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가 스승을 평가하는 제도가 정착돼고 있다. 동국대학교는 우리나라 최초로 2008년부터 교수강의평가를 실시하여 학생이 교수를 평가하도록 했다. <이데일리> 기사 '강의평가 도입 5년, 원조 동국대 교수 49.4% 강의질 개선 위해 필요'를 보면, 우려와 기대 속에서 시작된 강의평가제도가 동국대 내에서는 대학교육의 질을 높였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얻었다고 한다. 강의평가는 일반대학교뿐만 아니라 일부 사이버대학교에서도 실시하고 있다.
이제 모양새 갖추는 정도K사이버대학교는 2014년 1학기부터 강의평가 결과를 공개하기 시작했다. 수강과목에 대한 학생들의 평가가 100점 만점으로 환산되어 공개되는 방식이다. 점수는 다음 학기 수강신청을 할 때, 확인할 수 있다.
재학생 Y씨는 "수강신청을 할 때, 무슨 과목을 신청할지 막막했어요. 이제는 선배들 조언과 함께 객관적인 점수를 참고할 수 있게 되었으니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학생들이 이 사실을 제대로 알고 있는 거 같지는 않아요. 공지사항도 확인할 수 없었고, 오프라인 모임에서 얘기하면 처음 듣는 얘기라고 해요. 그때는 이미 수강신청이 끝난 때였죠"라고 말했다.
W디지털대학교 재학생 K씨는 "성적확인을 할 때, 강의평가를 하게 되어 있기는 해요. 그런데 강의평가 결과가 제대로 반영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더 투명하게 공개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에요"라고 말했다.
K사이버대학교 총학생회는 "강의평가가 형식적으로 시행된다는 학생들의 여론이 있어서, 학기 중에 시행되었던 강의평가를 작년부터 성적을 확인하는 시점으로 변경해달라고 학교 측에 요청했습니다. 학교 측에서는 총학생회의 요구대로 시점을 변경하면 학생들의 불만과 참여율이 떨어진다고 우려했습니다. 예상했던 대로 예전보다 참여율은 떨어졌다는 결과를 들었지만 강의 평가 시점 변경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강의평가의 시점은 대학마다 자율적으로 하고 있다. 같은 재단의 K대학교는 캠퍼스마다 다른 방식을 도입하고 있는데, 학기 중에 한 번, 성적확인 시점에 한 번, 교수가 요청할 때 시행하는 등 다양한 방식을 함께 사용한다. 이런 방법들은 학생들의 심리적인 부담감을 덜기 위한 방안으로 풀이된다.
강의평가가 학생들에게 불편한 제도라고 인식하는 학교의 생각은 구시대적이다. 서울대는 2013년 1학기부터 강의평가를 전면 개편했다. 미래교육팀 관계자에 따르면 "평가문항을 기존 18~20개에서 5개로 줄였습니다. 이 중 2개 문항은 해당 과목의 장점과 단점을 기술하는 것으로 3개 문항만이 5점 척도로 조사됩니다. 문항은 1) 이 강의는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웠다. 2) 강의 준비와 강의 내용이 충실했다. 3) 교육방법이 효과적이었다로 제시됩니다. 보완책으로 단과대학별로 선택해서 추가할 수 있는 문항을 열어두어 보완이 가능하게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대체로 대학들이 5점 척도로 평균을 내는 방식을 유지하면서 보완책을 둔 것이다.
강의평가 개편에 대한 연구과제에 학생들 참여 요청은 없었다고 하지만 응답률은 높아졌고, 신뢰도와 신중한 평가가 가능하게 되었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강의평가는 학생들의 기본적인 학습권일반대학교 학생들은 학교에서 시행하는 강의평가와 별도로 자체적인 소통 공간을 만들어 과목과 담당교수를 평가한다. 온라인 커뮤니티이면서 학생들만의 공간이기 때문에 평가 결과는 매우 적나라하다. 대부분이 익명의 개발자가 학생 권익을 위해 만든 사이트들이다. 사이버대학교는 아직 이러한 커뮤니티가 등장하지 않았다.
대한민국사이버대학교총학생회연합 대변인은 "사이버대학교 재학생들이라 온라인 커뮤니티를 활용할 것 같지만 이런 부분에서는 아직 아무런 움직임이 없습니다. 가능하다면 학생들끼리 주체적으로 학습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시작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교육의 질은 학생들이 요구해야 높아질 수 있습니다. 강의평가는 21개 사이버대학교에서 모두 시행하는 것도 아닙니다. 시행하고 있다고 해도 보완할 점이 많습니다. 학생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개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