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단양군 적성면 대가초등학교 29명 어린이들은 (초등학생 24명, 병설유치원생 5) 봄부터 농사일하는 어린이 농부가 되었습니다. 마을에서 농사짓는 7살 성덕이, 10살 성용이 아버지(이운영 농민)와 11살 한결이 아버지(유문철 농민)가 올해 연중 8번 정규 수업인 감자농사, 벼농사, 사과농사, 김장농사를 맡았거든요. 학부모 농민이 학교 선생님이 된 거지요.
4학년 유한결 아빠인 저는 4년 전 유기농 벼농사 수업을 대가초 어린이들과 함께한 것이 인연이 되었어요. 어린이와 교사, 학부모 호응이 좋아 해마다 조금씩 학교 수업에 농사 수업을 늘려가다가 올해는 무려 여덟 번을 하게 되었답니다. 혼자 진행하기 벅차서 마을 형님이자 학교운영위원회 동료였던 성용이 아버지와 지난해부터 함께 수업 프로그램을 짜서 하고 있지요.
올해 4월 초에는 농번기에 가장 먼저 심는 감자를 1백 평 마련하여 어린이 농부들과 감자를 심었습니다. 씨감자 20kg을 고사리손들이 직접 흙속에 넣어 주었지요. 감자를 심으며 어린이 농부들은 "감자들아, 흙 속에서 뿌리 잘 내리고 무럭무럭 자라거라" 인사를 해주었더니요. 비를 맞고 싹을 내어 정말로 무럭무럭 자라났답니다. 감자싹이 나오고 나서 순을 솎아주고, 흙을 조금 더 덮어주고는 두 달을 더 기다렸어요. 감자에 하이얀 꽃이 피고, 흙 속에서 감자들이 알알이 여물더니 장마철이 되자 줄기가 이제는 캘 때가 되었다며 시들었지요.
감자에 싹이 나서, 잎이 나서, 꽃이 피어, 여무는 동안 어린이 농부들은 모를 키워 감자밭 옆에 있는 성용이네 논에서 손 모내기를 했답니다. 어린 모가 뿌리를 내리고 새가지를 부지런히 치고, 논에서 풀을 먹어 농사를 도와주는 우렁이가 분홍색 알을 낳을 때쯤 감자가 다 여물었어요.
"와아~ 감자 캐러 가자!" 어린이 농부들 성화가 대단했지요. 그런데 6일 진행한 이번 감자 캐기는 지난해처럼 어린이들과 선생님들끼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온마을 사람들과 함께하기로 했어요. 대가초등학교가 충북 도교육청에서 지정한 올해 충북형 혁신학교인 행복씨앗학교가 되었거든요. 행복씨앗학교는 '온마을 사람들이 아이들을 함께 키운다'는 모토로 저나 성용이 아빠처럼 농민이 어린이들 농사수업을 맡아서 할 수 있는 교육제도랍니다. 당연히 마을 잔치를 해야지요.
감자 캐기 마을 잔치에 마을 최고령인 아흔한 살 윤순단 할머니와 대가리 노인회장님을 비롯한 마을 어르신들이 나오셔서 함께 감자를 캤고요. 이웃한 가곡면 가곡초등학교 최병일 교장선생님(단양군 청소년 연합국악단 단누리 공연단 단장)께서 풍물패를 이끌고 길놀이 하러 오시고요. 적성면장님은 아이스크림을 양팔 가득, 농협 조합장님은 수박을 비롯한 제철 과일을 차에 가득 싣고 오셨어요.
당연히 흥겹고 보람 있는 자리에 학부모님들 빠질 수가 있나요. 자녀들과 함께 감자 캐고, 노래 부르고, 잔치 음식 나누었지요. 아흔한 살 윤순단 할머니는 보행기에 의지해 오셨는데도 풍물패 장단에 맞춰 춤을 추시고요. 대가리 노인회장님은 어린이들과 <독도는 우리땅>을 신명 나게 불렀답니다. 춤과 노래라면 어린이 농부들이 빠질 수가 없지요. <농자천하지대본> 깃대를 앞세워 풍물에 맞춰 춤을 추고 어린이 농부들이 즐겨 부르는 <대홍단 감자>를 감자를 캐면서, 또 삶은 감자와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부르고 또 불렀답니다. 민요에 일가견이 있는 유승봉 교장 선생님은 <농부가>를 멋들어지게 부르구요.
이번 대가초 한가락마을교육공동체 감자 캐기 잔치 수업 하이라이트는 장작불 가마솥에 삶은 햇감자입니다. 밭에서 갓 캐어낸 햇감자를 곧바로 가마솥에 넣어 장작불로 삶아 내었으니 그 맛이 어땠겠어요? 어르신들은 옛날 감자맛이라고 하고, 도시 출신 교직원들은 이런 맛은 난생처음이라고 하고, 어린이 농부들은 먹어도 먹어도 또 먹고 싶은 감자라네요. 제철과일에 미숫가룻물까지 곁들이니 소박하지만 멋들어진 마을잔치상입니다. 신토불이, 로컬푸드, 자급농업 교육하자는 말이 전혀 필요가 없는 몸으로, 맛으로 아는 농사교육이었답니다.
20kg 씨감자를 심어 열 배가 넘는 수확을 했는데요. 이 감자들은 대가초 학교급식에 들어가서 어린이 농부들 밥상에 오르고요. 한편으로는 매포읍과 단양읍 오일장에 어린이 농부들이 직접 들고 나가 좌판을 열고 판매를 합니다. 판매 수익금은 마을 경로당이나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를 하게 되지요. 그리고 감자를 캔 밭에는 김장채소를 심어 늦가을에 학교에서 온마을 주민들과 함께 김장을 해서 나눌 계획입니다. 생각만 해도 신나고 기특하지요?
올해 행복씨앗학교 대가초 한가락마을교육공동체 생태농사수업이 이제 세 번째 수업을 마쳤는데요. 벼농사, 김장 농사, 사과 농사가 늦가을까지 계속 이어집니다. 10월에는 황금들녘에서 벼를 베면서 가을 추수제를 재미있게 할 거예요. 대가초 어린이들과 우리 마을 사람들은 '농민이 살아야 마을고 학교가 산다'고 생각합니다. 시골마을은 농업이 무엇보다 중요하잖아요. 농업이 살아야 마을도 유지되고 학교도 폐교되지 않고 지금까지처럼 마을공동체의 중심으로 남아 있을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학부모 농민 선생님의 역할이 참 중요하지요. 박사도, 석사도 아닌 농민도 선생님이 될 수 있는 행복씨앗학교 생태농사교육 참 좋지요?
[사진] 단양군 적성면 감자 수확 잔치 이모저모
덧붙이는 글 | 유문철 시민기자는 단양군 적성면 하리에서 11년째 유기농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현재 전농 단양군농민회 사무국장과 충북 학부모기자단으로 기자로 활동하며 농민운동, 마을과 시골학교 살리기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본 기사는 한국농정신문에도 기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