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가 심의한 내년 서울시교육청 본예산 결과에 대한 예결위원회의 심사를 앞두고 서울시 장애인 부모들이 시의회 시의원(성백진 시의회 부의장, 최홍이 시의회 교육상임위원장, 윤명화 부위원장 등)들과 교육청 별관 회의실에서 맞대면 하였다.
나는 동대문구 장애인 부모 대표로 이 자리에 참석했다.
서울시의회 교육위는 지난 6일 예산심의를 통해 시교육청 예산을 계수 조정했다. 당초 교육청은 올해 97억 원이었던 혁신학교 운영비를 내년 40억 원으로 삭감하였고, 장애특수학교 설립 지원을 위한 예산 10억 원을 편성했다. 이에 시의회는 혁신학교 운영비를 97억 원으로 다시 늘렸고, 장애특수학교 설립지원 예산은 0원으로 없앴다.
혁신학교는 경기도 교육청에서 제일 먼저 시행했다. '민주적 자치공동체와 전문적 학습공동체에 의한 창의지성교육을 실현하는 공교육 혁신의 모델학교'가 혁신학교의 정의다. 하지만 학부모들이 혁신학교로 지정이 되거나 신설이 되는 지역에 몰리면서 집값이 올라가는 기이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반면에 매년 3000명씩 증가하는 특수교육 대상자들을 위한 교육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다. 특히 동대문구와 중랑구에는 학교가 없어 타 지역을 넘나들고 있을 뿐 아니라, 이도 부족하여 일반학교에서 차별의 대상이 되는 것을 감수하고 교육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번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예산 심의에서 특수학교 설립 지원예산 10억 원을 0원으로 삭감한 것은 내년도 선거를 염두에 둔 선심성 예산 심의가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게 하고 있다.
이날 중랑구와 동대문구 장애인 학부모와 대면한 서울시의원들은 교육청에서 행정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고 예산을 상정한 것이기에 삭제한 것이며, 모든 행정절차가 완료되기까지 보류한 것이라고 변론하였다. 그리고 11일 예결위원회에서는 수정할 수 없는 것은 '일사부재의 원칙'에 입각한 것이라고 말하였다.
장애인 교육의 대안으로 곽노현 전 교육감은 점차적으로 특수학교를 줄이고 통합교육을 추진하고자 하였고, 문용린 현 교육감은 특수학교를 늘릴 교육정책을 가지고 있다. 통합교육은 차별이 없는 공정하고 치밀한 교육의 정책과 프로그램이 확립이 된 가운데 가능한 것이지 그들은 같은 장소에 두는 것이 아니다. 통합교육을 가기 위한 준비 단계에서 자폐성향과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이들은 특수학교에서 차별이 없는 그들에게 필요한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 그리고 예산심의가 늦어질수록 특수학교 설립이 늦어져 노란버스를 타고 1시간 이상 도시를 배회하며 학교로 가는 우리 아이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시간도 더해져 갈 것이다.
교육청은 시의원들의 잘못으로, 시의원들은 교육청의 잘못으로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이 때에도 장애인 자녀들은 도로를 부모들은 관청을 시름과 눈물을 뿌리며 떠돌고 있다. 문득 한용운 시인의 '당신을 보았습니다'라는 시구가 머리를 스쳐갔다.
나는 갈고 심을 땅이 없으므로 추수가 없습니다.
저녁거리가 없어서 조나 감자를 꾸러 이웃집에 갔더니
"거지는 인격이 없다. 인격이 없는 사람은 생명이 없다. 너를 도와주는 것은 죄악이다."고 말하였습니다.
그 말을 듣고 돌아 나올 때에 쏟아지는 눈물 속에서 당신을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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