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당의 후보로 출마해도 당선이 어려운 선거판에 홀홀 단신으로 포항시장에 출마한 목욕탕 때밀이 출신이 있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손성호씨(51). 그동안 시장후보 물망에 한번 오른적도 없고, 정치판 근처에도 몸을 담지 않았던 손씨였기에 출마를 선언했을 때 많은 이들이 의아하게 생각할 정도였다.
손씨의 현재 직업은 부동산컨설팅업. 울진백암이 고향인 그는 중학교를 졸업한후 16세 때부터 백암온천에서 때밀이, 요즘말로 목욕관리사를 하며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고 한다.
9남매 가정의 5남으로 태어나 가난한 집안형편 때문에 최종학력이 중학교인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사회의 밑바닥 직업이 전부. 10년 넘는 세월을 손님들의 때를 밀어주는 때밀이로 성실하게 살아온 그는 이후 신문배달과 포항 죽도시장 새벽 야채배달, 주차관리, 건설현장 인부 등 이일저일 가리지 않고 돈이 되는 일이라면 닥치는 대로 몸을 사리지 않고 부지런히 살아왔다고 한다.
"저는 지금도 새벽 2시면 잠을 깹니다. 젊은 시절부터 새벽일을 하던 습관이 있어 몸이 자동적으로 적응을 한 듯 해요. 부지런하면 살수 있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 저의 인생신조입니다."
그런 손씨에게 아내 이현숙씨(45)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배 같은 존재이다. 같은 동네 선후배 사이인 그들은 결혼한 지 20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신혼부부 같은 애틋함으로 서로를 아끼고 있다고 말했다.
"11년전 울진에서 포항으로 이사온 후 고생을 너무 많이 했습니다. 저는 죽도시장에서 일하고 아내는 붕어빵 장사를 하며 세상과 승부했지요. 못난 남편을 만나 고생한 아내를 생각하면 곁에 있어도 눈물이 납니다."
지금은 어엿한 부동산컨설팅 대표가 돼 어느 정도 삶에 여유가 생기면서 모든 이들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길이 무엇일까 생각하다 시민들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는 포항시장이 되어야 뭔가 지역사회를 위해 큰일을 할 수 있겠다는 판단을 하고 당당하게 시민후보로 입후보 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어쩌면 돈키호테같은 손씨의 출마에도 아내 현숙씨는 사랑의 눈으로 쳐다보며 조용히 내조하고 있다. 지금도 여느 선거사무실과 달리 선거운동원 한사람 없이 부부가 포항전역을 다니며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손씨가 이번 선거에 출마하면서 선거비용으로 사용키로 한 돈은 3천만원. 선관위에서 오히려 선거를 치러기에 비용이 너무 적지 않느냐고 반문할 정도로 손씨의 선거비용은 약소하다.
"저는 비록 3천만원이지만 충분히 선거를 치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정후보들이 많은 비용을 들여 선거를 하면 또 그만큼 부정한 방법으로 돈을 회수할 것 아닙니까. 다른 사람 눈치 보지 않고 저의 소신대로 맑고 투명한 시민후보로 끝까지 최선을 다하면 반드시 당선될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어디서 저런 자신감이 나올까 싶을 만큼 손씨는 당당했다. 지난 3월 2일 이미 예비후보 등록도 마쳤다. 아내 현숙씨와 둘이서 포항지역 오일장 등을 찾으며 어르신들에게 한표를 호소하고 있다고 한다. 오토바이를 즐겨 타고 다니다 보니 이제는 어느새 '바이크 손시장후보'로 통한다며 호탕하게 웃는다.
"제가 포항시장 선거에 출마하는 것만으로도 비리로 얼룩진 한국 정치세계에 신선한 충격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작은 행동과 실천으로 우리 정치가 혁신되고 모든 시민과 국민들이 잘살 수 있는 선진포항, 선진 대한민국이 되길 바라는 차원에서 결단을 한 것이지요."
당당히 '시민후보'를 표방하는 손씨는 중학교 학력에도 불구하고 세상풍파를 겪으며 쌓아온 인생경험과 경륜으로 나름의 공약을 피력했다.
"지금 우리 포항은 포스코 의존도가 너무 높아 철강산업의 경기변동에 따라 지역경제 전반이 출렁이고 있습니다. 빠른시일 내 대체산업을 육성해야 하고, 포항시정 역시 보여주기 식 전시행정이 아닌 합목적성, 효율적 예산정책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복지예산을 과감히 늘리고 모든 예산을 고용창출로 이어질 수 있는 실효적 행정으로 펼쳐나가야 시민이 행복한 포항이 되겠지요."
손씨는 독학으로 공부한 법무지식을 바탕으로 지금 지진으로 고통 받는 포항시민들을 위해 '특별재난지역에 대한 투자촉진지역지정 및 관광자원활성화 특별법 재정' 청원서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이제 학연, 혈연, 지연을 떠나 오직 인물을 보고 일을 얼마나 잘할 수 있는지보고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 손성호는 비록 외로운 시민후보이지만 반드시 시민들이 저의 진정성을 이해하고 도와주실 것을 믿습니다."
혼탁한 현실정치판에 뛰어든 그를 보면 안타깝기도 하지만 그의 작은 외침이 정치는 물론 우리사회를 밝게 해주는 작은 밀알이 될 수 있을 것 같은 것은 잘못된 생각일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경북뉴스통신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