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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변은 없었다. 12일 오후 10시(현지 시각) 발표된 영국 총선 출구조사는 보수당의 압승과 노동당의 참패를 예상했다. 이미 몇 주 전부터 여론조사는 보수당의 압승을 점치고 있었다. 

선거 결과 보수당은 365석을 얻어, 단독정부를 구성할 수 있게 되었다. 과반 의석에 미달하여 10석을 보유한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인 민주통일당과 연대해야 했던 2년 전 선거와 대비되는 성적표다. 

노동당은 203석을 얻어 참패했다. 스코틀랜드의 독립을 주장하는 스코틀랜드국민당은 스코틀랜드에 할당된 의석 대부분을 차지했다. 한때 원내 3당이었던 자유민주당은 당수 조 스윈슨까지 낙선하며 큰 타격을 입었다. 
 
 영국 총선 결과
영국 총선 결과 ⓒ BBC
대처 이후 최고의 결과 얻어낸 보수당

보리스 존슨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은 365석을 확보하며 하원 과반수인 326석을 훌쩍 뛰어넘는 결과를 얻었다. 전국적으로 약 1396만 표를 받아, 역사상 가장 많은 표를 받았던 1992년 총선 보수당의 1409만 표에 버금가는 결과다. 의석으로만 따지면, 마거릿 대처 총리가 승리를 이끈 이후 최고의 결과다.   

존슨 총리의 혐오 발언 논란, 2019년 유럽의회 선거에서 승리했던 브렉시트당의 보수표 분열 우려에도 불구하고, 보수당은 안정적인 국정운영과 브렉시트를 위한 교두보를 확보했다. 강력한 리더십을 내세웠던 존슨 총리의 전략이 강한 영국을 원하는 유권자들의 심리를 자극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선거 다음 날, 존슨 총리는 버킹엄 궁전을 방문하여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알현했고, 새 정부를 구성할 허락을 받았다. 다우닝가로 돌아온 존슨 총리는 1월 31일까지 브렉시트를 완수하겠다고 약속했다. 
  
'붉은 벽' 무너진 노동당

간신히 200석대를 지켜낸 노동당은 154석을 획득했던 1935년 총선 이후 가장 적은 의석을 얻었다. 노동당은 전국적으로 득표율이 7.9% 하락했으며, 잉글랜드 북부 지방 등, 몇 십년 동안 지켜냈던 텃밭들을 잃었다. 노동당이 잃은 의석 중에는 당의 황금기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 토니 블레어 전 총리의 '세지필드(Sedgefield)'와 고든 브라운 전 총리의 '커콜디와 카우덴비스(Kirkcaldy and Cowdenbeath)' 지역구도 있다. 

주요 언론들은 노동당의 '붉은 벽'이 무너졌다고 보도하며, 제러미 코빈 당수의 급진적인 공약들과 브렉시트에 대한 애매모한 입장이 당의 전통적 지지층들마저 등을 돌리게 했다고 평가했다. 

이미 당 안팎에서는 코빈 노동당 당수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코빈 당수는 출구조사 직후 "다음 선거를 이끌지 않겠다"라고 선언하며, 당수 사퇴를 시사하기도 했다.

처칠과 사회주의자의 대결

신문 기자 출신인 존슨 총리는 2008년부터 2016년까지 런던 시장으로 재직하던 중, 2차대전에서 영국을 승리로 이끌었던 윈스턴 처칠 총리의 리더십을 분석한 <처칠 팩터>를 출판할 정도로 열성적인 처칠 지지자다.

실제 그의 언행이나 행동, 그리고 처칠 총리에 대한 발언들을 보면, 마치 자신을 처칠 총리와 비교하려는 것 같기도 하다. 브렉시트에 대한 피로감이 쌓이면서, 존슨 총리는 보수당의 압승을 통하여 '하드 브렉시트'(EU에서 확실히 이탈하는 방식)라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내걸었다. 

반면 코빈 노동당 당수는 노동계층 출신의 좌파 정치인이다. 90년대 말, 블레어 총리의 주도로 '제3의 길'을 내세우며 사회주의 강령을 폐기했던 노동당의 주류 성향과는 거리가 있는 인물이다. 대처 총리 시절 민영화했던 철도, 에너지 등 사회 기반 시설을 국유화하고, 부자 증세, 대학 학자금 무료화를 하겠다는 등의 공약으로 화제가 됐다. 하지만 브렉시트에 대해 확고한 입장을 견지한 존슨 총리와 달리, 선거 내내 애매한 입장을 가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과적으로 양당을 이끄는 지도자들은 과거의 리더십을 비전으로 내걸었고, 선거 승자를 보면 영국 국민은 처칠을 선택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세계 초강대국이었던 대영제국의 영광에 대한 그리움이 작용했다는 추측도 가능하다. 
  
시험대에 놓인 '처칠 리더십'

선거 다음 날 저녁, 다우닝가에서 트라팔가 광장까지 보수당 정부에 반대하는 시위대로 뒤덮였다. 보수당 정부를 규탄하는 시위자들은 경찰, 보수당 지지자들과 충돌하며 살벌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보수당은 승리했지만, 영국은 그 어느 때보다 분열되고 지쳐있는 듯하다. 존슨 총리가 처칠 총리처럼 단합된 영국을 이끌 수 있을지, 그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놓였다. 

#영국#총선#보리스 존슨#코빈#브렉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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