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성사' 또는 'Gold Star'에 대해 들어본 적 있는가? 1958년에 설립된 '금성사(Gold Star)'는 1995년에 우리가 잘 알고 있는 'LG전자'로 다시 태어났다.
필자의 집엔 로고 'Gold Star'가 새겨진, 내년이면 햇수로 반오십이 되는 가전 제품이 2개나 있다. TV나 전자레인지 등은 여러 번 새 가족을 맞이했음에도 이것들만큼은 공원의 오래된 고목처럼 집 안의 연장자로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 가전 제품의 평균 수명이 5~10년인 것을 감안하면 가전 제품계의 골동품인 셈이다. 24년 동안 가족의 역사를 함께 한 사진 속 세탁기와 냉장고가 그 주인공이다.
세탁기에는 '꽃을 피우는 마음으로'라는 문구와 함께 장미꽃 하나가 새겨져 있다. 당시 금성 창원공장에선 소비자에게 임직원들의 정성이 담긴 제품을 제공하겠다는 의미로 냉장고, 세탁기 등에 장미꽃을 부착하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냉장고의 옆 면에는 '금성사'가 적힌 서비스센터 안내 스티커가 붙어있다. 스티커에서 '94년 6월 1일 기준임', 지금은 창원에 통합된 '마산'이 적혀 있는 것을 보면 세월의 흔적이 느껴진다. 세기가 바뀔 동안 한 자리를 지킨 그 연식에 무색하게 수리를 한번도 받지 않았을 만큼 세탁기와 냉장고는 아직도 그들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등의 전자제품은 사용하는 이의 습관에 따라 그 수명이 다르다. 반면 가전제품의 수명은 제품 자체의 품질과 이른바 '뽑기운'이 좌우한다. 로고 'Gold Star'가 새겨진 두 골동품은 인간 생활의 3대 요소인 의∙식∙주 중 지금까지도 가정의 의∙식을 도맡고 있다. 필자의 집에서 많은 일을 수행하는 가전제품이 무려 2개나 24년 동안 별 탈 없이 우직하게 일하고 있다는 것은 단순히 뽑기운에서 비롯한 우연은 아닐 것이다.
LG 구본무 회장의 별세 소식이 전해진 후 그의 올곧고 검소한 품행에 대한 이야기들이 언론을 통해 하나둘씩 회상되고 있는 요즘, 그의 성품을 담은 듯 정직하게 맡은 일을 다하는 금성사 가전제품의 우직함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사람들은 종종 LG전자가 홍보를 잘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LG전자는 홍보 이전에 본질에 충실한 제품을 판매함으로써 고객들에게 진심 어린 믿음을 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