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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아이와 어른의 차이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어른들의 보호 속에 있는 아이는 스스로 책임 지지 않아도 되니 선의로 살아도 되지만 모든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하는 어른은 선의로만 살 수 없다는 것도 그 중 하나일 것이다. 그래서 민법이나 형법에서 성인 여부는 법적 판단에 결정적 작용을 한다.

수십, 수백만 사람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자리에 있는 사람은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아이와 다르며 책임의 범위가 적은 사람과도 다르다.

민주공화국 대한민국 대통령의 자리는 4천2백만명이 넘는 성인의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자리다. 개인적으로, 가정이든 친목모임이든 기업이든 국가든 건강한 공동체의 윤리와 조직의 질서는 이것이 무너지면 약육강식의 정글이 되기 때문에 굳건하게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국익을 다투는 외교전쟁에서 보듯, 국가 단위의 윤리기준과 가정이나 소규모 단체의 윤리기준은 다를 수밖에 없다고도 생각한다.

대통령도 사람이니 선입견도 있고 정보의 한계도 있으니, 인사에 있어 당연히 잘못 판단할 수 있다. 야당이 자신들의 내부 문제를 외부의 적을 만들어 공격함으로써 정비하려 할것이라는 건 충분히 예상됐지만, 이번 장관청문회처럼 공수가 바뀐 싸움에서, 대통령과 여당은 야당의 공격이 아플 것이다. 매는 때리다가 맞아도 아프긴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인기있는 토론프로에서 유시민씨가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가 부적절한 것같다고 한 것에 대해 항의하는 대통령 지지자들이 있는 모양이다. 유시민씨가 현 정부의 공인이었다면 이런 말을 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사인인 유시민씨가 이런 말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도 장관을 해보았으니 책임지는 자리가 어떤 건지를 잘 알 것이기 때문이다. 모순이 아니다. 전장의 장수와 은퇴한 장수가 같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유시민씨나 전원책씨 같은 정치평론가처럼 개인으로서 옳고 그름을 자유롭게 말하면 되는 자리가 아니다.

국민 전체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대통령의 자리라는 건 결코 만만한 자리가 아니다. 대통령이 어떤 결정을 하든 국민 한사람 한사람은 대통령의 입장을 한번쯤 생각해 보는 게 필요할 것 같다. 사인으로서의 유시민씨의 발언도 존중하지만 대한민국 최고 공인인 대통령의 결정도 존중되어야 한다.

출세하니 사람이 바뀌었다고 비난하는 겅우가 많은데 출세했다는 건 책임이 큰 자리를 맡았다는 것이고 사람은 책임의 크기만큼 달라지는 게 당연하며 달라져야 한다. 다만 책임만큼 권한도 커지는 것인데 책임은 지지 않고 권한만 누리려는 자들은, 책임이 작은 사람들보다 훨씬 준엄하게 다루어야 한다

중세에서 근대로 바뀌던 시대를 살았던 마키아벨리는 휴머니스트, 공화주의자, 공리주의자였고 또한 냉정한 현실주의자였다. 나는 막중한 책임을 져야 하는 문재인 대통령이 긍정적 의미의 마키아벨리스트가 되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경남도민일보에도 투고 예정입니다.



#강경화#청문회#문재인#유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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