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과천 법무부 청사 앞에서 '법무부의 로스쿨 및 변호사시험에 관한 사실 왜곡을 규탄하고 변호사시험 합격률 통제를 멈출 것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있었다.
법조문턱낮추기 실천연대(아래 법실련)와 법학전문대학원 원우협의회(아래 법원협)는 "법무부는 현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83.10%로 아무 문제가 없다며 사실 왜곡"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지금 당장 변호사시험의 자격시험화를 위한 입법 추진을 하고, 제8회 변호사시험의 합격률을 응시자 대비 75% 이상으로 하는 구체적 방안을 마련해 공표하라"고 요구했다.
지난해 10월 25일 박상기 법무장관은 네이버 법률판과의 인터뷰에서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80% 이상"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최근 오마이뉴스를 통해 공개된 법무부의 입장에서도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83.10%"이란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관련 기사 :
http://omn.kr/1hlqm) 이번 기자회견은 그러한 법무부의 일관된 태도와 무관하지 않다.
법실련과 법원협은, "법무부는 제1회 변호사시험 합격률 결정시 '변호사시험은 자격시험이므로 과락자를 제외한 이들은 변호사의 능력과 자질을 갖췄다'고 공표했지만 이후 입장을 바꿔 정원제 선발형 시험으로 변호사시험을 운영해왔다. 그로 인해 로스쿨은 고시학원이 되었고 변시낭인의 문제가 날로 심각해졌음에도 지금 법무부는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83.1%'이라고 진실을 가리고 면피에만 급급하다"고 비판했다.
지난 4일 출범한 법실련(이경수, 박강훈 공동대표)은 "대국민 법률서비스의 문턱을 낮추는 것이 정의"라는 공감대 하에서 현직 및 예비 법조인들, 교수들이 모인 연대체다. 아직 단체가 태동단계로 세부적 방향은 조정 중이나 "변호사의 수를 인위적으로 통제하는 것은 로스쿨 설립 취지에도 반하고 국민의 이익에도 반한다"는 것이 기본입장. (관련 기사 :
http://omn.kr/1ho4p)
또 법원협(최상원 회장)은 변호사시험의 자격시험화(로스쿨 1기들의 1회 변호사시험 합격 커트라인이었던 720점을 합격점으로 하는 자격시험화)를 목표로 하는 로스쿨 재학생들 및 졸업생들의 모임이다. 지난해 8월 법무부 인근 그레이스 호텔에서 한 로스쿨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때 이는 현 로스쿨의 파행적 교육, 변시낭인 등의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며 유일하게 애도의 성명서를 낸 바 있다.
방향에 다소 차이는 있으나 두 단체는 '현재의 변호사시험은 문제'라는 점에 합치하여 이번 공동성명을 발표한 것.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소수의 특권층을 시험으로 선발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을 통해 일정 자격을 갖추면 누구나 변호사가 되도록 양성하려던 로스쿨 도입의 취지는 완전히 퇴색했다"면서 "지금의 로스쿨은 그야말로 위기"라고 주장했다. 이들에 따르면 로스쿨 위기의 근본적 이유가 "변호사시험의 합격자 결정을 정원제 선발로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법무부는 변호사시험을 자격시험으로 운영해 일정 수준 이상의 로스쿨 졸업생들에게 로스쿨 설립 취지와 시행 초기의 약속대로 변호사 자격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유발언 시간에 로스쿨 8기 한상균씨는 "입학전 기대와 달리 로스쿨이 변호사시험을 준비하는 고시학원이고 암기 위주의 수험지식만을 강조하는 것에 놀랐다"고 발언을 시작했다. 그는, 그럼에도 로스쿨 교수였던 박 장관이 누적합격률 83.1%로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하는 것에 당혹스러웠다며 "정말 문제가 없다면 (지난 2.18. 총궐기대회에) 학생들은 왜 거리로 나와야 했느냐"고 반문했다.
법실련 설립에 참여했다는 로스쿨 8기인 박은선씨는 "공부만 하다가 지난해 박 장관의 '합격률은 80% 이상' 이란 명백한 거짓말에 분노했다. 그런데 더 분노한 것은 한 달 뒤 열린 국회공청회에 25개 로스쿨 원장들이 현재 로스쿨에서의 특성화 교육 붕괴의 근본 원인이 변호사시험 합격률 통제에 있음을 애써 외면하는 모습에서였다"고 밝혔다.
이어 "법실련을 통해 로스쿨을 정상화하려 노력하고 또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계속 가만히 있는다면 언젠가 나는 로스쿨 폐지를 외칠 것"이라고 돌발 발언을 했다.
박씨는 자신의 '로스쿨 폐지 운동'에 대한 입장은 개인적인 입장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도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로스쿨 관계자라면 다 알 것이다. 빨리 바꿔야 한다. 특히 로스쿨 교수들과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계속 침묵한다면 내가 로스쿨 출신이어도 나는 로스쿨 폐지로 방향을 전환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로스쿨 연구교수였던 김정환 변호사는 "지금의 로스쿨은 지옥"이라는 말로 발언을 시작했다. 그는 로스쿨이 자격증 부여의 전문교육기관이라는 점에 방점을 찍으며 "로스쿨은 변호사가 되려고 오는 곳이고 변호사가 되지 못하면 루저라는 낙인이 찍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지금의 제도는 문제가 있다고 확신한다"면서 반드시 로스쿨 교육과 변호사시험 정상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의 행보에 대해 법실련은 법무장관, 변협회장, 법전협 이사장 등과의 면담을 추진하고 법학협이 학사거부를 결의할 경우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법원협은 지금까지 법무부 앞에서 1인시위를 해왔는데 앞으로는 장소를 바꿔 보다 전략적으로 대응할 것이며 자세한 내용은 추후 공개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기자회견을 앞두고 두 단체는 법전협 김순석 이사장, 법전협 교수협의회, 법학협, 참여연대, 경실련, 대한변협, 한법협 등에 이를 알리고 연대를 부탁하는 공문을 발송한 바 있다.
법전협 교수협의회는 지난달 28일 법전협 교수협의회 김종철, 김창록, 한상희 등의 대표들이 김순석 이사장을 면담하여 변호사시험을 포함한 로스쿨제도 전반의 개혁에 관하여 협의하는 등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면서 "법실련과의 연대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혀왔다.
이석훈 법학협 의장은 "비록 법실련 구성원 중 1인의 개인적 생각이라 해도 (기자회견에서 있은 박씨의) 로스쿨 폐지 발언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점을 먼저 분명히 했다. 하지만 "합격률을 응시자대비 75퍼센트 이상으로 결정하여야 한다는 지점에서 법실련과의 연대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왔다. 또 "16일 있을 법학협 회의에서 '2.18. 로스쿨 및 변호사시험 합격률 정상화 총궐기대회'의 후속조치 및 법무부의 '합격률은 83.10%'라는 입장에 대한 대응방안도 모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편 기자회견 소식이 알려지자 로스쿨 커뮤니티에서는 지지의 글이 이어졌다. 익명의 한 졸업생은, "떳떳하지 못하면 감추기 마련이다. 로스쿨 제도의 양 축이자 기득권 세력인 로스쿨과 법무부가, 로스쿨 설립 취지를 바로 세우고 제도를 개선하는 데에 힘쓰기는커녕 문제를 감추기 급급해 그간 분노했었다. 앞에선 약자보호와 정의를 말하면서 뒤에서는 자신들의 이익만을 챙기고 책임을 가장 약자인 학생들에게 떠넘기려는 비열한 그들에게 이번 기자회견이 일침을 가한 것 같아 속이 시원하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다음은 법실련과 법원협의 공동성명서 전문이다.
성 명 서 |
변호사법 제1조.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한다. 변호사는 그 사명에 따라 성실히 직무를 수행하고 사회질서 유지와 법률제도 개선에 노력하여야 한다."
이처럼 변호사는 직업인인 동시에 사회정의 실현의 사명이 있고 잘못된 법률제도 개선에 노력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현직 및 예비 법조인인 우리가 발 딛고 서있는 제도가 정의롭지 못하고 개선되어야 하기에 우리는 오늘 여기 법무부 앞에 모였다.
현재의 유일한 법조인양성시스템인 로스쿨은 그야말로 위기다. 소수의 특권층을 시험으로 선발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을 통하여 일정 자격을 갖추면 누구나 변호사가 되도록 양성하려던 로스쿨 도입의 취지는 완전히 퇴색하였다.
로스쿨의 설립 목적은 사법개혁에 있었고, 사법개혁이란 국민들이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쉽고 편하게 받을 수 있는 것, 대국민 법률서비스의 문턱이 낮아지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과연 대국민 법률서비스의 문턱이 낮아졌는가, 과연 우리사회에 법조인의 수가 충분한가. 우리는 아니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로스쿨의 설립 목적을, 사법개혁을, 대국민 법률서비스의 낮은 문턱을 가로막는가. 우리는 '법무부'라고, 이 모든 것이 법무부의 '변호사 수의 인위적 통제'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교육을 통해 훌륭하게 양성된 법조인들이 일정 자격만 갖추면 법조인이 되어 우리 사회 곳곳의 법적 공백을 메웠어야 했으나 그렇게 하지 못한 이유, 그래서 로스쿨이 설립되었어도 국민들이 법률서비스가 가깝고 낮아졌음을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 또 로스쿨이 전문화되고 전인적인 로스쿨형 법조인양성교육에 전념하지 못하고 구시대적 고시공부에만 전념하도록 일그러지는 이유, 그 근본적 이유는 바로 '변호사시험의 합격자 결정을 정원제 선발로 하기 때문'인 것이다. 이는 로스쿨의 설립취지에 반하고 사법개혁에도 역행한다. 무엇보다 이는 국민에게 불이익하다.
또한 법무부는 제1회 변호사시험 합격률 결정시 분명 '변호사시험은 자격시험이므로 과락자를 제외한 이들이 변호사의 능력과 자질을 갖추었다'고 공표한 바 있으며, 지난해에 서울대 로스쿨 등의 연구팀은 '변호사시험이 자격시험으로 치러지려면 응시자 대비 75% 이상 합격이 최소한의 기준'이라고 그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따라서 현재의 '정원제 선발형 변호사 자격 부여' 방식은 반드시 시정되어야 한다. 법무부는 변호사시험을 자격시험으로 운영하여 일정 수준 이상의 로스쿨 졸업생들에게 로스쿨 설립 취지와 로스쿨제도 시행 초기의 약속대로 변호사의 자격을 부여해야 한다.
그런데 오히려 최근 언론을 통해 드러난 법무부의 로스쿨과 변호사시험에 관한 입장 표명을 보면 이러한 문제 시정의 의지는커녕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83.10%'라는 등 진실을 호도하며 그저 면피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는 바 우리는 분노를 참을 수 없다.
이에 우리는 대국민 법률서비스의 문턱을 낮추기 위한 현직 및 예비 법조인 최초의 결합 단체인 법조문턱낮추기실천연대와 법학전문대학원 원우협의회의 이름으로 법무부의 사실왜곡을 규탄하며 다음의 두 가지를 법무부에 강력히 요구한다.
1. 지금 당장 변호사시험의 자격시험화를 위한 입법을 추진하라.
1. 지금 당장 오는 4월의 제8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시 '응시자 대비 75% 이상'에게
변호사의 자격을 부여하는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공표하라.
2019년 3월 7일
법조문턱낮추기 실천연대 ・ 법학전문대학원 원우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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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 양필구 기자는 현재 로스쿨 재학생이며, 법조문턱낮추기 실천연대와 법학전문대학원 원우협의회 소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