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끝난 거창군의회 의장선거가 성희롱 파문에 뇌물공여 논란으로 번지며 의회가 극심한 후유증을 겪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향란 의원은 7월 18일 11시 거창군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간 논란이 돼온 '거창군의회 성추문'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발단은 지난 6월 19일 A의원이 김 의원을 차에 태우고 가야산의 한 호텔로 가면서 시작됐다. 두 사람은 A의원의 식사 제안으로 합천의 한 식당으로 가기로 했었으나, A의원이 호텔 지배인과 통화 후 목적지가 바뀌었다.
김향란 의원에 따르면 A의원은 호텔 카페에서 맥주와 소주를 섞어 마시며 "의장 선거를 도와 달라. 내 차에 돈 많이 실려 있다. 교도소를 지으려는 사람 의장 만들기에 김향란 의원이 앞장선다면 시민단체에서 가만 있겠느냐"고 말했다. 또한 식사 후 출발하려던 과정에서 차에 시동이 걸리지 않자 김 의원에게 "빈방 있는데 좀 쉬다가자"고 제안했다.
김향란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너무 화가 났다. A의원은 본 의원을 동료의원으로 보는 게 아니라 아랫사람, 성적 노리개로 대한 게 아닌가하여 성적 수치심과 혐오감마저 들었다. 또한 돈을 줄테니 자신을 찍어달라는 듯한 말을 하여 돈이나 받고 찍어주는 사람으로 취급했다고"고 분개했다.
이에 대해 A의원은 "김 의원의 주장이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진짜 자동차가 고장이 났고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다음날 새벽에 보험회사에서 자동차를 고치러 왔다"고 밝혔다. 이어 "돈으로 회유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돈을 차에 실어놓지 않았을뿐더러 정확한 액수를 제시하지도 않았다. 일상적인 대화 중에 나온 말일 뿐이다"고 해명했다.
김 의원은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일부의 지적에 대해 "호텔직원의 증언을 받을 예정이고 블랙박스도 찾고 있다. 아무 근거도 없이 이렇게 할 사람이 어디 있겠냐"고 일축했다.
이에 대해 거창 성·가족상담소 최윤선 소장은 "남성의원들이 아직까지 여성의원들을 동료의원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최 소장은 또 "듣는 개인이 주관적 판단에 의해 모멸감을 느꼈다면 직장 내 성희롱이 성립된다. 많은 성폭력, 성희롱 피해자들이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하고 대부분의 피해상황에서 증거라고는 진술밖에 없다. 사회적인 지위를 고려했을 때 김 의원은 큰 용기를 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성희롱과 뇌물공여 의혹이 제기되는 사안인만큼 경남도당과 협의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새누리당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듯 경남도당에서 '시·군의회 의장단 선출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조사에 들어갔다. 경찰도 뇌물공여의사표시가 있었다고 보고 수사에 착수했다.
권문상 더불어민주당 당협위원장은 "거창군의회 의장선거와 관련해 말로만 돌던 소문 중 일부가 수면 위로 드러난 것 같다"며 "경찰은 형식적인 수사에 그쳐서는 안 되고, 표를 매수하려 시도했다는 의혹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거창군의회 김종두 의장은 윤리위원회를 개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김 의장은 "당사자 간의 일이기 때문에 이야기를 더 듣고 처리해야 한다. 이번 주 안에 해당 의원과 이야기를 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어 "거창군의회에 대한 군민들의 우려가 많아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경찰 수사가 착수됐고, 군의원이 공개적인 기자회견을 통한 문제제기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도 의회 차원의 대응은 미루고 있어 제 식구를 감싸기 위해 미온적 태도를 보이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서부경남신문에도 게재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