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쑤시개에 다치는 사람이 있을까? 청소노동자가 재활용품 봉투 하나를 들어 차에 싣는 시간은 3초도 걸리지 않는다. 업무를 제시간에 마치려면 손에 쥔 것을 확인할 새 없이 던져야 한다. 힘이 가득 실린 손으로 봉투를 잡으면 무언가가 비닐을 뚫고 나온다. 그리고 손에 박힌다. 살을 뚫고 들어온 물건이 이쑤시개라면 다행이다. 만약 칼이나 포크, 가위에 찔린다면 어떻게 될까?
보통 산업재해는 사업장의 상황이나 안전 대책 등을 검토하면 원인을 밝혀낼 수 있다. 하지만 청소노동자의 작업 현장에서 일어나는 산업재해는 예측도 어렵고 통제가 힘든 경우가 많다. 청소노동자의 산업재해를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난 7월 18일 청소노동자의 야간작업을 취재했다. 서울의 한 구청에 소속된 이○○씨와 현장을 돌아보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취재 3일 전, 이씨의 동료가 청소차 위에서 재활용품 더미를 밟다가 정체 모를 물건에 종아리가 찢어졌다. 그리고 30바늘을 꿰맸다. 2020년이 아직 절반 남짓 남았지만, 그가 속한 지역의 청소노동자 160명 중 벌써 10여 명이 크게 다쳤다. 그들이 치우는 봉투 안에 도대체 무엇이 들어있을까.
무엇이 들어 있는 봉투인가
청소노동자는 시간에 쫓기며 일한다. 정신없이 재활용품을 움켜쥔다. 그러다 보면 재활용품에 들어 있는 날카로운 물건에 손과 발이 베인다. 수거하는 재활용품 봉투 안에는 칼, 포크, 가위, 이쑤시개 등 온갖 물건이 들어있다. 조심한다고 하지만 모두 피할 수 없다. 2015년 한 40대 청소 노동자는 새벽 근무 중 깨진 액자를 치우다 녹슨 못에 손목을 찔려 파상풍으로 숨졌다.
청소차에 재활용품이 어느 정도 차면 뒷문을 닫는다. 한 명이 차 위로 올라가 정리를 시작한다. 집하장에 오가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차 한 대에 최대한 많은 물건을 구겨 넣는다. 시간이 지체돼 출근시간에 겹치면 업무시간이 끝없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 시점이 청소노동자가 자상과 가장 가까워지는 때다.
"오늘은 재활용품이 든 박스 안에 니퍼가 덩그러니 들어있었어요. 못 보고 청소차로 던졌다면 제 동료는 피를 봐야 했을 겁니다. 날카로운 것이 들어있다고 써준 봉투를 보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어요."
2018년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소노동자가 업무 중 경험한 사고 중 49.2%가 날카로운 물체에 베이거나 찔리는 사고였다. 하지만 그들에게 눈에 보이는 상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허리 디스크는 친구, 복대는 말 못 하는 동료
2019년 환경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 동안 청소노동자 안전사고 재해자는 1822명이다. 이 가운데 무거운 쓰레기봉투를 들다가 다친 사례는 273명으로 15%에 달했다. 이씨와 같이 재활용품을 수거하는 청소노동자는 청소차 위로 쓰레기를 던져야 하므로 다른 업무보다 허리 부상 위험이 크다.
"무거운 재활용품 쓰레기를 수거할 때는, 청소차 위의 동료에게 소리칩니다. 도와달라고요. 아래에서 밀고, 위에서 당겨야 끌어올릴 수 있거든요. 매일 하는 일이지만, 무거운 자루를 볼 때면 한숨이 나옵니다."
서울의 한 구는 지난 1월 청소노동자의 업무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100L짜리 봉투를 없앴다. 또 쓰레기를 50L 이상 배출할 때 리터당 0.25㎏으로 무게를 제한했다. 환경부도 100L 종량제 봉투의 무게를 25㎏으로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사업장 배출 쓰레기만 해당되며 그것마저도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게다가 이 제도는 재활용품 배출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낙상을 유발하는 묶지 않은 재활용품
제대로 묶어 배출하지 않은 재활용품은 내용물이 빠져나오기 일쑤다. 흩어진 물건들을 주워 담으며 이씨는 "청소를 하는지 수거를 하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취재 당일 찍힌 그의 사진 700여 장에서 절반 이상이 허리를 굽혀 줍고 정리하는 모습이었다.
꼼꼼하게 봉하지 않은 재활용품은 낙상 사고도 유발한다. 대충 묶은 재활용품은 청소차로 던질 때 밖으로 떨어질 확률이 높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 떨어진다면 다행이다. 문제는 행인이나 주차된 자동차로 떨어질 때다.
"작년에 동료가 청소차 위에서 일하다 재활용품을 놓쳤습니다. 그대로 떨어지면 주차된 차에 상처를 내니까 물건을 잡으려다 허리를 삐끗했어요."
청소노동자는 차 밖으로 떨어질 것 같은 물건을 보면, 무리해서 붙잡게 될 수밖에 없다. 그로 인해 청소차 위에서 떨어지는 낙상사고가 벌어질 수 있다. 실제로 2015에서 2017년까지 3년간 산업재해를 입은 청소노동자 1822명 중 넘어지거나 떨어진 경우가 35.5%(646명)일 만큼 자주 일어나는 사고다.
위협받는 위생
환경부 분리수거 지침에 따르면 이물질은 깨끗하게 비운 후 헹궈서 버려야 한다. 이물질이 제거되지 않은 재활용품은 그 가치가 크게 떨어진다. 또, 청소노동자들은 이런 재활용품을 치우다 자주 오물을 뒤집어쓴다. 이는 업무 중 씻으러 갈 짬이 없는 청소노동자들에게 피부질환을 안겨준다.
"검은 봉투에는 높은 확률로 음식물 쓰레기가 있습니다. 그대로 버려진 피자박스, 치킨박스 안에도 거의 음식물이 들어있죠. 그래서 이런 건 폐지 수거하는 분들도 거들떠도 안 봅니다."
또, 길에 버려진 마스크만큼 재활용품봉투에서도 마스크가 많이 발견된다. 사용된 일회용 마스크는 일반쓰레기 임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아무렇게나 버려진 마스크는 또 하나의 감염 매개체가 될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 재활용품봉투 안에서 하루에도 수십 장씩 발견합니다. 이미 사용된 마스크를 만질 때면 불안하고, 꺼림칙하죠."
이런 다양한 업무상 재해를 청소노동자 스스로 줄이기란 불가능하다. 더 촘촘한 규정과 법규로 그들을 보호하는 일에도 한계가 있다. 현실적인 방법은 시민의 행동에 달려있다.
모두를 지키는 분리수거
청소노동자의 크고 작은 부상은 우리가 재활용품을 배출할 때 한 번만 더 움직이면 줄일 수 있다.
첫째, 칼이나 송곳, 포크 등 날카롭고 위험한 물건은 외부로 노출되지 않게 단단히 감싸서 배출한다. 담겨진 봉투에 내용물을 표기하고 버리면 더욱 좋다. 깨진 형광등, 백열전구 등은 잘 감싸서 일반 종량제봉투에 버려야 한다.
둘째, 무거운 물건은 소분해서 내놓는다. 재활용품은 규격 봉투를 제한하고 있지 않다. 그래서 내키는 대로 넣어서 버려지는 경향이 크다. 특히 사업장에서 무거운 병자루 등을 나눠서 배출한다면 청소노동자의 관절을 보호할 수 있다.
셋째, 재활용품은 꼼꼼히 봉해서 버린다. 박스든 봉투든 재활용품을 담은 용기를 잘 봉해서 내놓는 일은 청소노동자를 낙상의 위험에서 구하는 것이다.
넷째, 한 번 더 헹궈서 배출한다. 꼼꼼하게 이물질 제거 후 배출한다면 재활용품의 재사용 가능성도 높이고 청소노동자의 피부도 지킬 수 있다.
청소노동자들은 오늘도 그들의 일을 묵묵히 하고 있다. 불쌍하게 볼 필요도 위로할 필요도 없다. 다만, 그들이 우리가 버린 흉기로 인해 다쳐서는 안 된다. 우리는 볼펜을 버릴 때 고민한다. 재활용인지 일반쓰레기인지. 하지만 지금부터 고민해야 할 것은 볼펜을 '어떻게 싸서 버릴 것인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