트에 검색된 이금형 치안감의 인물정보. 역시 치안정감 계급장을 달고 있다.
포털사이트에 검색된 이금형 치안감의 인물정보. 역시 치안정감 계급장을 달고 있다. ⓒ 네이버, 다음

과거 현역병들이 소위 가짜 계급장을 달고 휴가를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일본말로 '마이가리 계급장'이라고 한다. 이 마이가리 계급장을 달았다가 헌병에게 발각되면 징계를 받기도 했다. 때문에 난 이금형 경찰대학장의 계급장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경찰대학장이라고 하면 경찰 최고위 간부 아닌가.

<오마이뉴스>를 통해 이금형 경찰대학장의 계급장에 대해 알아봤다. 우선 경찰청의 답변이다.

"경찰 복제에 대한 규칙, 제7조3항 계급장에 대한 규정을 보면 각 계급별로 무궁화를 몇 개 배치한다, 이런 식으로 모양에 대한 규정과 더불어 치안총감부터 순경, 의무경찰까지 해당 계급이 나와 있다. 여기에는 '승진후보자'의 경우도 적시돼 있다.

그런데 왕무궁화 3개인 치안정감의 경우에는 '승진후보자'도 착용할 수 있다고 적시돼 있지는 않다. 치안정감 아래인 치안감 계급장만 해도 승진후보자도 착용할 수 있다. 지금까지 경찰대학 학장은 치안정감이 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이금형 학장 같이 경찰대학장이면서 치안정감 승진 후보자인 경우는 처음이었다."

다른 계급의 경우, 승진 후보자도 계급장을 달 수 있다고 돼 있지만 치안정감은 그런 규정이 명문화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경찰청 관계자 말처럼 치안정감 '승진후보자'라는 인사 자체가 유례없기 때문인 듯했다. 이금형 경찰대학장이 규정을 위반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이런 답변이 돌아왔다.

"칼 자르듯이 말씀드리기 어렵다. 검토를 해봐야 할 것 같다."

경찰대학 측에도 문의했다.

"주로 내부에서 경찰 행사 등을 하실 때 지휘권 확립을 위해 치안정감 계급장을 달았다. 바쁘다 보니 외부 활동에도 그냥 나가기도 했다.

경찰은 지휘권 확립이 중요하지 않나. 규칙에 대한 취지를 먼저 생각해 달라. 그 취지는 지휘권 확립을 위해 승진후보자에 대해서도 계급장을 달 수 있게 했는데 치안정감만 빠졌다. 이런 사례가 없었다. 계급장으로 허세를 부리려고 한 것은 아니다. 본청에서도 관련 규정 개정을 검토중인 걸로 안다."

그럼 앞으로도 경우에 따라 왕무궁화 2개와 3개 계급장을 번갈아 착용할 거냐는 질문에는 "본청과 상의하겠다"고 대답했다.

이철규 청장의 '무죄', 그리고 이금형 경찰대학장의 계급장

지난 10월 31일 이철규 전 경기경찰청장이 알선수재 혐의에 대해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리고 대기발령 상태이던 이 청장은 "반드시 경찰로 복귀해 명예롭게 퇴임하겠다"고 밝혔다. 이 청장은 왕무궁화 3개인 '치안정감' 계급이다.

이 전 청장의 무죄 판결과 경찰 복귀 결정은 경찰 인사구도에 '변수'로 돌출됐다. 애초 경찰청은 재판 결과와 상관없이 이 전 청장의 사퇴를 염두에 두고 이금형 치안감을 '승후' 자격으로 경찰대학장에 임명했기 때문이다.

이철규 전 청장이 경찰 복귀를 선언함에 따라, 지금 경찰에는 '왕무궁화 3개'를 단 사람이 5명이 아닌 6명이 됐다. 물론 이금형 경찰대학장은 '승후' 신분이다.

경찰직 고위 인사가 내년 초에 있을 전망이다. 이금형 학장이 '승후' 딱지를 떼고 왕무궁화 3개를 달 수 있을지 궁금하다.


#이금형#경찰대학교#치안감#치안정감#경찰계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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