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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표지
책표지 ⓒ 유유출판사

아침에 눈을 뜨면 바로 일어나 세수를 하고 가글을 한다. 침대로 돌아와 잠시 누워 책을 읽다가 잠자리를 정돈한다. 그 날 해야 할 일을 시작하기 전엔 방을 깨끗이 치운다. 특히 잠자리 정돈과 방 청소하기는 몇 개월 전부터 잊지 않고 꼭 지키려 하는 아침 루틴이다. 습관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하루를 작지만 확실한 습관으로 시작하고 싶다. 

나이가 들며 습관이 좋은 사람을 동경하게 됐다. 열정 부자나 의지력 끝판왕은 보고만 있어도 숨이 턱턱 막혀 눈이 잘 가지 않는다. 습관이 좋은 사람은 큰 애를 쓰지 않고도 해야 할 일을 간단히 해낸다. 그들은 어제 살던 방식대로 오늘을 산다. 어제 체육관에 간 시간에 오늘도 체육관에 가고, 어제 한 취미 활동을 오늘도 한다. 그들은 행동에 앞서 '오늘은 체육관에 가지 말까? 오늘은 취미 활동을 하지 말까?' 같은 내적 갈등을 하지 않는다. 의지를 끌어올리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쓰지 않는 것이다. 

한편, 나쁜 습관이 든 사람에게선 고개를 돌리고, 나 또한 최대한 나쁜 습관에 빠지지 않기 위해 자주 내 행동을 의식한다. 며칠째 자기 전 하릴없이 영상을 보고 있다면, 오늘 밤은 그 행동을 하지 않는다. 아무 생각 없이 식후 아이스크림을 즐기다가도 하루아침에 사 먹지 않는다.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면서. 이거 이러다 습관 될라. 뭐든 반복하다 보면 습관이 되고 습관이 되면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는 걸 아니, 무턱대고 아무것에나 빠지지 않고 싶다. 

습관이 좋은 사람에게서 가장 부러운 점은, 웬만하면 그 무엇도 그들의 일상을 무너뜨리지 못한다는 점이다. 우리 역시 아무리 고통스럽고 짜증 나는 일이 있어도 밥을 먹고 나면 절로 이를 닦게 되듯, 그들은 '이를 닦는 것만큼' 몸에 딱 붙은 습관적인 일상을 지켜낼 수 있다. 그래서, 나도 습관이 좋은 사람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 중인 것이다. 

'습관이 좋은 사람이 되자.' 스스로 주문을 외우며 김은경의 <습관의 말들>을 틈틈이 읽었다. 유유 출판사에서 나오는 '문장 시리즈' 중 하나로, 습관에 관한 짧은 글이 100개 담겨있는 책이다. 책상 위에 놓아두고 일을 시작하기 전에 몇 장씩 읽어나갔다. 오늘 하루도 이것저것에 휘둘리지 말고 정갈히 잘 보내자는 의미로. 

저자는 '나는 이만큼 좋은 습관이 있는 사람입니다' 자랑하는 대신, '나 역시 습관을 만들어가고 있는 중입니다'라고 말한다. 내용 또한 실제 그렇다. 습관이 좋은 타인을 보며 좌절도 하고, 습관엔 행동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태도 또한 있다는 것을 깨닫고, SNS에 빠져 집중하는 습관을 잃어버렸다며 한탄하고, 그럼에도 주어진 일상을 책임감 있게 지켜나가기 위해 노력한다.

책은 말한다. 습관은 예측 가능한 환경 안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아무 일 벌어지지 않는 지루하면서도 평온한 일상이 습관을 만들기에 최적의 환경인 셈. 습관에 관한 지식보단, 습관에 관한 소소한 이야기를 접하고 싶은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매일매일 반복되어 습관이 된 소소한 행동들이 만드는 깔끔하고 정제된 풍경은 꽤 매력적이다. 먹고 나면 설거지는 즉시 하고, 행주는 사용하고 나면 빨아서 탈탈 털어 걸어 두고, 도마는 식초와 베이킹파우더로 한 번씩 소독해 잘 말려 주고, 청소는 시간을 정해 거르지 않으면 내내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다. 이런 일들은 습관이 되면 아무것도 아닌 듯하지만 하려고 마음먹는 순간 미션이 된다." 

습관의 말들 - 단단한 일상을 만드는 소소한 반복을 위하여

김은경 (지은이), 유유(2020)


#습관의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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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처음 킥복싱>, <매일 읽겠습니다>를 썼습니다. www.instagram.com/clianna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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