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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에 뭐 할 거예요?"

다음 학기가 마지막인 대학교 4학년 A양은 당연하다는 듯이 "여름방학 때 취준생은 취업준비 해야죠. 자격증 따고, 하반기 공채 준비..."라며 한숨을 쉰다.

대학생에게 방학은, 방학이 아니다. 어쩌면 4학년을 포함한 취업준비생들에게 여름방학 계획을 묻는다는 것이 무의미한 것일지도 모른다. 어느 순간부터 취업준비생에게 '방학=스펙 쌓기'가 당연시 된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스펙이 점점 '진화'하고 있다

 인크루트에서 대학생 411명을 대상으로 올해 여름방학 계획에 대한 설문을 진행한 결과, 61.1%가 취업준비를 위한 스펙 쌓기를 계획하고 있다.
인크루트에서 대학생 411명을 대상으로 올해 여름방학 계획에 대한 설문을 진행한 결과, 61.1%가 취업준비를 위한 스펙 쌓기를 계획하고 있다. ⓒ 김수민

처음 시작은 학벌, 학점, 토익인 3대 스펙이었다. 그러다 점점 자격증과 어학연수가 더해져 5대 스펙이 되었고, 공모전, 인턴경력, 사회봉사가 추가되어 8대 스펙, 지금은 성형까지 합해서 9대 스펙이 되었다. 3, 5, 8, 9대 스펙에서 1만 더하면 두 자릿수로 넘어간다.

지금 추세라면 가볍게 뛰어넘을 수 있다. 성형에 이어, 얼마나 더 말도 안 되는 것이 스펙에 포함되어야 할까. 요즘은 모든 것에 스펙이라고 의미 부여를 한다. 누가 성형이 취업을 하는 데 필요한 스펙이라고 생각했을까. 그래서 이제는 뭐가 스펙이고, 스펙이 아닌지 정확히 구분할 수 없다.

자격증 따고, 대외활동 하고, 공모전 나가 상을 타는 것은 좋다. 그러나 이 모든 게 본인 스스로가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일까. 취업준비생들은 면접을 잘 보기 위한 보여주기식 스펙을 쌓고 있다. 물론 취업을 위해서 면접을 잘 봐야 한다. 면접을 잘 보기 위해서는 이력서 한 줄이라도 더 넣을 스펙이 필요하다. 시간과 돈을 들여 스펙을 쌓지만, 실전에서는 안타깝게도 스펙을 유용하게 쓰는 일은 거의 없다.

1년째, 임상검사 전문센터에서 일을 하고 있는 B(24)양은 "취업을 하기 위해 토익 점수를 높이는 데 약 1년이란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정작 회사에서는 업무를 하는데 있어 영어가 크게 사용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는 "막내라서 그런 것도 있지만, 회사에서 주로 하는 업무는 복사하는 일이다"며 "가끔 내가 여기서 지금 뭘 하고 있는 건가 싶다가도, 동기들이 일자리가 없어서 제대로 된 직장 못 구하고 계약직으로 일하거나, 아르바이트 하는 것을 보면 제 투정이 남들에게는 배부른 소리가 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웃픈'(웃기고도 슬픈) 위로를 받으며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보여주기식 스펙의 진화' 부추긴 일자리 부족

 개그콘서트 코너 <렛잇비>에서 대학생 스펙쌓기를 풍자하고 있다.
개그콘서트 코너 <렛잇비>에서 대학생 스펙쌓기를 풍자하고 있다. ⓒ KBS 개그콘서트 <렛잇비>

취업준비생들은 스펙을 쌓아도 사실상 실전에는 필요 없다는 것을 잘 안다. 알면서도 스펙 쌓기를 멈추지 못한다. 스펙을 쌓고, 쌓아도 취업의 문턱은 여전히 높기만 하다. 취업의 문턱이 높은 이유는 취업준비생 수에 비해 턱 없이 부족한 일자리 때문이다.

지난 2월, 청년실업률은 11.1%로 1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청년들이 실제 체감하는 실업률은 22.9%로 4명중 1명은 졸업해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출저: 고향동향 통계) 사실 이는 단순한 숫자에 불과하며, 취업준비생들이 느낄 암담함은 감히 숫자로 표현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생들이 어떻게 스펙 쌓기를 멈출 수 있을까.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자' 라는 심정으로 하나, 둘 스펙을 쌓다보니 과하게 스펙을 쌓아 보여주기식 스펙 현상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현숙 한겨례연구소장은 기자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는 괜찮은 일자리가 계속 늘어나야 한다"며 "고용시장의 수요와 공급 불균형 해소 없이는 답 찾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기존의 괜찮은 일자리(공기업, 대기업)를 늘리는 건 한계가 있고, 매우 제한적이다, 그래서 현재 우리나라 일자리 90%를 차지하는 중소기업 일자리를 괜찮은 일자리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 우선은 청년들이 취업하고 싶은 조건(급여, 복지, 근무 환경 등)이 되도록 지원해야 한다, 중소기업 일자리 질 개선이 적극 추진되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monthlyuniv.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대학생스펙#스펙쌓기#9대스펙#과스펙#스펙쌓기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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