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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형, 성당 앞에서 사람들이 싸워요. 왜 싸우는지는 모르겠지만, 무섭게 싸우는 것 같아요."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보통 사람들이 모여 사는 교회이기 때문에 싸우기도 하고, 용서하기도 하는 것이 교회이기에 별 문제 아니겠지 생각했다. 답동 성당 앞에서 얼마 전까지 성모병원 노조위원들이 인천교구 교구장을 만나기 위해 단식 농성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지만, 설마 교회가 그들을 강제로 내보낼 것이라는 생각을 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교회는 모든 이들의 보금자리며, 함께 위로하고 사랑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설상가상이랄까, 주요 뉴스에는 등장하진 않았지만, 탄압이 이루어졌다. 노조는 하루 아침에 내쫓겼다. 평신도 사도회들이 가위를 들고 나와 농성장을 강제 철거하였으며, 그곳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이 사건을 가톨릭 신자로서 어떻게 받아들여야할까?

 인천교구 교구장을 만나기 위해 단식농성을 벌이던 현장이 평신도 사도직에 의해 강제 철거되었다.
인천교구 교구장을 만나기 위해 단식농성을 벌이던 현장이 평신도 사도직에 의해 강제 철거되었다. ⓒ 보건의료노조

지나가다 보면 이미 성탄이 다가왔다는 것을 교회나 성당 불빛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특히 가톨릭 교회에 있어서 성탄은 4대 대축일 중 하나로서 큰 기쁨의 날이기도 하다. 인류의 구원을 위해 오신 예수님을 기억하며, 신자들의 마음속에 예수님이 오심을 다시금 깨닫고, 오신 예수님을 기억하며 새롭게 마음가짐을 다시하는 시기기도 하다.

그렇게 큰 축일이다 보니 가톨릭 교종을 비롯한 여러 지도자들이 성탄 메시지를 전했으며, 신자들을 그 메시지를 읽고 다시금 가슴속에 신앙의 불빛을 키운다.

여기서, 2015년 인천교구장의 성탄메시지를 인용해 보고 싶다.

"금년의 성탄은 평화와 자비라는 의미가 새롭습니다. 우리나라도 당파 간 계층 간에 끊임없는 불화가 가득합니다. 자비와 사랑이 필요한 이때에 예수님의 탄생이 화해와 사랑의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우리가 마음의 문을 닫고 미움과 욕심의 덫에 갇혀 살아서는 예수님의 탄생의 의미를 충분히 깨닫기 힘들 것입니다."

평화와 자비를 강조하던 교구장은 어떤 생각으로 단식하던 노조를 교회에서 내쫓았을까? 불화가 가득한 이 세상에 자비와 사랑이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노조의 만남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일까? 이것이 너무나 궁금할 뿐이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청와대에 가서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고 싶었지만 만날 수 없었다. 하루 아침에 해고된 여러 사람들이 국회 앞에서 눈물로 호소했지만, 어떤것 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힘 없는 사람에게는 세상이 너무나 냉혹한 곳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노조가 와서 만나기를 청한다면, 교회는 그 문을 열어주어야 하지 않을까. 힘없고 나약한 사람들이 교회에서까지 버림 받는다면 그들은 어디로 가야하는 것인가.

닫혀진 세상에 위로를 줄 수 있는 교회가 되었으면

한국 가톨릭은 진보적이고, 해방신학적 행보로서 혁신을 일으키고 있는 교종의 방문 이후 끊임없는 기대를 받아왔다. 특히 교종 방문간 세월호 유가족을 위로하는 모습은 신자든 비신자든 감동을 줄 만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가톨릭 교회는 약자들이 위로받고 머물수 있는 곳으로 변하기를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 기대를 갖고 있던 사람들에게 이번 인천교구의 성모병원 농성장 강제 철거는 큰 상처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겠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큰 것이 아니다. 그저 교구장과의 만남을 성사시키고 싶은 것이다. 만남조차도 어려운 교구장의 성탄 메시지를 읽으며, 힘없고 약한 이들이 어떠한 위로를 받아야할지 모를 일이다.

누구를 위한 성탄인지 모르겠다. 2000년 전 태어난 예수도 마굿간에서 태어났고, 왕으로 추대받다가 결국 십자가 위에서 죽는다. 2000년 전 예수도 사회의 약자인 목수의 아들이었고, 사형수였다. 예수의 생일을 맞는 교회는 다시금 생각해봐야할 것 같다. 지금 문을 열고 있는지, 아님 문을 닫고 있는지 말이다. 열린 교회라면, 농성장에 직접 찾아가 따뜻한 커피 한 잔이 그들에게 성탄의 기쁨을 안겨주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것이 교회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가톨릭#노조#인천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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