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겐 한 없이 측은하고 보살펴주고 싶은 동물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겐 일방적 혐오의 대상으로 손 꼽히는 동물. 고양이다. 고양이는 호불호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사실 '불길함'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고양이에 대한 시선은 좋지 않다. 최근 이어지는 길고양이 학대 소식에 많은 이들이 분노하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대한민국 '캣맘'은 더욱 더 힘든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길고양이들의 보호자 역할을 자처하고 나선 '캣맘' 이라는 사람들은 정부 보조나 자금 지원 없이 직접 자비와 시간을 들여 거주지 근처 길고양이들을 하루도 빠짐없이 홀로 보살핀다. 그런데 그 '돌봄'의 내용이 우리가 알던 그 내용들과 조금 달랐다. 끝날 줄 모르는 동물 학대 잔혹사. 혹시 그들에게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지 걱정됐다. 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서성이는 사람조차 때론 두렵다
지난 1월 2일 새벽 1시. 사료와 간식, 그리고 항생제와 치료약이 든 무거운 가방을 메고 집을 나서는 캣맘 길양갱씨. 그토록 늦은 시간에 집을 나서는 이유가 궁금했다.
"사람들이 서성이면 밥을 주기가 어려워요. 혹시나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이 그것을 보고 (고양이들에게) 해코지를 할까 봐서요. 그래서 먹이 주는 장소에 사람이 있으면 기다렸다가 그 사람이 가고 나서야 줄 수밖에 없어요."그녀는 경기도 지역에서 햇수로 10년째 길고양이들에게 봉사하는 캣맘이다. 돌보는 급식소만 무려 18군데. 돌보는 고양이들의 마릿수는 반경 3KM 내 80여 마리. 인터넷 유명 블로거이기도 한 그녀의 필명은 길양갱씨로 불려진다. 그녀의 한달 사료 급여량과 예방접종 및 항생제와 치료제 TNR등 자비 지출금액은 다음과 같다.
"사료는 시기별로 많이 틀린데 동절기 기준으로 150~200kg 정도 들어갑니다. 날이 따뜻해지면 더 들어가고요. 간식은 냉동 닭가슴살을 삶아 주고 있어요 이것이 한 20kg정도예요.먹이와 사료는 고양이들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후원을 받기도 하지만 제 사비로 쓰는 비용은 매월 70~ 80만 원정도 됩니다. 이외에 치료비와 TNR(포획후 중성화 방사)을 할 경우엔 100~ 150만 원 정도 지출하는 것 같아요."캣맘 활동을 하며 해당 지역 주민들과의 마찰의 대해 물었다.
"제 경우 아주 심했던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캣맘은 '을'이 될 수밖에 없어요. 반말정도는 아무렇지 않게 웃어 넘겨야 하는데, 가끔 심한 욕을 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근데 그것은 다른 분들도 같을 거예요." 동물봉사활동 경력 20여 년, 그리고 길고양이 돌봄 생활은 무려 10년이 넘었다. 그녀는 단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새벽 1시부터 2~3시간 넘게 고양이를 위해 분주하게 이동한다. 반말과 욕설, 때론 위협까지 감내해야 한다. 그런 그녀의 유일한 보람은 든든하게 뱃속을 채우고 포만감에 털을 고르는 고양이들을 보는 것이다.
- 거친 위협 같은 경우는 경찰에 신고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신고는 생각 안 했어요. 아마 제가 신고한 걸 알게 되면 분명 고양이들이 무사하지 못할 거라 생각해요. 제가 아니라 아무것도 모르는 고양이들이 피해볼까봐 겁나는 거예요. 그 생각하면 어쩔 수없이 참게 돼요."
생각지도 못했던 말이었다. 신고로 인해 고양이들이 피해를 입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
차라리 무관심이 편하다
1월 2일, 전남 목포시의 한 마을. 이제 막 5년 차에 접어들며 동네 주민들과 겨우 원만한 관계를 유지한다는 닉네임 '바람냄새'씨가 한 말이다.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어요. 고양이들이 쓰레기봉투를 훼손시켜서 주변을 더럽힌다거나 발정기 울음소리가 너무 심해서 극단적으로 혐오하시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그렇기 때문에 저와 같은 캣맘들의 봉사 활동이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 밥을 주면 고양이들이 쓰레기봉투를 뜯지 않고, 발정기가 찾아와 밤새 시끄럽게 울어대는 날카로운 교미음이 있을 경우 그 아이를(고양이) 직접 잡아 제 사비를 들이면서까지 TNR 수술도 하고 있어요. TNR 지원은 전국 공통 사업이 아니라 지자체마다 틀려요. 저희 지역 같은 경우는 TNR 지원 제외 지역이에요. 예산이 없거든요. 그래서 자비로 하고 있어요. 최대한 동네 주민분들 피해가 없게끔 노력하는데 처음엔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했어요. 저희들이 고양이를 대책 없이 번식시키는 줄로만 알았던거죠. 하지만 이제는 달라요. 개채수가 넘쳐나면 TNR 구조후 직접 분양에도 나서고 있고, 정해진 시간에 규칙적으로 먹이를 주니 아파트 쓰레기봉투 훼손도 줄었어요. 발정기 교미음도 사라졌고요. 고양이가 한 곳으로 몰려 불편해하는 주민들이 있어서, 제가 직접 광고를 올려 고양이를 키우고 싶어 하는 사람을 찾아 분양하고 있어요. 하지만 몸에 장애가 있거나 불편한 아이들은 보낼 곳이 없어 제가 집에서 돌보고 있어요. 그렇게 저희 집에 식구가 된 고양이가 벌써 다섯 마리가 넘어요." 경기지역 캣맘 길양갱씨와 목포 바람냄새씨는 길고양이 생존율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지적했다.
"사실 길고양이 생후 6개월 이상 생존율은 채 20% 미만도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살아남은 아이들도 일 년을 넘기기 어려워요.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길고양이 평균 수명 3년' 이야기는 사실과 전혀 달라요. 수년 간 길고양이들을 하루도 빠짐없이 만나면서 몸소 터득한 수치이고 다른 전국 캣맘 분들과 비교했을 때 공통적으로 그 수치가 나옵니다. 어느 통계보다 더 정확하다고 자신해요. 길고양이는 개와 달리 전염병에 몹시 취약해요. 예방주사를 맞는 경우가 없기 때문이죠. 또 체온이 1도 가량 높아서 그 어떤 포유류보다 동절기에 감기가 잘 걸려요. 길고양이들에게 겨울철은 생사의 갈림길이에요. 성묘도 대책 없이 쓰러지는 게 바로 감기예요. 고양이 감기는 즉시 치료해주지 않으면 눈곱이 잔뜩 뒤덮이고 고름이 차올라 실명을 넘어 사망까지 이르는 치명적인 질병이에요. 고양이 감기(허피스와 칼리시)는 길고양이들에겐 암보다 무서운 질병입니다. 또 음식쓰레기등을 섭취하는 길고양이는 염분기 등으로 인해 장기가 모두 손상되어 1년도 무사히 살아갈 수 없습니다."
지난 2월 28일, 서울에서 수년 째 활동 중인 곽아무개씨가 한 말은 가슴 아팠다.
"(먹이 주는 걸) 사람들 눈에 띄면 안 돼요.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쥐약을 놓기도 해요. 밥을 주고 돌아서면 안 먹고 한참이나 저를 바라 볼 때가 있어요. 고마워서 그러는지 아니면 아파서 끙끙대는지 꼭 할 말 있는 것 같은 그 아이의 시선이 턱 하고 걸려요. 그걸 떼어내고 이동하기가 무척 힘이 들어요. 한번 쓰다듬어 주고 싶고 이름이라도 불러주고 싶은데 혹시나 제가 없을 때 서성이다 해코지라도 당할까 걱정이 돼요. 그렇게 밥을 주면서 정작 마음껏 쓰다듬어 본 적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어느 날은... (말을 잠시 잇지 못했다)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고 담벼락을 돌아서서 나오는데 (울먹이기 시작했다) 갑자기 제 발 앞으로 물이 쏟아지는 거예요. 약간 종이컵 정도의 양? 놀라서 피했죠. 그런데 물이 떨어진 바닥에서 하얀 김이 올라왔어요. 끓는 물이었어요. 순간 건물을 올려다 봤는데 할아버지가 무섭게 노려보고 계셨어요. 그 끓는 물이 제 얼굴에 떨어졌으면 어땠을까, 순간 몸이 얼어서 화를 낼 생각도 못했어요. 그런데 정말 미안한 게 그때 이후로 그 아이를 찾아갈 수 없었어요. 겁이 나고 무서워서... 그게 너무 미안해요 그 아이한테." 3월 2일, 서울에서 활동 중인 캣맘 정아무개씨는 흥분하며 말했다.
"법이 더 강력하게 바뀔 필요가 있어요. 그렇지 않고서 잔인한 동물학대는 절대 막을 수 없어요. 수십 년째 변함이 없어요. 그러다 보니 아직도 그런 행위(동물 학대)가 죄인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들이 범인이 아니라 그렇게 방치한 국가가 범인이라 생각해요."캣맘들에게 "국가가 꼭 들어주었으면 하는 소원 한 가지"를 물었다. 그들의 바람을 요약해보자면 이렇다.
"TNR 지원 확대보다 더 간절하게 원하는 것은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고양이 급식소 설치입니다. 안전하게 고양이들을 한 군데에서 돌볼 수 있고, 또 그곳을 CCTV로 보며 눈치 보지 않고 길고양이를 보살필 수 있으면 해요. 치료제나 항생제, 돈 들어가는 사료 같은 것까지 바라진 않습니다. 이것 하나만이라도 해주시면 정말 소원이 없을 것 같아요. "
고양이를 좋아할 수도 있고, 당연히 싫어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모든 표현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행해져야 한다. 이에 말썽이 생긴다면 국가가 나서 중재하는 수밖에 없다. 2017년 3월 2일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마치고 마침내 통과되었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다. 갈 길이 멀다.
고양이를 꼭 미워 할 수밖에 없다면, 오히려 캣맘을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캣맘들은 집 앞 쓰레기봉투가 더러워지지 않도록 챙기고, 길고양이들의 개체수 조절에도 힘쓴다.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 하지만, 그 누구도 선뜻 '나서지 않는 일'. 그러나 하게 되면 누구든 '상처 받는 일'. 나는 그것이 '캣맘'이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캣맘에 대한 시선이, 이제 변화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