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말솜씨가 좀 없는 편이라서(웃음). 앞으로 활동에서 서울노인영화제를 알리는 데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질의응답 시간에 홍보대사로 위촉된 김칠두(65)씨가 한 말이다. 김칠두씨는 요즘 한창 뜨고 있는 시니어 모델이다.
지난 26일 11시. 올해로 12회째를 맞은 서울노인영화제 홍보대사 위촉식 및 기자회견이 서울시민청 지하2층에 있는 바스락홀에서 열렸다. 모델 김칠두씨외에 배우 이병준씨와 신지이씨도 홍보대사로 위촉되어 자리를 함께 했다. 노인영화제여서일까? 행사는 시종 조용하고 차분하게 진행됐다.
올해 영화제의 주제어는 "100白BACK, #100"인데 그냥 보기에는 매우 아리송한 문자와 표시의 배열이다. 그런데 설명을 듣고 보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한국영화 100년과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노년의 다양한 의미를 담았다는 것이다.
우선 "BACK"은 100세 시대 노인들의 지난 삶을 되돌아보고, 청년세대가 노인들의 삶을 이해하는 기회를 만들고, "白"은 세대 간의 진솔한 삶을 나누는 대화의 장으로써의 역할을 확대하고자 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또 "#100"에서 "#"은 SNS에서 특정 키워드를 검색할 때 사용하는 "해시태그"다. 올해 제12회 서울노인영화제는 한국영화 100주년을 맞아 100이라는 키워드에 대한 다양한 의미들을 풀어내고, 영화를 통하여 다양한 세대가 "100"을 주제로 100세 시대의 노년기에 대해 서로 소통하는 자리를 만들어보자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이번 영화제의 메인 포스터는 유승호 작가의 "100 BACK 白 일당백"으로, 젊음과 늙음, 그리고 "100"이라는 콘셉트를 스프링 형태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처음의 시작이 한 바퀴 돌면 또 다른 처음이 되듯, 처음과 끝이 아닌 항상 새로운 마음으로 살아갔으면 하는 마음으로 만든 작품이라고 한다.
TV드라마를 통하여 익숙한 얼굴인 이병준 홍보대사는 "젊은 세대가 영화를 통해서 서로 소통하고 즐기는 영화축제라고 들었습니다. 최선을 다해 홍보를 잘할 수 있도록 힘쓰겠습니다"라는 각오를 밝혔다.
그리고 배우 신지이씨는 "많은 영화제들이 있지만 서울노인영화제는 특별히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고, 모든 세대가 함께 공감하고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준다는 의미에서 매우 특별한 영화제라고 생각합니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서울특별시와 서울노인복지센터가 주최하고 서울노인영화제가 주관하는 영화제의 이번 행사는 영화제 집행위원장인 희유스님의 인사말로 시작되었다.
희유 집행위원장은 "사람은 누구나 나이가 들고 노인이 된다. 그래서 이 노인영화제에 대한 관심은 더 높아질 것이라 생각된다. 앞으로 청년들도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우리사회 어르신들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역할을 우리가 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더불어 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인 빈곤율과 자살률 세계 1위라는 통계가 말해주듯 우리나라 노인문제는 사회적 현안으로 떠오른 지 오래다. 2008년에 시작하여 올해로 12번째를 맞은 서울노인영화제는 이 시대 노인들의 삶의 단면을 영화로 다루면서 주목받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아주 특별한 영화제로 손꼽힌다고 한다.
특히 금년 영화제에는 국내 단편 232개 작품 가운데 청년감독 작품이 159편이나 대거 출품되어 청년세대의 특별한 관심과 소통의 장이 열렸다는 평가다. 희유 집행위원장은 "출품된 작품들을 보며 청년세대들의 어르신들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노인 감독들의 작품도 73편이나 출품되어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는 셈이다. 새로 신설된 해외경쟁부문에서도 15개국에서 61편이나 출품되어 세계적인 관심의 폭이 크게 넓어졌음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제를 주관하고 있는 윤나리 프로그래머에 의하면 이번 영화제에는 총 293편이 출품되어 본선진출 경쟁을 벌였다. 심사를 거처 본선에 오른 작품들은 국내 노년감독작품 <그날 밤>(강혜령) 등 9편, 청년감독작품 <오래된 시계>(유지민) 등 22개 작품, 그리고 해외부문에서 <캐쉬> 등 3명. 본선 진출작 심사는 박원달(영화감독) 등 5명이 맡았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해외장편영화 2편을 비롯하여 국내장편 5편, 한국영화 100주년 기념영화 <별들의 고향> 등 3편, 그리고 가족관객들을 위한 주니어 섹션 영화 <어른이 되면> 등 5편, 그리고 가오슝영화제 특별전 4편이 상영될 예정이어서 노인들은 물론 청년층의 영화펜들에게도 각광을 받을 것 같다.
영화제는 오는 9월25일 오후 3시에 대한극장 5관에서 개막식을 갖고 5일 동안 4, 5, 6관 3개관에서 총 90편의 국내외 영화가 상영되며, 8명의 노인들이 출연하는 삶의 이야기인 '영상자서전'도 진솔하게 펼쳐질 예정이다.
개막식 상영작품은 <나는 다른 언어로 꿈을 꾼다>는 해외영화다. 서울노인영화제에서는 특별히 '도슨트 초이스'라는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프랑스와 일본 등 해외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엘리스 신 간독의 <간이역> 등 3편의 영화가 상영되고 해설이 더해질 예정이다. 올해 특별히 변신한 영화제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영화제의 관람료는 모두 무료다.
{영화제 문의: 02-6220-8542, 9691 서울노인영화제 사무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