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자녀의 입학을 축하드립니다.
드디어 학생으로서의 첫 발걸음을 내딛었습니다. 씨앗보다 작은 생명에서 오늘 이 순간에 이르기까지 부모님은 물론 주변분들의 도움이 많았을 것입니다. 감격스러운 날입니다. 그리고 그동안 쏟으신 정성에 마음을 다해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오늘부터는 조금은 새롭게 마음을 가지시면 좋을 것 같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자녀를 사랑하는 법은 울면 달래주고 안아주고 배고프면 먹을 것을 챙겨주고, 심심하다면 놀아주고 하셨을 것입니다. 이제부터는 때에 따라서 조금은 아이를 기다리게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변에서 부모나 어른들이 얼른 자신을 도와주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아이가 당장에 큰 위험에 빠지거나 문제가 생길까요?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적절히 도와주시면 됩니다. 하지만 조금 기다리게 해도 문제가 없다면 천천히 도와주셔도 되고 안 도와주셔도 괜찮을 수 있습니다. 어른들이 기다리는 동안 아이들은 자신의 곤란한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서 생각하고 또 움직입니다. 배가 고프다면 부엌이나 냉장고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심심하면 뭔가 흥미로운 것이 없나 주변을 살피기 시작합니다. 이런 순간에 호기심과 관찰력이 생겨나고 창의력이 싹 틀 수 있습니다. 학교에서 공부를 통해 배우는 문제해결력이 바로 이런 겁니다.
어른들이 조금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이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짧게는 몇 분 길게는 몇 시간 혹은 며칠이 될 수도 있습니다. 어른인 내가 얼른 해주거나 도와주고 싶지만 참는 것은 쉽지만은 않습니다. 늘 도와주던 사람은 도와주지 않고 기다리는 것이 더 힘든 일입니다. 답답하거든요. 아니 속터지죠. 우리 아이가 저 쉬운 문제를, 간단한 일을 못하는 걸 쳐다 보기는 어려운 일이죠. 하지만 그 기다림 속에서 아이들은 자라납니다. 몇 번의 실수와 실패를 경험하고 겨우 할 수 있기도 하지만 여전히 잘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도 계속 실수하고 실패하게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우리도 서툴고 잘 안되는 시간을 지나서 어른이 되었잖습니까? 얼른 무언가를 해 주지 마시고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 결과가 좋지 않아도 격려해주시고 응원해주시기 바랍니다.
기다려주려면... 무엇보다 어른인 내가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합니다. 오늘부터 자녀의 새로운 출발과 더불어 부모님께서도 기다림의 여유를 조금씩 키우시기를 부탁드려 봅니다.
다시 한 번 자녀의 입학을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