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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는 미디어나 생활 속에서 궁금한 성이야기를 성교육 강사 심에스더씨에게 묻고 답하는 연재입니다.[편집자말]
(* 1편에서 이어집니다.)

- 요즘은 어린이집이나 초등학교에서 장애통합반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친구의 장애를 제대로 아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아이들은 장애인 친구들을 만나는 게 익숙하지 않거든요. 처음엔 두려운 마음이 큰 것 같아요.
"맞아요. 그래서 장애인이 사회의 여러 자리에 함께 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개개인뿐 아니라 나라와 제도 등의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바꿔나가야 해요."

- 어떻게,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자폐성 장애를 안고 있는 민우네 반 아이들과 전문가들이 다 같이 둘러앉아 치킨을 뜯으며 이야기를 나눈 적 있어요."

- 무슨 일이 있었나요?
"민우가 갑자기 가까이 다가와 허그를 하거나, 팔을 만지는 등의 행동을 해서 친구들이 민우를 불편해 하고 두려워 하는 일이 생겨셔 교육을 진행하게 되었어요."

- 놀라는 아이들이 있었겠네요.
"네, 그래서 먼저 민우와 지내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편견 없이 들었어요. 자신들과는 조금 다른 행동을 하는 민우와 어떻게 같이 '더불어' 학교 생활을 할 수 있을지를 같이 고민하고 이야기했는데요.

이때 반 친구들이 민우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었어요. 친구들이 불편해 하는 행동이 사실은 민우가 어렸을 때부터 할머니에게 받아온, 사람에 대한 친근함의 표시라는 걸요. 이후 전문가의 도움을 조금 받기는 했지만, 아이들 스스로 의논한 끝에 방법을 찾았어요. 친근함을 표시하는 다른 방법을요!"

- 어떤 방법일지 무척 궁금한데요?
"민우와 적당한 거리에 있을 때 먼저 반갑게 손을 흔들며 큰 소리로 "안녕!" 인사하는 거였어요. 민우가 가까이 다가와 안으려고 하면 "거기서 인사해! 이 거리는 지키자"라고 이야기해주기로 했죠. 친근함을 표현하고 싶은 민우의 욕구를 채워주되 사람과 사람 사이의 필요한 거리감을 배울 수 있도록 반 친구들이 모두 함께 나서서 알려주기로 한 거예요."

- 멋져요! 아이들이 스스로 그런 방법을 찾다니 기특하네요. 덴마크만 부러워 할 일이 아니네요.
"소통은 시도하지 않으면 일어나지 않는다고 하잖아요. 소통의 경험이 없기 때문에 안 될 거라고,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 친구들처럼 서로 소통하기 시작했을 때 변화는 일어난다고 봐요.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그래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에요."
 
 영화 <말아톤> 포스터
영화 <말아톤> 포스터 ⓒ 씨네라인II
 
- 기사를 준비하면서 예전에 봤던 영화 '말아톤'을 다시 한 번 보게 되었는데요. 여기서 초원이의 행동이 성적인 행동으로 오해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 나오더라고요. 얼룩말 무늬에 꽂힌 초원이가 얼룩말 무늬 치마를 입은 여성의 엉덩이를 만지잖아요. 우리야 영화를 지켜보면서 초원이의 행동을 이해하고 봤지만,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다면 성희롱으로 충분히 오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정말 안타깝고 슬픈 장면이었어요. 한편으론 현실을 잘 보여주기도 하고요. 본론부터 말하면 장애인의 스킨십이나 다른 행동들을 모두 성폭력으로 보면 안 된다는 거예요. 우리에게 모두 미숙한 부분이 있듯이 어떤 사람(어떤 장애인)에게는 흔히 말하는 '사회화'가 쉽지 않고,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현실을 늘 기억하면 좋겠어요.

만약 우리가 잘못된 고정관념, '장애인의 접근은 다 성적이다'는 등의 생각을 가지고 대한다면, 행동변화가 빨리 이뤄지기 힘들고 어려울 수 있는 장애인은 사회에 섞일 기회를 갖지 못하고 고립될 수밖에 없어요. 그렇다고 무조건 참고 견디기만 해서도 안 될 일이에요."

- 민우네 반 아이들에게 민우의 행동을 참고 견디라고 하지 않은 것처럼요?
"네... 영화에서 초원이가 했던 행동이 성폭력은 아니지만 부적절한 행동이라는 걸 알려주고 소통이 되든 안 되든 반드시 사과의 절차를 밟도록 해야 해요. 또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이유를 파악하는 일도 중요해요.

초원이의 경우 평소 얼룩말 무늬에 강한 애착을 보였기 때문에 얼룩말 무늬의 치마를 봤을 때 만지고 싶었던 거예요. 장애인 성교육 전문가가 말하길, 초원이 같은 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외출할 때 평소 애착을 보이는 물건을 챙겨 가는 게 좋다고 해요. 만지고 싶은 욕구를 채워주되 타인과의 사이에서 경계/거리감을 확실히 할 수 있도록 알려줘야 한다고요.

성적 피해를 당하고도 '쉬쉬' 하던 시대에 비해 성적 민감성이 높아지고 피해 사실을 밝힐 수 있는 사회로의 변화는 너무나 긍정적이에요. 하지만 초원이와 같은 사람들의 경우, 그 의도와 맥락을 해명 또는 이해받을 기회도 얻지 못한 채 무조건 '가해자'로 몰릴 수 있어요. 자칫 긍정적인 상황이 또 다른 약자에게는 딜레마가 될 수도 있어요.

한 중학교에서는 자폐 성향을 가진 철이(가명)가 교실에서 자신의 성기를 만지는 일이 있어 학교가 발칵 뒤집혔어요. 알고보니 이 친구는 의도를 가지고 만진 게 아니었어요. 청소년기에 일어날 수 있는 자연스러운 발기 현상 때문에 어쩔 줄 몰라 성기를 감추려고 누르는 행동이 자위 행위로 오해를 받았던 거예요."

- 아, 이런 일은 정말... 어렵네요. 그래서 어떻게 됐나요?
"이후 전문강사와 함께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앞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어떤 행동은 하면 안 되는지, 또 주변 친구들과 선생님은 철이의 행동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그 시간을 통해 친구들은 철이의 행동이 성적인 의도를 가진 행동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죠. 철이가 같은 행동을 반복했을 때 바로 오해하거나 무서워 하지 않게 되었어요. 동성친구의 경우엔 친구를 직접 케어하며 몸을 가려주거나 주의를 분산시켜 발기가 잦아들 때까지 기다려 주었다고 해요."

- 그런데, 심샘... 이게 어떤 특정한 아이의 선행으로 끝날 일은 아닐 것 같아요.
"맞아요. 한 번에 되는 일도, 누구 한 명의 도움으로 해결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하지만 반 친구와 선생님이 함께 나섰을 때 조금씩 변화되는 철이의 모습에 다들 기뻐하고 서로에게 '고마움'을 느꼈다고 해요. 이런 일들은 우리 주변에서 언제든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장애인의 행동을 처음부터 성적이라고 결정하지 말고 바라볼 수 있는 굉장히 신중하고 섬세한 시선이 매우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또 이 친구가 자신의 발기 현상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끈기와 인내를 가지고 알려줄 수 있는 사람들이 필요하고요. 이 모든 일들이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장애인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만 모든 책임과 의무를 지워서도 안 돼요. 대부분 비장애인 중심의 구조를 가진 사회에서 몸과 정신이 불편한 가족을 돌보며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깊은 이해와 관심을 가져야 해요.

개인과 사회 제도와 교육기관 등 온 나라가 힘을 합쳐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동등하게 어울려 살기 위해 노력해야 해요. 모두가 조금씩 힘을 모아 인내하는 과정을 함께 견디고, 함께 공존할 수 있다는 걸 경험을 할 수 있었던 철이의 사례가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장애인 스킨십. 서로 소통하기 시작했을 때 변화는 일어난다고 봐요.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그래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에요.
장애인 스킨십. 서로 소통하기 시작했을 때 변화는 일어난다고 봐요.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그래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에요. ⓒ Pixabay
 
 - 얼마 전에 '평범한' 가정을 꿈꾸는 중증장애인 상우-영은 부부의 결혼 기사를 보게 됐어요. "탈시설해 마음껏 연애하고 마음에 드는 사람과 결혼하세요"라고 한 그들의 말이 참 인상적이었어요.
"장애인을 무성적인 존재나 비장애인 입장에서 편리하게 관리되어야 할 존재로 여기기 쉬워요. 그래서 돌봐야 할 존재로 분류되고 인간의 다양한 욕구, 관계, 사랑, 자유 등으로부터 소외되기도 쉽죠. 하지만 장애인의 성 인권을 보면 전혀 그렇지 않아요."

- 장애인 성 인권이요?
"네. 생소하죠? 자세히 설명해 볼게요. '① 장애인의 성적 권리는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권리 ② 사랑, 결혼, 관계까지 확장되는 삶의 기본적인 권리 ③ 장애인의 사회통합과 자립, 정상화의 개념을 가질 권리'라고 되어 있어요. 또 장애인의 성적자기결정권의 내용도 있어요."

- 장애인의 성적자기결정권이요?
"장애인이라는 단서가 붙긴 했지만, 우리가 이미 다뤘던 개인의 성적자기결정권 내용과 다르지 않아요. 한번 볼까요? '① 자신의 성적인 행동(자위, 연애, 섹스, 성적인 상상, 임신 등)을 스스로 선택하고 표현할 기회를 갖는 것(개인공간) ② 다양한 관계를 통한 의사소통과 원하는 사람을 만날 기회 ③ 성적인 행동에 대해서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 등이 있어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당연히 누릴 수 있고 가질 수 있고 책임질 수 있는 권리에 대한 이야기에요.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장애인 역시 동등한 사람으로서 성인권과 성적자기결정권이 있다는 걸 잊지 말아요."

- 마지막으로 '장애인 청소년 성교육을 할 때 이것만은 기억해라!'라고 할 점이 있을까요?
"장애인 성교육 전문가는 아니기에 저 역시 배우고 있는 중이지만, 전문가 선생님 표현을 빌려 말씀 드려볼게요.

① 장애인은 무성적인 존재라는 편견 버리기.
② 정확한 성 용어 및 긍정적인 반응과 성적 표현하기!
③ 생애주기에 따른 성 발달의 이해를 통한 반복적 교육!
④ 부적절한 성 행동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처하고 구체적인 긍정적 행동 알려주기.
⑤ 부적절한 성 행동을 경험했을 때 자신의 의견을 바르게 표현할 수 있도록 알려주기.
⑥ 장애인의 성행동이 문제행동인지 아닌지 구분하기.
⑦ 장애인 개인의 특성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때요? 한눈에 쏙 들어오죠? 사실 말하고 글로 적는 일은 정말 쉬워요. 하지만 실천하는 일은 언제나 쉽지 않은 거 같아요. 혼자 해야 하면 더욱 힘든 거 같구요. 때문에 우리 같이 소통하며 해나가면 좋겠어요.

아까 그 초등학교 친구들 기억 나시죠? 반 친구들이 소통이 잘 어려운 친구를 위해 다 같이 생각과 행동을 바꿔 나갔잖아요! 우리가 아이들을 본받아 행동할 수 있다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사람의 편리에 따라 구별하지 않고, 당연하게 어우러져 사는 세상이 더 빨리 오지 않을까요? 오늘도 여러분의 심쌤이었습니다."
 
연재를 마치며
성교육 프리랜스 강사 심에스더님과 2018년 4월부터 연재해 온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를 이번 회로 마칩니다. 아, 너무 아쉬워 하지 마세요,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는 곧 단행본으로도 출간될 예정입니다. ^^ 그동안 주신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성교육#심에스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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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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