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불상을 모셔놓은 전각 앞에서 나무살창 안으로 보이는 사면석조불상을 바라보니 가슴이 미어지는 듯하다. 우리나라 최초의 사면불상이고 백제시대 유일한 사면불상이라는데 사면불상의 얼굴이 모두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 불상이 유실되어버린 얼굴을 갖고 있다고 하면 그 어느 불교문화재보다 뛰어난 작품이었을 것이다.
지난 4일 서산과 예산을 답사하면서 맨 끝으로 찾아간 곳이 예산군 봉산면 화전리 뒷산에 자리하고 있는 보물 제794호 예산 화전리 석조사면불상이다. 1983년 화전리 미륵당이라 불리는 뒷산에서 발견된 이 사면석불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사면석물로 백제권에서 발견된 유일한 사면석조불상이다.
화전리 사면석조불상은 당시 도괴되어 땅에 묻힌 상태여서 많이 손상되어 있었다고 전한다. 특히 서면불상은 마멸이 가장 심해 거의 알아볼 수 없을 정도이다. 원래부터 반듯하지 않은 석주의 가장 넓은 면에는 사면불의 본존으로 보이는 높이 120cm 정도의 불좌상이 조각되어 있으며, 나머지 면에는 동면입상 130cm, 북면입상 168cm 정도의 석조불입상이 조각되어 있다.
뛰어난 광배문양 등 수작으로 보여사면석불을 각 면을 돌아보면서 찬찬히 살펴본다. 보면 볼수록 마음이 아프다. 도대체 이 사면석불의 얼굴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6세기 후반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하는 이 사면석불은 머리와 손을 따로 조각하여 부착했다. 이렇게 손을 따로 제작하며 석불을 조성하는 방법을 보면 세심히 신경을 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남쪽면에는 여래좌상의 주존불을 조성하고 동·서·북면에는 여래입상을 조성하였다. 남쪽면의 여래좌상은 양쪽 발을 무릎에 올려놓은 결가부좌 한 자세인데, 가슴부분에 광배는 원래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여래좌상의 법의는 양편어깨를 덮었고 입체감을 살리기 위해 어깨부분을 원형기법으로 조성하였다.
동쪽과 북쪽의 여래불은 거의 동일한 모습으로 어깨를 덮은 법의가 U자형으로 발목까지 흘러내렸다. 대좌와 머리부분의 두광은 연꽃무늬가 새겨져 있다. 서쪽면의 여래입상은 마모가 가장 심하여 원래 모습을 정확히 알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조각수법은 다른 여래입상과 비슷하게 조성하였다.
이 석조사면불상의 곳곳에 표현된 불꽃문양과 연꽃문양은 백제 특유의 양식이며 각 상의 주위를 마치 감처럼 파서 원각상에 가깝게 조각한 것이 특징이다. 발견 당시 땅 위에 노출되어 있던 서면을 제외하고는 머리와 양손을 잃었을 뿐 원래의 모습 그대로 남아 있어 백제권의 불상을 연구하는데 좋은 자료가 된다.
사면석조불상 보면 볼수록 마음만 아파사면석조불상이 있는 화전리 뒷산으로 올라가는 입구에 차를 세워놓고 천천히 걸음을 옮겨 문화재가 있는 곳을 향했다. 아래서부터 사방불을 모셔놓은 전각이 보인다. 전각 앞에는 누군가 작은 바위 위에 돌을 쌓아 탑을 만들어놓았다. 아마도 이곳을 찾아오는 방문객들이 하나씩 올려놓고 간 것인 듯하다.
넓은 목책 창살로 안이 훤히 들여다보아는 사면석불. 그 앞에 설 때까지만 해도 가슴이 벅찼다. 백제권에서 유일한 사면석불이라는 점도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빨리 조성된 사방불이라는 점에 더 큰 기대를 하고 찾아갔다. 하지만 사방불을 보는 순간 아연할 수밖에 없었다. 사방불의 머리 부분과 손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대체 이 소중한 사방불이 어떤 이유로 머리가 하나도 남아있지 않은 것일까?
며칠을 검색을 하면서 혹 이 사방불의 머리 부분 유실에 대한 자료가 있을까 해서 찾아보았지만 어느 곳에도 그런 내용을 밝힌 것은 없다. 손의 경우 따로 조각을 해서 끼워 넣었기 때문에 오래도록 땅 속에 묻혀있었기 때문에 유실될 수도 있지만 머리 부분의 유실은 이해할 수 없다.
우리나라 최초의 사방불, 그리고 백제권 유일한 사면석조불상이라는 이 사면석불을 보면서 마음만 더 무거워진다. 경주에 있는 보물 제121호인 굴불사지 사면석불은 한 곳의 얼굴부분만 사라지고 삼면의 석불은 온전한 형태로 남아있다.
하지만 화전리 사면석조불상은 어쩌다 이렇게 심하게 훼손이 된 것일까? 지난 4월 4일 답사를 다녀온 후 며칠을 안타까워한 예산 화전리 사면석조불상. 앞으로 문화재를 답사하면서 이렇게 마음 아픈 일이 더 이상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티스토리 블로그 '바람이 머무는 곳'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