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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학생들은 방학을 맞이하면 영어공부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대학교 졸업 요건과 대외활동 자격 조건, 기업에서 요구하는 토익점수를 얻기 위해 학원에 등록하고, 방학의 대부분을 토익공부에 쏟는다.

정작 요즘과 같은 글로벌 사회에서 중요한 것은 실질적으로 외국인을 상대할 수 있는 영어 듣기 능력과 말하기 능력이다. 그럼에도 현재 우리나라의 대학생들은 영어 점수 올리기에만 열을 올린다.

대학생들 중에 '말하는 영어'를 위해서 어학연수를 떠나는 학생들도 있다. 하지만 적게는 3개월 많게는 1년 동안 타지에서 영어를 배웠는데도, 영어 실력이 향상되지 않았거나 심지어 한 문장을 완벽하게 만드는 것조차 힘들어하는 걸 쉽게 볼 수 있다.

물론 영어라는 언어가 하룻밤 사이에 깨달아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이 어학연수에 들인 비용과 시간에 비하면 그 효과가 약한 듯하다.

이러한 현상은 그들이 처한 여건이 나빠서가 아니다. 적어도 필자가 머물렀던 필리핀의 한 학원에서 볼 수 있었던 한국 학생들의 모습은 왜 그들이 타지에서 영어공부를 하고 왔음에도 아직 영어가 서툴고, 어려운지를 이야기 해준다.

지난 2월 한 달. 필자가 머무른 학원은 필리핀 세부의 한국인 운영하는 어학원이었다. 그곳에서는 한국인뿐만 아니라 많은 일본학생들이 공부했으며, 타이완에서 온 학생들도 볼 수 있었다.

출국 전 얻은 이 학원에 대한 정보는 세부에서 가장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고, 학원 선생님들의 연수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국적 비율이 대체로 다른 학원에 비해 좋아 영어에 노출되기 쉽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학원에 도착했을 때 깨끗한 시설과 학원 선생님들의 수준 그리고 수업 여건도 영어를 공부하기에 불편함이 없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문제가 되었던 것은 학원의 시스템도, 선생님들도 아닌 바로 학생들에게 있었다.

필리핀 어학원에서 가장 많이 들은 말 "여행 안 가요?"

게시판에 버젓이 영어사용권고문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국어를 쉽게 들을 수 있었다.
▲ 영어사용경고문 게시판에 버젓이 영어사용권고문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국어를 쉽게 들을 수 있었다.
ⓒ 이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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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어디에서도 영어 듣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으며, 어딜 가든지 들리는 것은 그들이 사용하는 모국어뿐이었다. 이곳에 머무르면서 '이곳이 한국에 있는 학원인가 아니면 필리핀에 있는 어학원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들의 영어 사용량은 적었다. 학원에는 분명 "이 장소에서는 영어만을 사용하시오" 라는 문구가 붙어있음에도, 그러한 경고는 그들의 머릿속에서 빠져나간 지 오랜 일처럼 보였다.

필리핀에는 스파르타 학원, 세미 스파르타 학원 그리고 프리스타일 학원이 있다. 스파르타 학원은 나름대로 학원 규제가 강해 학생들이 영어공부에 조금 전념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준다고는 하지만 다른 형태의 학원인 세미 스파르타 그리고 프리스타일 학원의 학생들은 본인의 공부 의지가 동반되어야 영어실력을 끌어 올릴 수 있다.

하지만 필자가 지켜본 한 달간의 학생들 모습은 학원 수업이 끝난 후 모두들 밖으로 나가 쇼핑을 즐기거나 유흥을 즐기고, 주말에는 여행가기에 바빴다. 타지에서 이런저런 경험을 하는 것은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현지인 친구와 여행을 가거나 아니면 학원에서 공부하는 외국인 학생들과 함께 어울리면 영어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곳 학생들에게 영어는 뒷전이었다. 학원에 있는 동안 가장 많이 들은 말 중 하나가 "여행 안 가요? 어디 안 나가요?"라는 말일 정도로 학생들의 관심은 영어가 아닌 여가생활이었다.

현지 교사 "한국 학생들, 영어 배우러 왔는데 한국말 사용"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야하는 자습실. 텅 비어있다.
▲ 비어있는 자습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어야하는 자습실. 텅 비어있다.
ⓒ 이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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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 중에는 학원에서의 시간이 영어공부에 도움이 되었다는 학생도 있다. 서울의 한 사립대 영어과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이곳에서 지내는 동안 많은 1:1 수업을 통해서 영어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면서 "영어과인데도 영어울렁증이 있었고, 말하는 것에 자신이 없었는데 현지인들과 부딪히면서 울렁증이 없어졌고, 영어를 이제는 어느 정도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학생은 "수업시간 외에는 다들 자기네 언어로 의사소통을 하기 때문에 수업시간 외에는 크게 도움이 안 된다. 그리고 학생들이 공부를 안 하는 분위기라서 본인의 의지없이는 힘들다"고 덧붙였다.  

현지 선생님들 또한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이곳에서 1:1 수업을 담당하는 한 선생님은 "한국 학생들 가운데는 수업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학생들이 많다"며 "이곳에 영어 배우기 위해 왔는데도 영어가 아닌 한국말을 사용한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학원 오리엔테이션이 있던 날 한국인 담당자가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과거에는 정말 (돈이) 없어서 공부에만 몰두했는데, 요즘 학생들은 놀 것 다 놀면서 공부하는 스타일이라 여행도 많이 다니고 그래요."

그의 말에서 어느정도의 '가시'를 느낄 수 있었다. 필리핀 어학연수와 관련해 그곳의 '환경'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하지만 필리핀으로 어학연수를 떠난 학생들의 마음 속에는 영어가 아닌 다른 것이 있다. 

지금 한국인 학생들에게는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이 무한하지 않다는 것을 인식하고, 자신이 그곳에 간 목적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설정하는 게 필요하다.


태그:#필리핀 어학연수, #한국학생, #필리핀, #세부, #어학연수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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