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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이버대학 출신이다. 그리고 일반대학원 석사를 거쳐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사이버대학은 2000년대 초반 시간적 경제적 사정으로 공부를 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평생교육의 일환으로 시작한 이래 단독사이버대학 외에 기존 대학들도 별도의 법인을 설립하여 지속적인 발전을 해오고 있다.

아직도 사이버대학이라 하면 단순히 학원 수준의 온라인 강의 정도로 치부하거나 은근히 무시하는 시각이 있지만, 내가 그랬던 것처럼 시간적·경제적 사정으로 일반대학을 다니지 못하는 직장인들에게는 추천할 만하다.

요즘 일선 대학에서 진행되는 온라인 강의를 보면 내가 졸업한 사이버대학이 얼마나 대단했었는지 새삼 느끼게 된다. 사이버대학은 100% 온라인 강의로 진행이 되다 보니 그에 맞추어 연간 학사 일정이 짜여 있다. 학기당 15주 차의 수업은 각각 40~50분으로 구성된 3강의 수업으로 이루어져 있고 각 주차 수업은 정해진 기간 안에 완료해야 한다.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도 공지된 시간에 맞춰 개인별로 응시해야 한다.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시험 기간에는 기존에 등록한 IP 주소로만 접속해야 부정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내가 졸업한 학과는 학사일정도 꽤 타이트하고 강의 내용 및 수업환경(화질, 음성, 배경 등)도 매우 깔끔했으며 온라인 시험이라고 해서 대리 시험을 볼 수도 없고 대충 칠 수준도 아닐 만큼 철저했다. 지금 각 대학에서 시행하고 있는 온라인 개학은 기존 사이버대학의 그것과 아주 유사한데 문제는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 학생들이 주장하는 등록금 인하가 그것이다.

등록금 인하 해야 하는 이유
 

사이버대학은 일반 대학과 비교해 등록금이 50% 수준이다. 이공계와 비교하면 서너 배까지 차이가 난다. 온라인으로 진행되다 보니 전국 각지에서 학습이 가능하다. 그래서 지방 학생들은 학교 도서관이나 실습실 등의 학교 제반 시설을 사용할 수 없으니 등록금은 학점당 책정된 금액(학교마다 상이)으로 정해진다. 즉, 내가 신청하는 학점만큼 등록금을 납부한다는 얘기다. 또한 입학금 면제를 비롯한 각종 장학금 제도가 많아서 학생들이 경제적 부담 없이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불가피한 상황인 건 차지하고서라도 내가 경험한 사이버대학과 대학 온라인 강의를 비교해 보면 등록금 인하 얘기가 나오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다.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인해 준비시간이 부족했던 것도, 열악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것도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온라인이라고 해서, 대면 수업 전까지 버티기 위한 일시적인 방편이라고 해서 학생들이 느낄 만큼 수업의 질이 떨어져서는 안 될 일이다.

각 대학 온라인 개학 후 인터넷에 올라오는 각종 후기는 웃프다 못해 분노를 자아내기도 한다. 이미 기사화된 이슈 외에도 동영상 수업 중에 들리는 각종 잡음 때문에 수업에 집중할 수 없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러한 면에서 볼 때 일선 대학교의 온라인 강의 수준은 사이버대학의 그것보다 나을 것이 없음은 분명하다. 그런데도 대학들은 정상적인 개강이라는 명분에 따라 등록금 인하를 거부하고 있다.

매 학기 천문학적인 등록금을 내기 위해 방학을 온전히 등록금을 버는 데에 써야 하는 '아픈 청춘'들을 위해서 지금이라도 각 대학은 사이버 대학의 등록금 체계를 검토해서 온라인 강의로 진행되었던 수업일수만큼 등록금을 환불해 주는 게 마땅하다. 학생들의 이유 있는 분노,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때이다.

덧붙이는 글 | 특정 학교나 인물을 홍보하거나 비하하는 것이 아니며 개인적인 경험에 근거하여 작성한 글임을 밝힙니다.


#온라인 개학#사이버 강의#등록금 인하#코로나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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