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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지하철을 타고 등교하는 나는 작년 이맘때 쯤 지하철역에서 교통카드를 찍고 나오는 길에 우연히 해외아동 정기후원을 모집하는 부스를 보게 되었다. 정기후원 모집과 함께 해외 아동들을 위한 '신생아 살리기 모자 뜨기 캠페인'도 알리는 중이었다. 인터넷을 통해 캠페인에 대해서 미리 알고 있는 상태여서 더욱 더 관심이 갔다. 그래서 평소였다면 교통카드를 찍고 나와 바로 버스를 타러갔을 텐데 그 날은 그 길을 천천히 걷게 되었다.

정기후원보다는 단순히 캠페인에 대한 관심으로 참여하고자 다가가 물어보았다. 캠페인 덕분에 정기후원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게 되어 후원을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한 달에 삼만 원이라는 돈을 학생인 내가 정기적으로 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평소에 자유적금도 만들었다가 해지한 적이 여러 번이라 내 자신을 믿지 못하였지만, 좋은 의도를 가진 일이라면 스스로 행동도 바뀌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중간에 포기를 하더라도 좋은 뜻에 쓰이는 돈이니까 한 번이라도 해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였다.

후원카드 후원카드 & 모자 뜨기 캠페인
▲ 후원카드 후원카드 & 모자 뜨기 캠페인
ⓒ 안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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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후원을 시작하게 되면 아이를 배정해주고, 그 아이의 사진과 정보를 액자 형식으로 보내주고 후원카드를 보내준다. 집에 아이의 사진이 있는 액자를 세워놓고, 지갑에는 후원카드를 제일 잘 보이는 곳에 넣어두었다. 지갑을 열어 돈을 쓸 때면 한 번쯤은 아이를 생각하며 돈을 절약해서 후원금을 꼭 보내야겠다고 다짐했다.

후원재단에서는 정기적으로 한 달에 한 번씩 그 아이가 사는 나라에 대한 소식이나 재단이 바라는 방향에 대해서, 교육이나 생활에 대한 아이들이 처한 환경에 대해서 책자로 알려주었다. 정기적인 간행물을 받아보면서 단순히 금전적인 후원에 대한 생각을 넘어서 그 나라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고 아이에 대한 책임감도 좀 더 무거워졌다. 

정기적인 간행물 외에도 아이와의 편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데, 평소에는 일반적인 편지나 그림을 보내고 크리스마스 때는 크리스마스카드를 주고받기도 한다. 이때 편지는 기관을 통해서 전달되기 때문에 따로 보내는 절차 대신 간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 내가 보내는 편지는 기관 홈페이지를 통해 웹에서도 작성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더 손쉽게 보낼 수 있다. 아이와 쓰는 언어가 달라도 재단에서 번역을 해주기 때문에 한글로 보내든 다른 언어로 보내든 불편함이 없다.

이렇게 멀리 있지만 간편하고 쉬운 방법으로 아이와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 너무 좋았다. 친밀한 소통 덕분에 후원이라는 어쩌면 딱딱한 관계가 멀리 살고 있는 또 다른 나의 동생, 나의 아이라는 생각을 하게 해준 것 같다. 그리고 아이에게 선물을 보내지 못한다는 것이 아쉽기도 하지만, 선물을 받지 못하는 다른 아이들을 배려한다는 생각이 더 좋게 느껴졌다. 언젠가는 꼭 직접 네팔로 가서 얼굴을 실제로 보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책갈피 후원 일주년 기념품
▲ 책갈피 후원 일주년 기념품
ⓒ 안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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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후원을 시작한 지 벌써 일 년이 되었다. 일 년이 되자 일 년의 후원에 대한 감사의 카드와 기념품을 받았다. 감사 카드를 받고 나니 내가 정말 일 년 동안 꾸준히 아이에게 도움이 되었던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 년이 지난 아이의 사진을 액자에 갈아 끼우면서 어느새 일 년이 되었다는 사실에 혼자 뿌듯하고, 일 년이 또 일 년이 되고 오 년, 십 년이 되어서 아이가 성인으로 자랄 때까지 꼭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지금은 한 아이를 후원하고 있지만 직장을 가지게 되면 더 많은 아이들을 동생으로, 결혼을 해서 내 아이를 가지게 된다면 또 다른 내 아이들로 계속해서 이어나가고 싶다. 우연히 시작하게 된 것에 감사함을 느끼며, 오히려 우연히 시작하게 되어 여태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다른 많은 사람들도 의식적인 선행보다는 이렇게 자연스럽게 마음을 주고받는 인연의 끈을 시작해보았으면 한다.


#해외아동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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