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가 그렇게 몹쓸 죄인가요?"지난 7월 16일, 한 청년이 달려와 흥분이 가시지 않은 목소리로 항의하듯 목소리를 높였다. 성소수자들이 시청 앞에서 무슨 축제를 열었단다. 그 옆에서 교인들이 고성능 스피커로 아우성치듯 기도하고 찬양하더란다.
"도대체 왜 그러느냐고요! 그들도 전도 대상자인데 그렇게 궁지로 몰면 교회에 애정을 가지겠어요?"녀석이 문제를 가져왔지만 이미 답도 가져온 터라 무슨 말을 해줘야 할지 답답했다. 다만, 나도 화가 난다. 간음 중에 잡혀온 여인을 돌로 집단폭행하려는 군중이 오버랩 된다. 나는 "부끄럽다"고 했다. 이런 폭력에 가까운 집단 성토는 한국교회의 오만과 비겁함의 산물이요, 의로운 척하는 위선이라고 했다. 성경은 약자, 병자, 빈자를 사랑하라고 했지 망신 주라고 하지 않았다.
그런데 점입가경이다. 지난 24일 내가 속한 교단의 교회법 개정을 위한 공청회가 열렸다. 동성애자 등 성소수자의 세례를 금지하고 출교를 명할 수 있다는 조항을 넣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오는 가을 총회 때 가부가 결정된다고 한다. 이것이야말로 한국 교회가 비난받을 비성경적 행위다. 이렇게 한국교회는 도를 넘고 있다.
동성애자를 '불가촉천민'처럼 대하는 한국교회
솔직히 나는 교리적으로 동성애가 나쁜지 잘 알지 못한다. 다만 한국교회가 성소수자들을 경원시하다가 요즘에는 흡사 이단자처럼 몰아세우는 것이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시청 앞 광장에까지 몰려나와 "회개하라"고 외치는 한국교회가 나는 참 낯설다.
내가 아는 성도 중 신앙심 깊고 삶이 모범적인 싱글 집사가 있다. 성도들이 전부터 장로를 하라고 권하지만 자신은 '장로깜'이 아니라면서 겸손하게 응수한다. 그 집사가 청년 때 내가 중매를 선 적이 있었는데, 이후 그 집안 어른이 내게 조심스럽게 해준 말이 있었다.
"걔는 아리따운 처자를 봐도 아무런 떨림도, 울림도 없다. 되레 멋진 남자를 보면 가슴이 뛴단다."그일이 있은 뒤 나는 성소수자에 신중해졌다. 그는 아직 커밍아웃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하지 않을 것 같다. 그냥 지금처럼 교회를 잘 섬기다가 주님께서 부르시면 홀연히 천국으로 입성할 것이다.
우리 교회 전도 대상자 중 레즈비언이 있다. 직장생활을 성실히 하고, 인사성 밝고, 친절하고 상냥한 사람이다. 동네 사람들도 모두 칭찬한다. 이웃에 사는 우리 교회 성도에게 전도 숙제를 줬다. 꾸준히 기도하면서 가까이 사귀고 기회 되면 전도하라고 했다. 결과는 장담할 수 없지만 최선을 다해 볼 요량이다.
그렇다. 교회는 살인자에게도 전도를 하기 위해 무진 애를 쓴다. 하지만 유독 성소수자에게는 너무 냉정하다. 왜 그런지 이해할 수 없다. 동성애자들을 '불가촉죄인'으로 규정하는 한국교회. 정작 자신들이 사회로부터 '불가촉 왕따 집단'이 되고 있다는 걸 모르고 있다.
망신 주는 외침의 기도는 비성경적이다일전에 후배 선교사가 우리 교회를 방문했다. 함께 다녀간 권사 한 분이 내게 전화를 걸어왔다. "목사님! 서재에 김대중 옥중 서신이 있고, 노무현에 대한 책들이 많은 것을 보고 이상했어요." 경상도 출신 보수 교단 목사가 어쩌다가 진보적인 성향을 보이느냐는 거다. 만나서 얘기를 좀 듣고 싶단다.
내심 반가웠다. 좌파 목사라면 상종하지 않는 게 보통인데 궁금증을 가지고 있다니 얼른 자리를 마련했다. 왜 한국교회가 이승만, 박정희, 박근혜를 극복하고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을 선택해야 하는지 차근차근 얘기하자 그 권사도 공감했다. 하지만 성소수자 이슈에 대해서는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그는 '동성애는 교리적인 문제이므로 양보할 수 없다'며 흥분했다. 나는 그에게 '교리 공부를 잘못했다'고 냉정하게 말했다. 최대한 그의 시각에 맞춰 백번 양보해 교리 문제라고 해도 '선택과 집중'이 잘못됐다고 설명했다. 지금 한국교회가 풀어야 할 더 심각한 문제가 태산이다. 성소수자 이슈가 한국교회의 적폐인 것처럼 소리치는 것은 허공을 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나는 그 권사에게 성경이 왜 '레즈비언'을 언급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봤는지 물었다. 그는 모른다고 답했다. 신약성경에서 '남색'이라는 단어를 '게이'로 이해하는 것. 심지어 동성애라고 한 것은 번역의 오류다. 성경 해석은 기록 당시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그리스의 타락한 성 풍속을 알고 성경을 해석해야 한다. '남색'은 돈과 권력을 가진 자(시쳇말로 우월적 지위를 가진 자)가 미소년을 성 노리개로 삼는 폭력적인 성 문화를 말한다. 나는 그 권사에게 이런 배경을 안다면 성소수자에 대한 한국교회의 태도는 바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람의 가슴을 후벼 파는 광장의 기도, 망신을 주는 외침의 기도는 비성경적이다. 뙤약볕 광장에 서서 성소수자를 향한 목소리를 낼 힘이 있다면 그들은 장소를 잘못 선택했다. 멍든 가슴을 부여잡고 자식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찾아 싸우는 세월호 광장에 가라. 억울하게 해고당한 노동자들이 투쟁하는 서울역 앞으로 가라. 청와대 앞에서 풍찬노숙하며 목소리를 내는 '을'들의 손을 잡아라. 일본군 성노예 피해 할머니들을 찾아가라.
주님은 거기서 한국교회를 기다리고 계신다. 500년 전 종교개혁 현장과 다를 바 없는 한국교회. 맘몬의 종이 된 한국교회. 아무리 '우리는 갑의 편이 아니다'고 해도 세상이 믿어주지 않는 한국교회. 빌라도의 브레인, 헤롯의 주구가 된 교권자들이 장악한 한국교회. 여기서 멈춰야 한다고 호소하지만 반응이 없다. 참 화가 나는 일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서문교회 목사이자 꿈의숲기독교혁신학교 교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