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에 수학 식 세 개가 등장했다. 청중들의 얼굴은 긴장으로 굳어졌다. 강사인 류동민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의 설명이 이어졌다.
"경제학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변수와 식이 등장합니다. 여기서 딱 식이 세 개 나오는데요. 보통 경제학책에 비하면 정말 쉬운 식입니다. 그래도 평소에 경제학에 익숙하지 않으신 분들은 쳐다보기만 해도 도망가죠. 최대한 쉽게 설명하겠습니다."류동민 교수는 자본소득분배율, 균제상태, 자본수익률 등 일반인에게 생소한 개념들을 일상의 예를 들며 쉽고 재미있게 설명했다. 굳어졌던 수강생들의 얼굴이 점차 밝아지며 가끔은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프랑스에서 출발한 피케티 열풍, 대전까지 불다지난 10월 1일 저녁 둔산동에 위치한 대전시민아카데미에서 '류동민 교수와 함께 읽는 21세기 자본' 강좌의 한 장면이다. 이날 첫 강연에서 '돈이 돈을 번다 - 자본소득과 근로소득'이라는 주제로 책 <21세기 자본> 2부까지의 내용에 대해 강의가 진행됐다. 올 상반기 미국에서 불기 시작한 프랑스 경제학자 피케티의 열풍은 우리나라까지 도달했다. 우리말 번역본이 사전예약판매분만 6000권을 기록했다. 지난 9월 저자 토마 피케티의 방한과 함께 소득 불평등 논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날 강연에서 피케티와 소득 불평등에 대한 관심은 확인할 수 있었다. 강좌를 준비한 대전시민아카데미 관계자는 "어려운 경제학 강의가 정원을 초과하여 보조의자까지 준비한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중학생 자녀와 함께 이번 강좌에 참가한 조현희(둔산동)씨는 "퇴근 후 피곤하지만 피케티의 이론과 소득불평등 문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며 "아이 역시 약간은 어렵지만 계속 참석하고 싶다고 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강좌를 준비한 대전시민아카데미는 저녁에 시간을 낼 수 없는 시민들을 위하여 한살림대전, 대전iCOOP생협과 함께 조복현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를 초청한다. <21세기 자본> 강좌는 10월 30일부터 매주 목요일 오전 10시에 네 차례에 걸쳐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