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왜 공론장이 많아질까요?
시민참여의 시대, 이러한 말이 어색하지 않은 시대가 되었습니다. 시민참여를 보장하는 다양한 제도들이 갖춰지고 있고 내용과 방식도 다채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역할도 기존의 의견을 제안하는 것에서 머물렀다면, 문제 해결의 주체가 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시민참여의 강화 추세 속에서 공론장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공론장은 토론을 통한 민주적 합의를 해 나간다는 점에서 숙의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구체적인 장(場)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일상의 생활 공간에서 시민 스스로 시민임을 알아가는 과정이 아닐까요?
일상에서 시민임을 알아가는 과정, '풀뿌리 공론장'이 많아지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2. 풀뿌리 공론장의 목표는 무엇일까요?
일상의 공론장이 시민임을 인식하게 되는 과정이라고 말씀드렸는데요, 그렇다면 목표는 무엇일까요? 일반적인 전문가 토론과 달리 전문적인 토론의 과정은 지양하고 집단의 지성을 확인하고 목표를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공론장을 통해 참여자들의 결과를 확인하고, 정책에 반영하는 과정을 통해 참여의 동기를 촉진하기도 하고 함께하는 과정에서 관계성을 형성하기로 합니다. 목표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지속적인 참여에 대한 관심이 꺾이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참여자를 대상화하는 것이 아니라 주체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끝으로 필자가 전하고자 하는 공론장의 목표를 담을 수 있는 사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2018년 5월 2일, 300여 명이 함께 한 대구지역 평화통일 원탁회의에서 마지막 회고 시간에 참여자의 발언입니다.
"저는 20년 가까이 자유총연맹 소속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 오기 전까지 이런 토론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의구심이 있었습니다. 특히 토론회 제목인 평화통일이라는 단어도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런 와중에 오늘 원탁에 같이 앉아 있는 분들과 2시간가량 이야기하면서 나의 결론은 '내가 생각하는 북한에 대한 생각을 쉽게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다른 입장이 있을 수 있구나. 그 입장 또한 그럴 수 있겠다'는 것입니다. 앞으로도 지금의 생각을 기억하겠습니다."
3. 모든 사항이 다 공론장에서 해결할 수 있을까요?
공론이 필요한 것이 따로 있지 않다고 생각해요. 공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공론의 주제가 되겠지요. 가장 사소한 것부터 이해관계가 첨예한 것까지, 사소한 것들은 사소하다고 하지 않고 첨예한 갈등이 있는 것이 갈등이 있다고 회피하기보다 열어두고 토론하다 보면 스스로의 답을 찾아갈 수 있다고 봅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관점으로 문제를 볼 수 있도록 할 것인가가 아닐까요? '현재 문제가 발생했을 때와 같은 생각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다른 생각과 다른 방식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가 중요할 것입니다.
공론장 운영 과정
1. 공론장을 준비하면서 우선적으로 고려할 건 뭘까요?
고려해야 할 사항은 너무나 많겠지만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할 사항은 참여의 문턱을 낮출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르게 말하면 참여하고 싶어도 참여할 수 없게 한다면 모두를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없죠.
예를 들면 특정한 사람만 가능한 시간과 장소를 지속한다거나, 다양한 사람들의 참여를 원한다면 시간과 장소를 참여자 관점에서 생각 해 볼 수 있을 거 같아요. 주민총회는 한 번으로 정해진 것이라고 한다면, 총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의견 수렴은 다양한 시간과 장소를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요?
참여자 관점에서 의견을 모아가는 과정에서 참고할 수 있는 것은 '누구나 정상회담@대전'의 사례를 참고 해 보시길 권합니다.
2. 공론장, 열어봐야 매번 오는 분들만 오시는 것 같아요.
위의 질문과도 연결되는 것 같은데요, 관행적으로 하다 보니 참여자는 늘 비슷합니다. 숙의민주주의 경험이 짧은 우리 현실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공론장에 초대하는 방식을 다시 돌아봐야 할 때가 아닐까요? 공론장의 취지와 의미를 충분히 전달하였나요? 기획단계에서부터 다양한 참여자 모집을 고려했나요?
공론장에서 만난 분들께 "어떻게 알고 참여하셨어요"라고 물으면 "OOO이 무조건 와 보라고 했어. 뭔지도 모르고 왔어"라거나 "(시장 또는 구청장)이 온다고 해서 할 말이 있어서 왔어"라는 분들을 만나곤 합니다.
동원과 참여는 한 끗 차이! 시민의 역량은 참여하면서 높아집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많은 기회의 과정이 필요합니다.
3.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는 재미난 방법은 없을까요?
"내 생각을 말해도 괜찮을까?" "혹시 이런 의견을 제시해서 우리의 관계를 해치는 건 아닐까? 동네에서 계속 만날 사이인데" 등 회의 자리에서 이런 생각해 보지 않으신 분들 계신가요?
"내가 해 봐서 아는데 회의할 필요 없이 이렇게 하면 돼!" 주민자치회 워크숍을 진행하다 보면 예상보다 많이 듣게 되는 말이에요. 먼저 경험하신 위원들께서 후배 위원께 조언으로 하시는 이야기들이더라고요.
곰곰이 생각해보면 일상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함께 무언가를 한다면 관계가 큰 영향을 미치고, 또 경험을 무시할 수 없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내 생각을 말하는 것, 특히 다른 생각을 말하기가 쉽지 않지요.
그런데도 모든 사람이 똑같은 생각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해요. 지향하는 방향이 같다고 해도 각각의 생각은 다르거든요. 관건은 다름이 다툼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일 텐데요, 그래서 여러 가지 토론의 도구들이 필요한 것 같아요.
전지와 포스트잇에 의견을 쓰거나 그리거나 하는 것이 바로 각자의 생각을 드러내게 하는 방법입니다. 이런 도구들이 의미가 전달되지 않은 채 활용되다 보니 오히려 소통을 방해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경우가 있었습니다. 전체 진행자가 규칙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테이블 내에서 '민주적인 소통을 위한 약속 3가지' 정하고 토론을 진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참여했던 분들은 "함께 토론을 통해 정한 규칙이니 지키려고 노력하게 되더라"라는 느낌을 말했는데요,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4. 공론장 결과를 환류하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방법만큼 중요한 것은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에게까지 어떻게 전달되느냐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결과 환류에 대한 문제 제기들이 있어서 최소한 참여한 분들에게 과정과 결과를 공유하는 것은 중요하게 다뤄지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지역 주민들이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관심을 가져야 할 때입니다. 최소한 주최 기관 홈페이지와 홍보 채널을 활용하는 것은 기본이겠지요? 또 하나 '했다' 만큼 중요한 것은 '과정과 결과'를 공유하는 것입니다.
참여한 시민을 사진 한 장으로 남겨지지 않도록 하는 것, 시민들의 의견을 담은 결과를 환류하는 것으로 변화되어야 할 것입니다. 과정을 정리한 결과보고서를 공개하는 것도 방법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