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마지막 '불금'날에 '7포 세대' 청년들이 더 이상 포기하지 않기 위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청년단체 '2030정치공동체 청년하다'(아래 청년하다)가 주최한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 100인 오픈스페이스' 토론회가 지난 5월 29일 성북구청 다목적홀에서 진행되었다. 이날 행사에는 100여 명의 취업준비생 청년들이 참여한 가운데, 4시간에 걸쳐 활발한 토론이 이어졌다.
청년들은 토론을 통해 재벌대기업에 편중된 경제구조와 직종에 따른 인식·대우·근로조건·급여 등의 편차가 일정 수준 이상인 일자리에만 청년들이 쏠리도록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이런 현상이 청년실업의 주요원인이라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는 중소기업 활성화와 동일노동에 대한 동일임금 지급, 상시적인 비정규직 일자리의 정규직화 등을 논의하였다. 최근 이루어지고 있는 취업률에 따른 대학 구조조정이나 임금피크제, 해외 취업 등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반응이 주를 이뤘다.
'오픈스페이스'는 저명한 조직문화이론가인 해리슨 오웬이 창안한 토론기법으로, 격식과 틀을 벗어나 자유롭고 창발적인 의사 교류를 이끌어내는 집단의사결정 방식이다. 토론 참가자들이 큰 틀의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자유롭게 토론 주제를 제시할 수 있으며, 각각의 주제별로 소그룹 토론을 진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쏟아진 주제들, '역대급'으로 재미있는 토론?
참가자들은 "청년실업 문제 해결을 위한 우리의 역할과 과제"라는 큰 틀의 주제 속에서 토론하고자 하는 주제를 자유롭게 제시했다. 생소한 진행 방식에 처음에는 머뭇거리던 참가자들이 하나 둘씩 자신이 생각해오던 주제들을 내놓기 시작했다.
참가자들이 제시한 그룹토론 주제는 1세션 13개, 2세션 13개로 총 26개에 달했다. 이외에도 청년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청년정당의 필요성, 청년실업이 인간관계에 미친 영향 등 다양한 주제가 제기돼 참가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주제에 따라 적게는 두 명에서 많게는 열 명씩 모여 앉은 참가자들은 토론을 진행한 뒤 그 내용을 보고서 형식으로 정리했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중동 취업'을 포함해 청년들의 해외취업에 대해 논의한 그룹에서는 "국내에 정말 일자리가 없다고 보지 않는다"며 "중소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서 일자리를 마련해줄 고민부터 해야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또한 야근, 특근 등 장시간 노동이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는다는 주제에 대해 논의한 그룹에서는 "한국은 노동력을 쥐어짜서, 여러 사람이 할 일을 한 사람에게 시킨다"며, "초과근무수당을 정확히 지급하고 그 수준을 높여서, 차라리 고용을 창출하게 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의견들이 나왔다.
모든 토론 순서가 마무리 된 이후, 클로징 세션에서 참가자들은 서로 진솔한 소감을 나누었다.
"4시간이 정말 빠르게 지나갔다. 대학 다니면서 처음 '역대급' 재밌는 토론을 했다.""생각지도 못했던 다양한 주제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던 뜻 깊은 자리였다.""청년세대가 무너지면 우리 사회에 미래가 없다는 것을 토론을 통해 느끼게 됐다." 열띤 토론이 진행된 4시간은, 우리 사회가 청년들에게 달관세대, 포기세대라는 비관적인 이름을 붙인 것이 과연 합리적인가를 돌아보게 했다. 청년들은 자기 세대 문제를 해결하고 한국 사회의 미래를 고민하는 데 열정과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
'청년하다'는 이후에도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 왕성한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7월 말에는 "청년을 버린 나라는 미래가 없다"라는 캐치프레이즈로 대규모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청년문제의 원인 분석과 대안 생산을 위해 강연회, 렉쳐멘터리 경연대회, 토론회 등을 기획중이다.
덧붙이는 글 | 박세호 시민기자는 '2030정치공동체 청년하다'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