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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에 할 말 있어서 나왔습니다."

지난 23일 서울 광화문 광장 인근의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는 작은 북이 등장했다. 한국청년연대 등 5개 단체는 이날 '청년신문고'를 진행하며 청와대를 향한 자신들의 요구를 밝혔다. 이들은 "지난 겨울 국민들의 촛불로 정권이 바뀌었고 이제는 국민들의 삶이 바뀔 때"라며 청와대에 꼭 할 말이 있다고 했다.

청와대에 할 말 있습니다 한국청년연대 등 5개 청년단체는 23일 청와대를 향한 신문고를 진행했다.
청와대에 할 말 있습니다한국청년연대 등 5개 청년단체는 23일 청와대를 향한 신문고를 진행했다. ⓒ 박대윤

이 행사에 참여한 한국청년연대 김식 공동대표는 발언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더 나은 청년의 삶을 약속했지만 정작 바뀐 것은 없다"며 청년기본법 제정을 주장했다. 그는 "지자체에서 청년들을 지원하는 정책을 실시하려 해도 근거법이 없어서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청년기본법은 현재 6개가 발의되어 국회에 계류 중이며, 정부가 의지가 있다면 제정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또한 "청년정책을 총괄할 수 있는 전담부서가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음으로 북을 울린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QUV의 심기용 활동가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했다. 그는 "우리사회에서는 동성애자 혹은 장애인이란 이유만으로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받는 사람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차별금지법은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삶으로 인한 잘못된 차별은 금지하고 피해자를 구제하는 법"이라고 주장하며 "문재인 정부의 100대 과제에서 차별금지법이 빠져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성소수자를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을 사회적 합의를 이유로 미루는 것은 기만"이라며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북을 치는 발언자 행사에 참가한 발언자가 북을 울리는 모습
북을 치는 발언자행사에 참가한 발언자가 북을 울리는 모습 ⓒ 박대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대학생 동아리 평화나비네트워크 임수정 대표는 "외교부에서 한일합의 검증을 위한 TF가 꾸려졌지만 국제관계 전문가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며 "우리정부는 이 문제를 외교문제로만 생각하는 것 같다"고 외교부의 태도를 비판했다. 그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어떤 것보다 우선되어야 할 인권의 문제"고 "피해자를 중심으로 해결되어야 한다"며 "진정한 해결을 위하는 국민들의 마음에 문재인 정부가 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일하는 청년들의 모임인 청년전태일의 김종민 대표가 북을 울리고 발언을 이어나갔다. 그는 "최저임금은 올랐지만 기업들은 포괄임금제라는 편법을 써가며 실질임금 인상을 막고 있다"며 "이런 편법을 정부 관계자가 나서서 조장하고 있는 것이 더욱 황당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우리 사회에서 좋은 직장은 대부분 노동조합이 있는 직장"이라며 "정부의 정책과 사회적 분위기가 노동조합활동을 보장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최저임금 인상, 노조할 권리 청년전태일 김종민 대표가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노조할 권리청년전태일 김종민 대표가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 박대윤

추석을 앞두고 가족들 품에 돌아가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요구도 이어졌다. 청년두레 성치화 회장은 "지난 정권에서 가장 큰 탄압을 받은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과 전 통합진보당 이석기 국회의원은 아직 감옥에 있다"며 모든 양심수들의 석방을 촉구했다.

그는 "이명박근혜 정권을 제외한 역대 정권들은 취임 후 양심수 특별사면을 단행했다"고 말하며 "촛불로 들어선 문재인 정부가 아직도 양심수 사면을 하지 않은건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6대 종단 지도자들을 비롯한 사회 각계에서 양심수 석방의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는 이를 외면하지 말고 양심수 전원석방이라는 촛불의 요구를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발언 후 이들은 "촛불 1주년이 되는 다음달 28일 다시 광장에서 청년들의 요구를 외치겠다"는 내용의 기자회견문을 발표하고 5가지 요구를 청와대에 붙이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행사를 마무리 했다.

퍼포먼스 진행 각자의 요구가 담긴 피켓을 청와대 모형에 붙이는 퍼포먼스를 진행하는 참가자들
퍼포먼스 진행각자의 요구가 담긴 피켓을 청와대 모형에 붙이는 퍼포먼스를 진행하는 참가자들 ⓒ 박대윤

아래는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기자회견문>

촛불 1주년, 청년들의 삶을 바꾸는 촛불을 들겠습니다.

대통령을 바꿨던 청년들이, 이제는 청년의 삶을 바꾸기 위해 다시 한 번 광장에 서려고 합니다.

10월 28일은 광화문 광장에서 촛불혁명을 알리는 첫 번째 촛불집회가 열렸던 날입니다. 촛불 1주년이 되는 이날에 민주주의를 지키고, 새로운 사회를 만들었던 많은 시민들이 광장에 모일 것이라 예상이 됩니다. 촛불 1주년을 기념하고 더 나은 사회를 위해 미래를 이야기하는 기쁜 자리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청년들은 마냥 기쁘지만은 않습니다. 촛불 1년이 되어가는 데도 청년의 삶은 헬조선 저 밑바닥 언저리에 머물러 있기 때문입니다. 청년들에게 주어진 가혹한 현실은 그대로입니다. 생활비 걱정으로 1,500원짜리 김밥을 먹을지, 1,000원짜리 편의점 삼각김밥을 먹을지를 고민하고, 연애, 결혼, 친구관계, 문화생활을 포기하고, 또 무엇을 포기해야 할지를 걱정하는 청년들의 현실은 지옥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44번의 '일자리문제' 해결, 33번의 '청년'을 언급했습니다. 그동안 사회의 들러리로만 존재하던 청년세대들을 인정해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많은 변화가 있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제시한 100대 국정과제엔 '청년'은 딱 1번 언급되었고, 청년의 삶을 바꿀만한 청년정책은 실종되었습니다.

많은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일한 만큼 삶을 영위할 수 있고,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일자리문제가 해결되길 바랍니다. 저임금, 높은 등록금, 빚만 권하는 사회가 개선되길 바랍니다. 권위와 비정상이 청산되고, 당당한 대한민국을 위해 새롭게 출발하자는 요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닙니다.

더 기다려 보자는 말도 듣습니다. 하지만 청년이 처해있는 삶이 기다리고 지켜볼 만큼 여유롭지 못합니다. 우리는 대통령 하나 바꾸자고 촛불을 들었던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청년의 삶을 바꾸고 이 사회의 적폐를 청산하기 위해 촛불을 들었고, 새로운 대통령을 뽑았습니다.

그래서 촛불 1주년이 되는 10월 28일, 청년들은 다시 우리의 요구를 광장에서 외치려고 합니다. 오늘을 시작으로 한 달간 전국 청년들의 목소리를 모아서 촛불 1주년이 되는 10월 28일, 청와대에 전달하겠습니다.

촛불의 명령인 적페청산-사회대개혁의 요구가 실현되고, 청년들의 삶이 변해야 합니다. 청년들의 행동에 많은 관심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2017년 9월 23일
대학생성소수자모임연대 QUV, 청년두레, 청년전태일, 평화나비네트워크, 한국청년연대



#청년#신문고#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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