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앞에서 내가 과연 잡지를 팔 수 있을까.'노원역 2번 출구에서 <빅이슈> 잡지를 판매하는 빅판(빅이슈 판매원의 줄임말) 박규환(가명, 41)씨가 했던 생각이다. 지난 11일 만난 박씨는 1년 전 빅판 일을 시작했을 당시를 떠올렸다.
"일을 시작 했을 때는 마음만 힘든 것이 아니라 몸도 힘들었어요. 오후 2시부터 10시까지 지하철역 근처에 서서 멘트를 외치며 판매하는 일이 목에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일을 시작한지 얼마 안 됐을 때는 귀가 후 다리에 힘이 풀려 집에 들어가자마자 주저앉은 적도 있었어요. 일을 하는 게 오랜만이라 그랬던 것 같아요. 지금은 적응했고, 힘들어도 일을 한다는 게 행복해요."박씨는 노숙인 생활 끝에 잡지 판매를 시작하게 됐을 당시 모든 게 익숙하지 않았다. 그래도 직업을 가지고 일을 할 수 있어 다시 사회로 나왔다. 자립의 희망이 생겼다고 한다.
박씨는 노숙인 생활을 시작하기 전 10년 동안 자동차 정비공으로 일했다. 일본에서 살아보고 싶었던 박씨는 3년 동안 일본 생활을 했다. 박씨는 이렇게 긍정적이고 도전적인 사람으로 자신을 기억했다. 하지만 어느날 친한 친구에게 사기를 당하고나서부터 노숙인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박씨는 빅판 활동을 통해 자립을 희망한다. 교회에 가는 일요일을 제외한 날 오후 2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빅이슈>를 판다.
"자립에 성공하면... 다시 자동차 정비하고 싶어요""지금도 자동차 지나가는 소리만 들어도 정비할 부분을 알 수 있어요. <빅이슈>를 통해 자립에 성공하면 다시 자동차 정비를 하고 싶습니다."그는 빅판 활동을 통해 자립에 성공해 자동차 정비라는 자신의 전문성을 다시금 살리는 날이 오길 간절히 희망하고 있다.
"가끔 거스름돈을 안 받으려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도 꼭 정확한 액수를 돌려드린다. 그렇게 일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박씨에게 <빅이슈> 구매는 기부의 개념이 아니다. 당당한 판매다. 가끔 사람들이 "노숙인 맞아요?" 같은 질문을 한다고. 인상이나 차림새가 말끔해 노숙인이 아닌 것 같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고 한다.
"노숙인 이미지가 연상되도록 옷을 입어야 잡지가 더 팔릴까 하는 생각도 해봤어요. 그래도 이렇게 깔끔하게 입는 편이 더 좋아요."그에게 빅판 활동은 단절된 세상으로 내딘 첫걸음이다. 이 발걸음은 지금의 삶에 자신감과 희망을 줬다. 박씨는 빅판 활동을 통해 경제적 자립뿐만 아니라 사회성 회복과 생활의 활력을 얻고 있다.
"말 걸어주는 사람들, 정말 기쁘고 감사하죠"
"주말엔 교회에 가 예배를 드려요. 평일엔 주어진 시간을 다 채우며 일하고 주말에는 교회에 가요. 식사는 대부분 살고 있는 고시원에서 해결합니다. 가끔씩 장사가 잘 된 날이나 정말 먹고 싶은 게 있는 날은 포장마차에서 혼자 한잔 기울이기도 하고, 음식점에 갈 때도 있어요.고시원에서 혼자 생활하고, 잡지를 판매할 때는 지나가는 사람들 속에서 혼자 멘트를 날리는 게 일상이에요. 때문에 구매하면서 말을 걸어주는 사람들, 판매를 도와주러 오는 사람들은 말벗이 됩니다. 혼자 하는 생활인데 말벗이 생기는 것만으로도 기쁘고 감사해요. 판매원이 되길 고민할 때 사람들 앞에서 뭔가 하는 게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었어요.그러나 지금 저는 이 일을 통해 잡지에 곁들이는 글도 쓰고, 사람들과 소통하게 됐습니다."고단하고 외로웠던 노숙인 생활을 벗어나 교회와 '빅이슈 코리아'에서 다양한 사람을 사귀고 있는 박씨. 그는 최근 사람들과 소통하는 게 즐거워 SNS도 시작했다고 한다.
"사랑과 희망을 전하는 잡지 <빅이슈>입니다."오늘도 박씨는 목소리에 희망을 담는다. 노원역 2번 출구에서 자립의 꿈이 펼쳐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