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어머니와 딸 옷을 사러 백화점과 홈플러스에 다녀왔다. 남동생이 카드를 주어 엄마와 쇼핑을 간 곳이다. 엄마는 저렴한 가격에 코트을 샀고, 나는 딸에게 줄 기모가 들어간 윗옷과 바지를 샀다. 그 카드로 내 바지까지 사기에는 동생에게 미안했다. 그래서 나는 집에 들렀다가, 헌옷 가게가 있는 태평시장(대전시 중구)으로 갔다(살이 찌면서는 새옷을 입는 것이 부담스러워 헌옷을 입는다). 그런데 시장 근처 횡단보도 앞에 서 있을 때, 어디선가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비가 살포시 내리고 있었다. 초록색 신호등이 켜지는 것을 보고 노랫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발을 옮겼다. 태평동 주민센터앞을 지나 세웅약국을 지나 무대 앞에 와서 보니 태평시장 무대 위에서 남자 네 명이서 팝오페라와 같은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굵으면서 편안한 노랫소리에 이끌려 우산을 쓰고 감상을 했다.
무대 옆에 세워 둔 플래카드를 보니 '2015 댄스페스티벌 게릴라 콘서트'라고 써있었다. 태평시장에서는 가끔씩 행사가 벌어진다. 봄에는 가수 태진아가 와서 노래를 불렀고, 간간이 백 원 경매라고 해서 소비자들이 자신의 번호패를 들고 간단한 경매를 하기도 했다. 또 추석 때는 블랙 프라이데이 행사를 하곤 했다. 나는 언제나 참여는 하지 않고 잠깐씩 구경을 했다.
5시부터 6시까지 진행된 이 행사, 사전에 홍보가 없이 진행이 되어서, 또 비가 내려서 그런지 사람들이 그저 지나치기만 했다. 무대 앞에는 열 명 남짓의 청중밖에 없었다. 하지만 '턱시도 포맨'의 열창과 뮤지컬 맘마미아의 수록곡을 열창한 '뮤즈'의 춤과 노래가 사람들을 끌어모아 마지막 무대가 끝날 무렵에는 30명 정도로 불어났다. 재래시장에서 장사를 하던 아줌마도 노랫소리에 이끌려오고, 지나가던 행인도 걸음을 멈추고 비가 오는 가운데에도 끝까지 자리를 지켜주었다.
나는 이 행사를 동영상으로 찍어서 스마트폰으로 아는 지인들에게 보냈다. 딸에게는 어디있느냐고 전화를 해서 불렀다. 아직 딸아이가 혼자서 태평시장을 온 적이 없어 횡단보도 쪽으로 가서 데리고 오려고 하던 중, 아쉽게도 벌써 무대위에서는 마지막 곡이라는 안내 방송이 나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