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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말 방과후강사들을 분통터지게 만든 사건이 있었다.

당시 교육부로부터 연구용역 받은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방과후학교 민간위탁 실태조사'를 진행 중이었다. 전국의 모든 방과후강사들이 설문에 응했다.

그런데 한 업체가 설문조사에서 부정한 행위를 저질렀다. 업체 소속 방과후코디가 지켜보는 가운데, 방과후강사가 실제 50% 내고 있는 수수료를 30%로 낮춰 기입하도록 지시한 것이다. 업체는 강사들에게 소개료, 관리비 명목으로 매달 강사료의 50%를 수수료로 챙겨왔다. 이 소식을 알게 된 많은 방과후강사들은 펄쩍 뛰었다.

방과후강사들이 격하게 반응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올해 초 한 공중파 방송사의 취재로 방과후학교 위탁업체의 '과도한 수수료' 등의 문제가 논란이 되자, 교육부에서 대책을 마련하려고 조사에 나섰기 때문이다.

아직도 대다수 위탁업체 소속 강사들은 말문을 쉽게 열지 못한다. 본인의 개인정보나 소속업체가 밝혀질 경우 감내해야 할 불상사에 대해 아주 잘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 기사를 계기로 더 많은 '공익제보자'가 나타나기를 기대한다.

아래는 모두 피해를 입은 방과후강사들의 실제 상담 사례를 간추린 것이며, 강사 이름은 가명으로 표시했다.

대교에듀캠프 누리집 화면 방과후교사들을 사업자로 간주해 위탁계약을 맺고 퇴직금·연차수당 지급을 거부해온 대교에듀캠프. 작년 9월 컴퓨터교실에서 근무해온 외부강사 14명이 제기한 임금체불 사건에 대해 인천중부지방노동청은 이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대교에듀캠프 누리집 화면방과후교사들을 사업자로 간주해 위탁계약을 맺고 퇴직금·연차수당 지급을 거부해온 대교에듀캠프. 작년 9월 컴퓨터교실에서 근무해온 외부강사 14명이 제기한 임금체불 사건에 대해 인천중부지방노동청은 이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 대교에듀캠프

[사례 ①] "재주는 방과후강사가, 돈은 위탁업체가"

현지씨는 A업체 소속으로 수학 3년차 방과후강사다. 대도시는 아니지만, 업체는 소속 강사만 40여 명이고 계약체결 학교도 20개가 넘는다. 그녀도 주당 수업시수가 20시간에 달한다. 이 정도면 남편이 일하는 시간의 절반 가까이 된다. 그러나 그녀의 수입은 가계 총수입의 20%가 채 되지 않는다. 업체가 소개료, 콘텐츠개발, 관리비 명목으로 떼어가는 중간수수료가 40%나 되기 때문이다. 그녀는 위탁업체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수수료 비율이 과도하다는 점과 경력이 쌓여도 인센티브가 없는 점을 꼽는다.

그러나 민간위탁업체의 문제점은 수수료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사례 ②] "해주는 건 없으면서 요구하는 것만 많아요"

수빈씨는 B업체를 통해 중국어 방과후강사로 뛴다. 강사료는 7:3의 비율로 업체와 나눠가진다. 그녀는 혼자서 학교를 뚫을 자신도 없고, 그 정도의 불평등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 받아들인다. 오히려 불만은 다른 데서 느낀다. 수수료를 떼어갔으면 그 만큼 강사 활동을 지원해주는 게 당연한데 실제 업체가 도움 주는 것은 분기별로 교재 신청할 때 교재 주문해주는 것, 복사기 빌려주는 것 정도가 전부이다.

"원래 업체에서 해주는 거 없어요", "독립만이 살 길이라고 생각해요"... 정작 교사연수는 받아본 적이 없다.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산만한 아이들을 어떻게 다독여 수업에 집중하게 할 수 있을지 등을 알려주는 교수법이 그녀는 너무나 절실하다. 수빈씨는 오늘도 혼자 힘으로 수업을 준비한다.

[사례 ③] "퇴직금을 주지 않기 위한 363일 꼼수계약"

동열씨는 C업체와 2014년 3월 3일부터 2015년 2월 28일까지 근로계약을 맺고 일했다. 3월 1일은 3·1절, 2일은 일요일이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근무가 가능한 3일을 계약 개시일로 잡은 것이다. 계약을 다 채우면 퇴직금을 지급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아무런 의심 없이 계약서에 사인했다고 한다.

계약만료 후 한참동안 퇴직금이 들어오지 않아 동열씨는 업체에 전화를 했다. 하지만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했던가. 업체는 '363일만 계약했기 때문에 퇴직금을 줄 의무가 없다'며 오히려 큰 소리를 쳤다. 계약기간이 1년(365일) 미만이기 때문에 퇴직금 지급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그는 퇴직금 받기를 포기했다.

학교 선생님들이나 동네 학부모님들과 만나서 얘기하다보면 '민간위탁업체'에 대한 환상이 있다. "아무래도 전문교육기관이니까 좀 더 낫겠지", "업체에서 하면 아무래도 강사 관리도 되고 실력 있는 사람들 보내주겠지".

이러한 인식이 얼마나 잘못 되었는지 우리 업체 강사들은 몸소 보고 듣고 겪었다. 모든 업체가 다 그렇다는 말은 아니다. 전국에 위탁업체가 6천개가 넘는다고 하는데 그 중에는 전문교육기관답게 운영하는 곳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 업체는 우리가 경험했듯이 '전문교육'과는 거리가 먼 곳이다.

문제가 위탁업체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즐거운 토요일 주5일 수업제가 전면 실시된 지난 2012년 3월 3일 오전 서울시 한 중학교에서 학생들이 '토요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에 참가해 수업을 받고 있다.
즐거운 토요일주5일 수업제가 전면 실시된 지난 2012년 3월 3일 오전 서울시 한 중학교에서 학생들이 '토요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에 참가해 수업을 받고 있다. ⓒ 연합뉴스

[사례 ④] "프리 강사까지 위협하는 민간위탁의 쓰나미"

작년부터 올해 줄곧 방과후학교를 위탁으로 전환하겠다는 소문이 들린다. 특히 서울, 부산 등 사교육업체가 많은 지역에서는 지금도 방과후업체가 많고 교육청에서 인증한 업체들이 즐비하다. 거기다가 교육부까지 언론기관, 대학에서 추진하는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재단법인' 등을 밀어주고 있기 때문에 너나할 것 없이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교육업계에서 방과후학교는 블루오션으로 통하기 때문이다.

프리로 뛰는 강사(개인 강사)들은 공포에 질려있다. 몇 년간 계약이 이어져온 학교에서 위탁운영으로 전환하면 기존 강사들은 자동으로 계약해지가 되기 때문이다.

상희씨는 얼마 전 D학교로부터 받은 문자 때문에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2016년에는 ○○초가 전체 강좌 위탁운영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재계약 여부를 확신드릴 수 없는 점 양해바랍니다."

그녀는 14년간 방과후학교에서 플루트를 가르쳤다. 위탁업체에서 근무한 적도 있다. 5년간 갖은 인격모독과 차별을 견뎌가며 정규직의 꿈을 꾸었지만 이루지 못했다. 그래서 위탁업체는 그녀에게 '다시는 만나고 싶지도 않은 곳'이다.

상희씨는 이후 10통 넘게 지원서를 뿌린 결과 3곳에서 면접 보러오라는 연락을 받았고, 결국 지금의 학교와 직접 계약을 맺었다. 이게 불과 3년 전의 일이다. 그런데 내년부터 방과후학교가 위탁운영으로 전환한다는 예고장을 받은 것이다. 이 말은 다른 학교를 찾아 떠나거나, 다시 업체 소속으로 들어갈 준비를 하라는 뜻이다.

"위탁운영이 만병통치약인가요?"

민간위탁은 방과후학교의 발전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못한다. 학교에서 하던 과다한 업무를 통째로 업체에 떠넘기면 당연히 업체 수가 늘어날 것이고, '업체의 활성화'에 도움이 될지는 모른다. 그런데 '위탁운영'이 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정말 도움이 될 것인가에 대해 정부의 답변을 들어본 적은 없다.

막연한 기대와 이데올로기로만 정책이 추진되는 듯하다. 위탁운영이 특효약이라면 깊게 병들어 있는 초중고 정규교육도 그것으로 치료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나아가 교육청과 교육부도 민간에 위탁운영을 한다면 지금과 다르게 전 국민적 신뢰를 받을 수 있을까?

교육부, 교육청 그리고 학교는 강사의 절규가 단지 우리 이익만을 주장하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방과후학교 위탁운영은 과도한 수수료와 부당한 처우를 받는 방과후강사의 피와 땀을 짜내어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위탁운영에 따른 교육의 변화, 방과후강사의 처우 악화 등의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특히 '관련 법령과 권한이 없어서' 손 놓고 있을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좋은 교육받을 수 있는 권리와 강사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할 수 있도록 업체에 대한 법제도적 규제방안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지금 업체 소속 방과후강사 모두가 한 목소리로 외치고 있다.

"모든 방법이 소용없어 포기했어요. 정부에서 이런 문제 해결 안 하고 뭐하나요?"

○ 편집ㅣ곽우신 기자



#방과후강사#방과후학교#교육위탁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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