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부러운 사람들이 몇 있습니다. 말과 토론을 재밌고 재치있게 하는 사람들, 설교와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이 그들이죠. 그 가운데서도 글 잘 쓰는 사람들이 제일 부럽긴 합니다. 물론 그 글과 삶이 일치할 때 말이죠.
그런 뜻에서 볼 때 얼마 전에 읽은 김성동의 <외로워야 한다>는 정말로 좋은 책인 것 같았죠. 선비들이 지켜야 할 마음가짐과 몸가짐을 하루 12시각으로 나누어 정리한 책이었는데, 그만이 쓰는 논리와 수사가 독특했고, 고운 우리말도 잔뜩 들어 있었죠. 그의 멋진 글 솜씨를 언제쯤 닮아갈 수 있을까요?
고종석이 최근에 펴낸 <고종석의 문장>은 한국어 글쓰기 강좌 첫 번째 마당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당대의 대표적 문장가라 할 수 있는 고종석의 글쓰기 강의를 녹취하여 정리한 것인데, 내용 전체가 인문 교양과 언어학적 지식을 전달하는 데 쏟아 붓고 있는 느낌입니다. 물론 둘째마당과 관련된 책은 하반기에 나올 예정이라고 하죠.
그는 글을 잘 쓰는 게 천부적인 소질에 있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글을 잘 쓰려면 계속 쓰는 게 중요하다고 하죠. 그와 관련된 일화를, 그가 개인적인 스승으로 삼고 있는, '김현 선생'에게서 찾고 있죠. 그 선생의 20대 글과 마지막으로 펴낸 <말들의 풍경>이라는 평론집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차이가 있다고 하기 때문이죠. 그 선생을 비롯해 이 땅의 모든 사람들은 글을 쓰는 것만큼 글 솜씨가 계속 늘어난다고 하죠.
물론 글마다 흡인력을 갖는 차원은 남다르다고 합니다. 고종석이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 것도 그 때문이죠. 그만큼 매혹적이게 쓰고, 간결하면서 핵심적으로 쓰라는 것입니다. 에릭 시걸의 <러브 스토리>나 카뮈의 <이방인>에서도 그 모습을 본받을 수 있다고 하죠.
그런 바탕 위에다 고종석이 덧붙이는 게 있습니다. 이른바 글에 논리가 있어야 하고, 그만큼 잘 읽히려면 화장도 해야 한다는 게 그것이죠. 그걸 논리학과 수사학으로, '로직'과 '레토릭'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다만 글을 쓰면서 조심해야 할 게 있다고 합니다. 이른바 '-적'이란 말은 뺄 수만 있다면 빼는 게 낫다고 하죠. 왜냐하면 일본어투가 한국어 문장에 무절제하게 침투해 들어온 꼴이라고 하기 때문이죠. 그것은 '-에 있어서의'도 마찬가지로 하죠. 또한 문장 흐름이 자연스럽다면 어지간한 접속사는 빼는 게 낫다고 말하죠.
"'상경한다'거나 '서울에 올라온다'는 표현에는 서울을 높은 곳으로 떠받드는 느낌이 있습니다. 지방으로 '내려간다'는 표현도 마찬가지입니다. 서울중심주의가 짙게 배어 있는 말입니다. 그냥 '철원에서 서울로 왔다' '서울에서 철원으로 갔다', 이런 식으로 썼으면 좋겠습니다."(361쪽)왜 이렇게 권하고 있는 걸까요? 많은 사람들이 서울중심주의를 갖고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쓰는 표현이긴 하지만, 서울과 지방의 차이를 명시하는 표현은 삼가는 게 좋겠다는 뜻에서 하는 말이겠죠. 그만큼 글에서나 말에서나 정치적 올바름을 적당하게 실천하는 게 미덕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무쪼록 글을 잘 쓰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면, 이 책을 필히 거처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당대의 대표적 문장가라 칭송받는 고종석의 글쓰기 강연을 통해 남다른 인문 교양과 언어학적 지식을 깊이 배울 수 있으니 말이죠.
덧붙이는 글 | 고종석의 문장- 한국어 글쓰기 강좌 1 | 고종석 (지은이) | 알마 | 2014-05-01 | 17,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