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수정 : 6일 오후 2시 1분]머니투데이 2월 27일자 기사 '박근혜 정부 5년 사교육비 총액 150조 전망'에서 사교육비와 관련한 최신 연구를 소개하고 있다. 기사가 근거로 삼고 있는 연구는 성균관대 교육학과 양정호 교수의 <우리나라 역대 정부의 사교육비 추이 분석>이라는 논문이다.
이 연구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5년 간 사교육비 총액이 150조 원에 육박할 것이라고 한다. 연평균 30조 원에 달하는 큰 비용이고 이전 정부 때보다 사교육비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으로 정부차원의 적극적인 대책을 요청하고 있다.
그런데 이 연구에서 집계한 사교육비 통계는 통계청의 집계와 상당한 차이를 나타내 보이고 있다. 2013년도 2월 6일자 '2012년 사교육비조사 결과'라는 제목의 통계청 보도자료(교육과학기술부 동시 배포) 에 의하면 MB정부의 연평균 사교육비 총액은 약 20조5천억 원이다. 반면에 양정호 교수의 연구는 약 27조2578억 원이라고 한다. 대략 7조 가량 차이가 나는 셈이다.
기사는 이와 관련하여 "정부의 사교육비 통계는 방과 후 학교와 EBS 비용 등이 빠져 있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모두 포함됐다. 사교육비 전체를 통틀어 분석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통계청 자료는 방과 후 학교, EBS 비용, 어학연수에 대한 통계를 별도로 기재하고 있다(통계청 보도자료 19쪽 참조). 이 세 가지 항목의 합계는 연평균 2조 미만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 비용을 포함하더라도 MB정부의 연평균 사교육비 총액은 약 22조를 조금 웃도는 수준이기 때문에 5조 가량의 큰 차이를 설명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보다 중요한 문제는 "박근혜 정부에서는 수능과 상대평가의 강화 등으로 역대 정부 가운데 사교육비가 가장 크게 증가한 노무현 정부와 비슷한 경향을 보일 것"으로 양정호 교수가 전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사에 의하면 양 교수는 구체적으로 2013년 28조7904억, 2014년 29조4015억, 2015년 30조126억, 2016년 30조6237억, 2017년 31조2348억 원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수능과 상대평가가 강화된 것은 MB정권 때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MB정권은 영어몰입식 교육, 국제학교, 특성화고교, 자율형 사립고 도입 및 확대 등으로 교육의 시장화를 추구했다. 전형적인 신자유주의에 입각한 교육정책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B정권 하에서 사교육비 총액은 감소하였다.
정책으로만 보자면 MB정권은 사교육 시장의 최고의 호재였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교육비가 감소했다는 것은 불황과 학생 수 감소가 주요 변수로 작용했음을 시사한다.
<표 1>은 연도별 MB정부 사교육비 총액이고 <표 2>는 연도별 학생 수이다. 붉은 색으로 표시된 것은 전년 대비 증감률인데, 학생 수는 매년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이며 이와 함께 사교육비가 감소하였다는 것은 학생수 감소가 사교육비 감소에 영향을 주었음을 시사한다.
초중고 학생 수는 2005년부터 2013년도까지 8년간 무려 약 127만 명이나 줄었다. 2013년도 9월 5일자 '2013년 교육기본통계 조사 결과 발표'라는 제목의 교육부 보도자료에 수록된 그래프(아래)를 보면, 특히 초등학생 수(붉은 선)의 감소가 두드러지게 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MB정부의 방과 후 학교 활성화 정책도 사교육비 감소에 영향을 주었다고 볼 수 있다. 2013년도 2월 6일자 교육부 보도자료를 보면('2012년 사교육비조사 결과'의 4, 19쪽 비교) MB정부 기간 동안 사교육 참여 학생 비율은 매년 1~2% 감소한 반면 방과 후 학교 참여율은 매년 1%씩 증가하였다. 해마다 사교육 참여 인원의 1%정도가 방과 후 학교로 이동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위에서 살펴본 자료들을 보면 학생 수 감소와 방과 후 학교 참여 학생 증가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추세가 최소한 향후 6년간만 지속된다고 전제하더라도 2020년에는 학생 수가 현재보다 최소 90만 명이상 줄 것이고 사교육 참여율은 50~60%미만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할 수 있다.
게다가 선행학습 금지법이 통과되었고 MB정부 이후 사교육 관련 특별한 호재가 있을 가능성이 없다. 또한 경제 전문가들은 가계 빚 규모가 한계치에 이르러 장기적인 불황이 불가피할 것이라 내다보고 있는데, 이 역시 사교육 시장 축소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사교육 종사자들의 수는 최소 30만 명이상으로 추정되는데, 사교육 종사자 및 사업자들이 이에 대하여 대비하지 않는다면 큰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
따라서 양정호 교수의 연구 결과를 따라 박근혜 정부 기간에 사교육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측하고 사교육 사업을 확장하거나 새로 진출한다면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양 교수의 연구 결과는 사교육 현장의 체감 경기와도 상당한 괴리감이 있다. 최근에는 대형 입시학원들도 사업을 축소하고 있는 형편이고 파산하는 사업자들도 늘어가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이제 정부는 한편으로는 사교육비 부담을 낮추기 위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쳐가면서도,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사교육 시장의 붕괴로 늘게 될 실업자들에 대한 대책도 고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