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우리 사회에서 싸우고 있는 사람들, 보이지 않는 사람들, 그리고 잊지 않는 사람들을 찾아가 만나고 이들의 목소리를 전하는 프로젝트입니다.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해 싸우는 이들의 이야기를 기획하여 인터뷰로 연재하고 있습니다.... 기자말 지난 2월 7일, 우리 사회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해 오던 아르바이트 노동자(아래 알바노동자)들이 서울 서대문구 신촌 거리에 나왔다. 이들은 "체인지 더 맥도날드", "알바도 노동자다" 등 구호를 외치면서 행진했다. 아르바이트 노동조합(아래 알바노조)이 주최한 이 날 퍼레이드는 맥도날드 신촌점 기습시위로 시작돼 맥도날드 연세대점까지 이어졌다.
이날 이들이 맥도날드 앞에서 시위를 벌인 건 한 맥도날드 알바 노동자의 부당한 해고에 항의하기 위해서였다. 맥도날드 부천 역곡점에서 일하던 알바노동자 이가현(23)씨는 지난해 9월 15일 맥도날드로부터 일방적인 해고통지를 받았다. 노동조합 활동을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가현씨의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자 지난 20일 부천의 역곡역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카페에 자리잡은 그는 차분하고 낭랑한 목소리로 인터뷰에 응해 주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내가 일한 곳부터 바꿔나가겠다"
- 간단한 자기소개와 활동하고 계신 알바노조에 대해서 설명해 주시겠어요?"저는 가톨릭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있고, 알바노조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23살 이가현이라고 합니다. 알바노조는 2013년 8월에 처음 생긴 단체입니다. 알바 관련 문제들이 해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모여서 만든 노동조합입니다. 주로 노동 상담도 해주고 법을 지키지 않는 사업장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거나 법적 제재를 요청하는 등의 일을 하고 있습니다. 단순하게 법을 준수하는 것을 넘어서 알바들의 인권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단체죠."
- 해고 당시 상황과 현재 진행 상황에 대해 말씀해 주시겠어요?"작년 5월 한국을 포함한 35개의 나라에서 저임금 고강도 노동에 시달린 전 세계 패스트푸드점 직원들이 생활임금과 노동권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습니다. 그때 한국 맥도날드의 노동환경 실태에 대한 증언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점장님께서 '네가 노동조합 활동 하는 것을 주변 사람들이 불편해 한다'며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고 말씀하셨어요. 부당한 이유로 해고통지를 받게 된 거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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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매장 앞에서 기자회견도 했지만 매장에서는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 후 본사에 공문도 보내고 노조 차원에서 교섭하자고 이야기도 해보았지만 일방적으로 무시 당했습니다. 그 이후로 계속 기자회견을 하고 노동위원회에 진정을 넣고 지금은 결과를 기다리는 중입니다."
- 해고노동자로서 현재 심정은 어떤가요?"맥도날드에서 해고되었을 때 다른 일을 찾아 보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알바노조와 이야기를 하게 되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여기서 한 번 안 고쳐지면 다른 데 가서도 똑같이 근로계약서 안 쓰고 최저임금 겨우 받으면서 일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여기 맥도날드에서부터 차근차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죠. 해고노동자로서 '내가 일한 곳부터 바꿔나가야겠다'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 노조활동을 하면서 방송이나 신문에 많이 나왔는데 그 이후에 어떤 변화가 있나요?"이전부터 알바노조에는 맥도날드 관련 제보들이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언론에 나오고 나서 더 많은 제보들이 들어오기 시작했죠. 알바노조 조합원분들도 늘었습니다. 그 분들이랑 모임을 만들어서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해서 얘기도 나누고, 부당해고뿐만 아니라 맥도날드의 노동 문제 전반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죠."
대책 없는 맥도날드, 뿔난 알바노조 2차 점거 실시
- 지난 2월 7일 알바노조에서 서울 신촌에 있는 맥도날드를 점거했다고 들었는데요. 당시 상황 에 대해서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올해가 맥도날드가 한국에 온 지 27년째 되는 해라고 해서 날짜를 2월 7일로 맞추고 유동인구가 많은 신촌에 갔습니다. 몇 명은 밖에서 구호를 외치면서 피켓을 들고 매장 안으로 들어갔죠. 언론에 보도되자 맥도날드에서 '법적 대응을 검토해 보고 있다'며 유감이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자신들의 노동 문제에 대해서는 거의 고려하지도 않고, 개선할 의지도 없어 보였습니다."
- 맥도날드의 '꺾기' 실태에 대해 작년 5월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35개국 패스트푸드점 노동자들이 맥도날드 매장 앞에서 고발한 적이 있어요. 꺾기가 무엇인가요?"꺾기란 원래 정해진 근무시간에 손님이 많지 않다는 이유로 알바들을 일찍 퇴근 시키는 걸 말합니다. 다른 경우로는 대타로 쓰는 경우도 있고, 오히려 늦게 나오라고 하는 경우도 종종 있죠. 아예 나오지 말라는 경우도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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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려진 바로는 알바노동자들이 꺾기 같은 부당한 대우를 받은 적이 많다고 하는데, 왜 공식적으로 적발된 사례는 없을까요? "우리나라 정부에 근로감독관으로 일하시는 분들이 계시지만 그 인력이 매우 부족합니다. 그래서 근로감독관 한 명이 1000개의 사업장을 혼자 관리를 해야 되는 상황이죠. 근로감독관이 감사를 서류상으로만 하면 직접 현장에서 일을 하지 않는 이상 현장 상황을 거의 알 수가 없죠. 그래서 알바노조에서 직접 실태조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맥도날드에서 일을 했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했는데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은 사람만 반절 이상이 나왔습니다."
- 이번 달에도 2차 점거를 한다고 들었는데, 또 계획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요?"지난 점거를 한 이후에도 맥도날드 측에서는 노동 문제에 대해 개선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정부에서는 맥도날드에 대해 확인된 노동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현재 알바노조에서는 맥도날드 관련 제보들이 계속 쏟아지는 상황입니다.
지난 3월 20일에도 홍제점에서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홍제점에서 기자회견을 한 이유는 맥도날드에서 일하시는 분 중에 5년을 넘게 일을 했음에도 임금은 고작 100원밖에 오르지 않았고 심지어 근로계약서를 쓴 적도 없었다는 제보가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이런 일들이 아직도 알바노조에 적지 않게 제보되고 있어 알바들의 무서움을 보여주고자 2차 점거를 하게 되었습니다."
"사회의 소수자들, 약자들의 목소리가 되고 싶어요"
- 현재 대학에서 법을 공부하신다고 들었는데 어떤 일을 하고 싶나요?"원래는 기자를 하고 싶었습니다. 알바노조 활동을 통해서 기자들을 많이 만나게 됐는데 그냥 받아쓰기를 하는 기자분들이 많았습니다. 받아쓰기 하는 기자는 되고 싶지 않아서 지금은 다른 방법으로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일을 찾고 있습니다.
사회단체에서 일을 하거나 공부를 좀 더 해서 노무사에도 도전해 볼 생각입니다. 알바노조와 함께 활동을 하니까 '혼자 싸우는 것보다 다 같이 함께 싸우면 사회가 조금씩 바뀌는 구나'라는 생각도 들어서 단체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합니다."
- 앞으로 아르바이트 노동문제를 사회에 알리고 풀어나가기 위해 어떤 활동들을 하실 예정이신가요?"일단 맥도날드와 관련한 해고문제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알바노동자들을 쉽게 고용하고 쉽게 해고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활동할 겁니다. 패스트푸드 업체나 요식업체 등 점점 범위를 넓혀 가면서 활동할 계획입니다."
- 맥도날드 부당해고와 같은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알바노동자들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단 근로계약서, 알바노동자에 대한 권리, 임금 등 노동법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법을 안다고 해서 다 통하는 건 아닙니다. 그래서 법을 아는 것 이상으로 알바노동자분들이 모여 서로 의지하고 도와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고용주분들이 알바노동자분들을 함부로 대할 수 없을 만큼 알바노동자분들이 힘을 합치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 여전히 우리 사회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알바노동자분들과 비정규직 노동자분들을 위해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저뿐만 아니라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분들도 최저임금을 받으면서 생활하고 있고, 부당한 일을 당해도 참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들이 우리가 못나서도 아니고 우리들 개인의 잘못인 것도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하찮아서 일을 못하는 게 아니라 사회구조적으로 일도 하지 않으면서 대기업이나 본사가 돈을 다 가져가는 것이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알바노동자분들과 비정규직 노동자분들이 좀 더 힘을 내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