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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바 중개 앱에 이력서를 공개한 하루 동안 완곡하게 유사 성행위 등을 제의하는 문자 메시지를 12건 받았다. 그날 이후로 나는 이력서를 공개 상태로 설정하지 않는다.
알바 중개 앱에 이력서를 공개한 하루 동안 완곡하게 유사 성행위 등을 제의하는 문자 메시지를 12건 받았다. 그날 이후로 나는 이력서를 공개 상태로 설정하지 않는다. ⓒ pixabay

지난해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는 과정에서 알바 중개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에 이력서를 공개해 놓은 적이 있다. 그날 하루 동안 완곡하게 유사 성행위 등을 제의하는 문자 메시지를 12건 받았다. 앱 내 성인인증 절차를 거치지 않았음에도, 열 곳 넘는 관련 업소가 내 전화번호를 가지고 있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이력서를 공개 상태로 설정하지 않는다.

아르바이트를 희망하는 이들의 대부분은 '알바○○', '알바○' 같은 아르바이트 중개 앱을 설치하면서 구직 활동을 시작한다. 더욱 편리한 지원을 위해 작성한 온라인 이력서에는 개인정보가 고스란히 담겨 있기에 선뜻 공개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인력 공급에 미치지 못하는 일자리의 수요는 지원자들을 절박한 위치로 내몬다.

특히 대학의 방학 기간에는 공급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하루에 10곳 이상 지원해도 모두 탈락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따라서 많은 지원자는 민감한 정보가 담긴 이력서를 공개 상태로 설정한다. 이력서를 공개할 시 고용주 측에서 오는 연락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공고를 올리지 않고 이력서를 먼저 검토한 후 면접을 제안하는 업체들도 많다.

아르바이트 중개 앱의 금지 검색어 '데이트'
 
 데이트 카페에서 온 문자 메시지
데이트 카페에서 온 문자 메시지 ⓒ 유서영
 
앱 내 성인인증을 하지 않은 지원자는 유흥주점 등의 채용 공고를 열람할 수 없다. 또한, 지원서가 공개 상태일지라도 관련 업체 역시 해당 지원서에 접근할 수 없다. 그러나 예외적인 경우가 존재한다. 속칭 '키스방', '대딸방' 혹은 '데이트 카페' 등으로 불리는 유사 성행위 업소다.

이로 인해 단어 자체로는 아무런 문제 없는 '데이트'가 졸지에 앱 내 금지 검색어가 되었다. 해당 업소에 고용되면 고객과의 신체 접촉이 주 업무가 된다. 대부분 꺼리는 업종이기에 인력이 몰리는 방학 기간에도 공급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 이런 업소들이 아르바이트를 찾는 20대 여성 지원자에게 적극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다.

이 과정에서 다수의 채용 담당자는 이력서 공개 시스템의 정보 비대칭성을 악용한다. 공개된 이력서에 기재된 번호, 이메일 주소 등으로 연락받은 지원자는 업체가 제공하는 정보 외에는 알 수 없다. 회사명 또는 상호조차 업체 측의 일방적 전달에 의존해야 하는 것이다.

앱에서 '바'(BAR)로 칭하는 유흥주점과 달리 '데이트 카페'의 경우 앱에서 청소년 유해업소로 분류되지 않는다. 따라서 해당 업체는 성인인증을 하지 않은 지원자에게도 먼저 연락을 취할 수 있다. 
 
 이력서 공개한 직후 성인인증을 하지 않았음에도 만 하루 동안 ‘데이트 카페’ 등에서 12건의 문자를 받았다.
이력서 공개한 직후 성인인증을 하지 않았음에도 만 하루 동안 ‘데이트 카페’ 등에서 12건의 문자를 받았다. ⓒ 유서영
 
이러한 채용 제의의 가장 큰 문제점은 피고용인의 업무를 명확하게 알려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업장을 '토킹 카페'로 지칭하며 신체 접촉의 가능성을 부정하는 듯한 업소도 있고 대다수는 상호조차 밝히지 않았다.

비교적 상세한 내용의 문자 메시지에 적힌 번호로 통화 연결을 시도해 보았다. 정확히 무슨 일인지 묻자, 주소를 알려줄 테니 대면해 이야기를 나눠보자고만 답했다. 자세히 알고 싶다고 재차 질문하자 다음과 같은 답이 돌아왔다.

"… 아무래도 공개되어 있으면 그쪽도 그렇고 고객도 조금 곤란하니까, 방이 있어요. 어차피 카운터에는 매니저가 항상 있고 안에서 못 잠그는 문이니까… (중략) 수위는 전적으로 그쪽이 원하시는 대로만 하는 거예요."

'수위'는 신체 접촉의 정도를 뜻한다. 수위가 확정적이지 않다는 말은 곧 신체 접촉의 범위가 고객과 '데이트 카페' 알바 간 협의를 통해 정해짐을 의미한다. 이러한 과정이 고객과 단둘이 있는 밀폐된 공간에서 비강압적으로, 상호 동의 아래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은 지나친 낙관이다.

유동적인 근무 시간과 높은 급여로 유혹하는 '데이트 카페'
 
 '데이트 카페' 후기 사이트를 갈무리한 화면
'데이트 카페' 후기 사이트를 갈무리한 화면 ⓒ 유서영

많은 '데이트 카페'들이 적극적으로 지원자에게 접근하는 이유로는 크게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첫 번째는 앞서 이야기한 구인난이다. 두 번째는 성매매 경험이 전무해 보이는, 속칭 '민삘'(민간인+느낌을 의미하는 '필'(feel)을 섞어 만든 은어)을 향한 고객층의 요구이다. 전문적이고 능숙한 경력자를 원하는 여타 직종과는 달리, 유흥업계에서는 그렇지 않은 이들을 원하는 경우도 다수 존재한다.  

마지막으로, 해당 업소들은 아르바이트 일자리를 구하는 20대 초반의 여성이 놓인 사회적 위치를 명확히 인지하고 있다. 채용 담당자는 우선 공개 이력서를 통해 지원자의 정보를 수집한 후, 이를 바탕으로 '데이트 카페'가 지원자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유동적인 근무 시간과 타 아르바이트 업종에 비해 높은 급여로 지원자를 유혹하는 것이다. 고민하는 듯한 답을 보내면 끈질긴 설득이 따라붙는다.

20대 여성이 알바 앱에 이력서를 공개하면 이와 같은 문자 메시지를 종종 받게 된다. 그중 대다수는 이를 단순히 불쾌한 스팸 문자로 취급할 것이다. 상호도, 하는 일도 밝히지 않는 게 수상하며 같은 일을 겪은 친구들에게 전해 들은 이야기도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누군가에게 최저임금의 4배가 넘는 급여는 달콤한 유혹일 수 있다. 유사 성행위 업소와 관련해 아르바이트 중개 앱이 가지는 허점을 이야기하는 이유다.

덧붙이는 글 | IFS 청년기자단 8기 활동의 일환으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데이트카페#아르바이트#성매매#키스방#20대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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