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 시정 2기의 핵심공약 중 하나인 '서울역고가 공원화'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에 택시를 운전하는 한 시민기자가 주장글을 보내와 싣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이와 관련한 다양한 논쟁을 기다립니다. [편집자말] |
박원순 서울시장님, 시정에 얼마나 노고가 많으십니까.
저는 경기도 일산에 주거하는 택시기사입니다. 그러나 현재 소속은 일산에서 근거리에 있는 서울지역의 한 법인택시 회사에 있으니 시장님께 이렇게 인사드려도 무방하리라 생각합니다. 시장님께서 나경원씨(현 새누리당 국회의원)와 그리고 정몽준씨(전 새누리당 국회의원)와 서울시장직을 놓고 필사의 결전을 벌일 때, 저는 주거지가 경기도인지라 선거권은 없었지만 마음만은 늘 시장님 편이었습니다.
서울역고가 공원화 공사, 전 반대입니다새누리당의 거물 정치인 정몽준씨를 물리치고 서울시장 재선에 성공한 후 야권에서 유력한 대권후보군에 오르내리는 요즈음, 예전의 시장님과는 조금은 달라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저 혼자만 하게 되는 걸까요. 전에는 저같은 사람도 시장실 문을 두드리면 반갑게 맞이해 줄 것 같은 소박한 이미지였습니다. 그런데 요즈음 TV에서 어쩌다 뵙는 시장님은 과연 유력한 차기 대선후보답게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다는 인상을 받게 됩니다. 시장님도 다른 권력자들이 간 '같은 길'을 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대한민국 헌법 제1장 제2조 2항에 이렇게 명기되어 있지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그러나 참으로 아쉬운 것은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프로 정치인이 되면서 이렇게 헌법에 명명백백하게 명시된 사항을 전혀 개의치 않게 된다는 점입니다. 이들 정치인들이 하는 행태를 보면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게 아니라 권력은 그들 자신으로부터 나오는데 '느덜이 무슨 말이 그리 많으냐' 하는 식이니 참으로 어이없고 한심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얼마 전 SBS 저녁 뉴스를 보는데 마침 시장님 인터뷰 장면이 나오더군요. 뉴스 앵커는 서울역 고가공원화를 야심찬 서울시의 계획이라고 하더군요. 무엇이 그리 야심찬지 선뜻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시장님께서는 서울역고가 공원화를 확실히 추진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서울지역을 다람쥐 쳇바퀴 돌 듯이 다니는 택시기사이다 보니 일 주일에 적어도 한두 번은 서울역 고가를 다닙니다. 2013년 감사원이 서울역 고가 붕괴 위험을 지적한 이후로는 약간은 꺼림직한 기분까지 듭니다. 요사이는 고가 교각 양 옆으로 남대문시장 상인들과 지역주민들이 내건 형형색색의 '서울역 고가공원화 반대'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어 으시시한 기분까지 들게 되네요. 언젠가는 이곳에서 'OK 목장의 한 판 결투'가 기어이 벌어질 것 같은 긴장감이 감도는 듯합니다.
서울시는 미국의 어느 도시를 벤치마킹해 고가 공원화를 추진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것이 서울시에도 적합할까요. 지상에서 수십 미터 떨어진 허공에서 과연 식물이 온전히 자랄 수 있을까요. 물론 할 수 있겠지요. 많은 비용을 들여서라면 말입니다.
그런데 서울역 고가 바로 옆에는 남산이 있습니다. 아름다운 남산에서 아름다운 꽃과 나무들이 철따라 피고 지는데 굳이 이곳에 고가공원을 만들어야 할까요. 나아가 뾰족한 대안 없이 공원화가 추진되면 주변 지역의 교통정체는 불 보듯 뻔합니다. 서울시가 교통대책을 마련했다고 하지만 기준 미달 수준으로 보여지니 어쩌지요.
오세훈 시장의 '양화대교' 공사, 기억해야 하는 이유
불과 몇 년 전 일이지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한 일을 이 시점에서 같이 되짚어 봅시다. 그의 원대한 '서해뱃길사업'의 첫 작업으로 멀쩡한 양화대교에다 공사를 진행했지요(양화대교 구조개선공사). 잘은 몰라도 수백억 원의 공사비가 투입되었을 겁니다(정확히는 490억원이지요).
타당성 논란은 차치하고 공사 기간 동안 밤낮 없이 계속된 교통정체로 인해 서울시민이 입은 막대한 경제적·심리적 피해는 누가 어떻게 보상해 줬나요? 감사원이 '서해뱃길 사업 부적합 판정'을 내린 직후 오세훈 서울시장이 도중 하차해, 서해뱃길 사업은 폐기처분됐습니다.
물론 박원순 시장님이 이 사업을 끝까지 밀어붙인다면 어느 누가 막을 수 있을까요. 그러나 과연 시장님이 임기를 마치고 난 후, 다음 시장이 아님 다다음 시장이 서울역 고가공원을 고이 보전한다는 보장은 전혀 없습니다.
서울역 고가 인근 지역 주민도 아니고 남대문 상인도 아닌 일개 택시기사가 이 문제에 어찌 한마디 하느냐고 한다면 저도 약간의 이해관계가 있긴 하답니다. 택시는 차량 정체에 반비례해서 생산성이 떨어집니다. 이 지역의 차량정체가 심화된다면 제 수입과도 약간의 관계가 있긴 하겠지요. 하하하.
이완구(현 국무총리)씨의 총리입각을 저지하기 위한 마지막 방법으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신임 대표가 '여론조사에 의한 총리지명'을 제안하지 않았습니까. 서울시와 지역주민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이 시점에서 저도 그 방법을 같은 심정으로 제시하고 싶네요. 시장님의 재선에 기꺼이 동의한 서울 시민의 뜻을 묻겠다는 거지요. 귀찮케 왜 그러느냐고요?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고 국민을 위해 사용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시장님, 부탁드립니다.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