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청년의회에 참여한 청년들은 불평등 해소와 이를 위한 정부혁신으로서 시 정부가 가진 권한을 청년에게 대폭 이양하여 당사자의 문제는 당사자가 직접 해결하는 새로운 시도에 함께 나설 것을 제안하였다. 그렇게, 2019년 '서울시 청년자치정부'가 출범하고 서울청년시민회의가 열렸다.
그간 우리사회에서 청년은 진학, 취업, 결혼, 출산 등으로 대표되는 의무를 수행해야 하는 존재이거나, 지·옥·고와 알바생, 높은 자살률과 낮은 취업률로 인해 의무를 다하기엔 부족한 불쌍한 청년들로 소비되어 왔다.
우리 사회에서 누군가는 청년을 불쌍히 여기고, 누군가는 청년을 이기적이라 매도하고, 누군가는 이해할 수 없는 존재라고 말한다. 다양한 관점과 견해 속에서, 청년은 다양한 '세대'로 불리고 있다. 하지만,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는 청년 또한 서울을 살아가는 한명의 '시민'이라는 당연한 사실에 주목하고자 했다.
요구와 시혜의 대상이 아닌, 권리와 책임을 가진 시민으로서 청년시민위원들은 2013년부터 자신에 일상에서 마주한 문제를 토대로 현장성에 기반을 둔 실질적인 정책들을 제안하여 왔다. 그리고 올해 처음 시도하는 청년자율예산제는 청년이 가진 '현장성'을 토대로 이전에는 시도할 수 없었던 과감한 시도를 정책으로 구현하는 대안으로 제시되었다.
지난 3월부터 시작된 청년정책 숙의 과정에는 6개월간 약 1000여 명의 청년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지난한 시간을 보냈다. 올해는 이전과는 달리 서울시 전체가 아닌 기초 자치구 단위에서도 지역에 맞는 청년정책 발굴와 청년참여구조의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인식하에 '자치구숙의형' 정책이 함께 논의되었다. 자치구와 지역 청년들이 함께하는 자치구 청년참여기구를 통해 신청한 16개구 자치구에서는 서울시와 비슷하지만 또한 지역특성을 담은 청년정책을 제안하기 위한 숙의를 진행하였다.
그 결과로, 총 96개(비예산사업 13개 포함) 청년정책이 제안되었다. 시정숙의형 정책에는 총 8개 의제에 따라 청년시민들이 느끼는 문제의식·가치와 지향·정책대상을 담은 54개의 정책이 제안 되었다. 자치구숙의형에서는 청년참여·자치구특화·청년주체발굴이라는 정책목적에 따른 43개의 정책이 최종 숙의되어 결정되었다.
2019년 서울시 청년시민회의는 그 마지막 과정을 앞두고 있다. 8월 31일 진행되는 총회에서는 500여 명의 청년시민의원들이 제안된 정책에 대해 최종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그리고 그에 앞서 청년시민회의에 제안된 83개 정책(비예산 사업 제외)에 대한 대시민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이는 서울청년시민회의에서 제안된 정책들이 특정 세대만의 정책이 아닌 서울 시민 구성원으로서 다른 동료시민들에게 제안하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31일까지 진행되는 대시민 투표와 현장 투표를 통해 결정된 청년 정책은 10월까지 2020년 서울시 예산안에 정식 편성되며, 11월 시의회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예산이 확정될 예정이다.
한국사회는 다양한 문제에 봉착하고 있다. 점점 복잡해지고 다층화되는 다양한 사회문제들은 행정주도의 정책만으로 해결하기에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미 각 지방정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시민참여예산'과 같이 시민들은 문제해결의 주도적 역할을 하기 시작하였다.
서울시의 '청년자율예산제' 또한 이와 같은 시민의 직접참여의 연장선에 있다. 올해 처음 시행하는 '청년자율예산제도는 단지 의미 있는 시도라 하기에는 이미 한국사회의 주도적인 변화의 흐름이라 할 수 있다. 청년들이 경험한 시민으로서의 경험이 앞으로 더 많은 서울시민들과 한국사회의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는 토대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