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장론의 허구지금 한국사회에는 새로운 형태의 북풍이 몰아치고 있다. 몇 차례의 핵실험으로 북한의 핵무장이 본궤도에 들어서자 한국의 보수진영 일각에서 "한국의 핵무장"을 주장하고 있다. 집권당인 새누리당의 원유철 원내대표나 <조선일보>의 김대중 고문의 주장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들 주장의 허구성을 국내외에서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지적하고 있으나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들의 65%가 핵무장에 찬성하고 있다고 한다. 안보 센세이셔널리즘이 매우 잘 작동함을 보여준다. 국정의 난맥상을 희석하기 위해 북한의 위협을 활용하는 전형적인 "북풍" 전략이라고도 할 수 있다. 국민들에게 이 주장의 허구성을 설명하고 효율적인 국가안보의 대안을 제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들의 주장이 허구라는 점은 무엇보다 먼저 그들의 주장 자체에 일관성이 없다는 사실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조선일보> 김대중 고문의 글을 들 수 있다. 김대중 고문은 2006년 8월의 칼럼을 통해 노무현 정부의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노력을 비판하면서 한미군사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2016년 9월의 칼럼에서 한미군사협력에 치명적 악영향을 미칠 핵무장을 주장하고 있다. 2006년 칼럼의 결론에서 그는 노무현 대통령을 "국민감정을 자극하는 정치인이며 동시에 기회주의적 책략가"로 규정지었다. 앞뒤의 맥락을 살펴볼 때에 이 비난은 김대중 고문 자신에게 돌려주는 것이 정당하다.
한국의 핵무장 추구는 한미동맹에 심대한 타격을 주게 되어있다. 미국은 북한의 핵무장에 대단히 민감하다. 북한의 핵무장을 빌미로 발생할 수 있는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 도미노를 경계하기 때문이다. 만일 북한의 핵무장을 이유로 한국의 핵무장이 추진된다면 일본의 핵무장을 저지할 수 없다. 동북아 국가들이 핵무장에 성공하면 이 지역에 대한 미국의 국익은 심대한 손상을 입게 된다. 따라서 한국이 북한 핵무장을 이유로 핵무장을 시도한다면 북한에 대한 것 이상으로 강력한 제재와 동맹단절이 발생하게 될 것이다. 한국의 핵무장 시도는 한국의 국가안보에 심대한 타격을 줄 수 있다.
한국 경제는 핵무장 추구로 발생하는 국제적 경제제재를 견딜 수 없기 때문에 핵무장론은 허구이다. 북한이 국제적 제재를 견딜 수 있었던 이유는 매우 폐쇄적인 경제체제였기 때문이다.
한국의 상황은 전혀 다르다. 한국은 군사독재 이후부터 "통상국가(通商國家)" 전략을 추구해왔다. 전체무역액을 국민총소득으로 나눈 무역의존도를 보면 놀랍게도 거의 100%에 달하고 있다. OECD 국가들의 평균이 30% 중반이라는 사실과 비교해 보면 세계에서 가장 심하게 해외무역에 의존하고 있는 나라라 할 수 있다. 올림픽의 금메달 하나에도 국가적 손익을 발표하는 국내의 경제연구원들이 이처럼 중대한 문제의 손익 계산에 입을 다물고 있다. 이는 국민적 배신행위라고 할 수 있다.
자주국방의 실패와 핵우산의 불확실성한국의 자주국방은 보수파의 딜레마적 상황으로 인해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 사실 어느 나라에서나 보수파들은 국가안보에서 자주와 자립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해방 이래 남한의 보수파들은 미국동맹에의 의존을 중시하였다.
이로 인해 자주국방은 도리어 진보파에 의해 선점당하는 기현상을 보여주었다. 역대 보수정권하에서 자주국방의 절박성보다는 한미동맹의 유지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다 보니 국방정책이 느슨하게 운영되었다. 갖가지 군수비리와 군사력 운용의 비효율성이 발생했다. 결과적으로 막대한 국방비를 투입했으면서도 재래식 전력에서조차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보다 우세하지 못한 상황이 초래되고 있다.
특히 작전권의 미군 귀속은 한국인들의 안보불안을 고조시키고 있다. 2010년 11월에 발생한 북한의 연평도 포격사건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한미연합군의 서해 훈련을 빌미로 진행된 북한의 불법적 포격으로 다수의 민간인·군인 사상자가 발생했다. 당연히 이에 상응하는 응징이 있어야 했다. 그러나 응징은 매우 빈약했다.
각종 보도를 종합해보면 북한의 도발에 즉각 대응해야할 국군의 자주포는 절반이 사용할 수 없는 상태였으며 대포병 탐지 레이더도 먹통이었다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전투기의 공습을 명령했으나 평시작전권에서조차 전투기 공습은 미군이 지휘해야한다는 연합권한위임사항(CODA) 규정과 미국 지도부의 설득에 의해 간접대응으로 종료되었다고 한다. 북한의 도발에 대한 단호하고 유효한 응징의 부재로 인해 한국인들의 안보불안이 더욱 고조되고 있었다.
북한의 핵무장이 강화됨으로 인해 미국의 핵우산에 대한 신뢰도 점차 약해지고 있다. 한국에 대한 핵무기 공격이 감행되는 경우 미국의 핵무기를 사용한다는 핵우산정책은 미국의 비핵동맹국들이 공유하고 있는 핵무기정책이다. 세계적 비핵화의 명분에 적합할 뿐 아니라 해당 국가가 새로운 대안을 마련하는 시간을 제공하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지금 미국에 대한 안보의존이라는 불안감, 안보 종속에 대한 정서적 거부감, 핵보유국인 북한과의 거래에 있어 투항주의라는 의심, 혹은 결정적인 순간에 양국의 입장이 다를 수 있다는 점 등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핵우산론은 소극적 안보정책이라는 결정적 약점이 존재한다. 본질적으로 핵우산은 선제적인 핵공격에 대한 보복공격을 의미한다. 실제 상황으로 본다면 보복공격이 성공한다고 해도 남북한은 핵무기로 인해 초토화되는 상호파멸의 운명을 피할 수 없다. 이 때문에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이래 핵무기는 상호공멸의 위협에 기반하고 있는 억지력(deterrence) 제공 수단으로만 사용되고 있다. 1980년대 말 소련은 미국에 비해 3배나 많은 6420개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한 개도 사용해보지 못하고 붕괴해버린 사례가 이러한 핵무기의 특징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국가안보의 미래적 대안한국인들에게는 지금 북한의 핵무장을 극복하고, 한미동맹을 유지하며, 자주국방의 수준을 높이는 제3의 대안이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한반도의 비핵화, 북한의 핵무장, 미국의 핵우산, 그리고 한국의 핵무장을 둘러싼 논란은 한국의 역량으로 통제가 어려운 과제들이다. 이러한 논란에 계속 끌려다닌다면 한국은 자신의 국가이익과 상충되는 결정에 직면하는 처지에 빠질 수 있다. 핵 딜레마에 벗어날 수 있는 제3의 대안이 필요하다.
제3의 대안을 다루는 데 있어서 먼저 한국 안보의 핵심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어떤 가상 적국이 핵무장을 했다는 사실 자체는 그다지 중요한 주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예컨대 중국도 우리의 가상 적국 중 하나이고 중국의 핵무기가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중국의 핵무장에 대해 우리는 덜 민감하다. 또한 북한의 핵무장 이전에 우리는 북한의 재래식 공격무기에 대해 핵무기만큼이나 민감하게 반응하곤 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한국 안보의 핵심은 가상 적국의 공격 의지를 잠재우는 억지력(deterrence)과 적국의 공격 시 상대에게 치명적 타격을 입힐 수 있는 보복공격력(second strike) 확보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의 핵무장 그 자체를 한국의 핵심적 국익과 연계시키지 않는 외교적 유연성이 중요하다. 냉정하게 따져볼 때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즉 북한은 주권을 가진 국가로서 핵무기를 가질 자유가 있다. 우리의 또 다른 가상적국들인 중국과 러시아가 핵무기를 가질 자유를 가지고 있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북한의 핵무장을 빙자하여 과도한 군사적 긴장을 조성하거나 군사적 충돌을 시도하는 것은 한국의 국익에 어긋나는 일이다. 재래식 무기이든 전략 무기이든 한국은 효율적인 억지력과 확실한 보복공격력을 보장하는 군사적 수단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핵무기를 무력화하는 광전자무기의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 겨우 4킬로미터 넓이의 완충지대를 두고 호전적인 국가와 대치하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현실에 알맞은 억지력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 장거리 탄도무기의 요격시스템으로는 종심이 짧은 한국의 지형에서 유효한 억지력을 수행할 수 없다.
특히 공격개시 초기에 수도권을 불바다로 만들 수 있는 장사정포에 대한 대책이 있어야 한다. 각종 실험에서 나타나듯이 광전자무기는 각종 탄도무기뿐만 아니라 분초를 다투는 재래식 무기조차도 무력하게 만들 수 있다. 이미 몇몇 우방국들에서 개발에 성공한 ABL(탄도미사일방어용 레이저비행기), MTHEL(이동식 고에너지 전술레이저포), EMP(전자기펄스탄) 등이 그러한 사례이다.
광전자무기는 환경적으로 깨끗하고,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할 뿐 아니라, 인명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고, 핵무장 시도로 인한 동맹국간의 마찰을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의 미래 안보에 극히 유리하다. 무기개발이 초기 단계여서 안정성과 실효성을 강화하는데 시간이 좀 걸리고, 꽤 많은 개발비용이 소요될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전자산업이 이미 세계적 수준이며, 일반 소비재산업과의 연관성이 매우 클 뿐 아니라, 당장 북측의 장사정포 위협으로부터 수도권을 해방시킬 수 있다는 사실로 미루어 볼 때 한국 안보의 가장 바람직한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핵무장을 포기하는 대신 이미 개발된 광전자무기의 빠른 기술이전을 한국의 핵무장을 우려하는 우방국들에게 요구할 수도 있다.
결론한반도의 평화를 갈망하는 나머지 투항주의에 빠지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핵무기의 위협을 내세우면서 근거없는 공포감을 조성하는 것도 어리석은 일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한국의 미래 안보는 적국의 공격의지를 잠재우고 적국의 공격이 발생한 경우에 치명적 타격을 줄 수 있는 역량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달려있다.
이것은 단순히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침공 때만이 아니라 중국, 러시아, 일본과 같은 주변의 강대국들이 한반도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군사적 의지를 투사할 때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한미동맹의 확고한 유지는 한국의 미래 안보에 필수적이다. 억지력과 보복공격력 확보에 있어서 양 국가의 이해관계가 일치하기 때문이다. 다른 대안이 마련되기 까지 미국의 핵우산은 효율적으로 유지되어야 한다. 단 동북아 비핵화의 문제에 있어서 한국과 미국의 국익이 다르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동북아 비핵화 문제는 미국의 주요 관심사이다. 한국은 동북아 비핵화 문제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두는 외교적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 그 대신 한국은 군령·군비·군수 등 모든 차원에서 자주국방의 주체적 역량을 함양해야 한다. 그 사례 중 하나로서 주변국들의 핵무기뿐만 아니라 재래식 무기 조차도 무력화하는 광전자무기시스템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 광전자무기는 깨끗하고 싸고 효율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