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 되면 애들 데리고 해외에서 한달살기, 해볼까? 하는 생각을 했다. 아이들이 원하는 때 언제든 물놀이를 할 수 있고, 자연에 둘러싸여 있어 바라만 봐도 힐링이 되는 곳. 그런 곳에서 아이들과 자연을 벗삼아 놀고 싶었다.
코로나로 인해 발이 묶이고 방학까지 똑같은 생활을 할 순 없다는 생각에 엄마가 있는 시골을 떠올렸다. 엄마가 있는 곳엔 아이들이 발 담그며 놀 만한 도랑도 있고, 집이 산 바로 밑에 위치하고 있어 눈을 들어 바라보면 온통 초록이다. 내가 원하는 곳이 가까이 있었던 셈.
손주들이 보고싶어 틈만 나면 오라던 엄마아빠는 말을 꺼냄과 동시에 오케이 하셨고 방학이 시작됨과 동시에 시골살이가 시작되었다.
3대가 함께 있는 일상
엄마가 사는 곳은 의령 자굴산 자락에 위치한 자그마한 동네다. 동네에서도 한참 안으로 들어가야 하기때문에 사실상 독립된 공간. 간섭할 이웃도 없다. 산자락에 토목공사를 해서 터를 만들었기때문에 바로 뒤는 산, 앞은 저수지가 있다.
한옥으로 지은 집에 돌로 된 작은 마당이 있고 그 아래로 내려가면 조그마한 텃밭, 그 아래엔 잔디 마당이 있다. 돌마당에 수영장을 설치했다. 아이들은 벗고 들어가 놀고 싶을 때 물놀이를 한다.
비가 와도 상관없다. 추우면 바로 닦고 집으로 들어오면 되니까. 날씨가 괜찮은 날엔 조금만 내려가면 있는 도랑에서 다슬기도 잡고 물놀이도 할 수 있다. 잡은 다슬기를 삶아서 이쑤시개로 돌돌 돌려 빼먹는 맛도 일품이다.
잔디가 깔려 있는 마당엔 온갖 곤충들이 산다. 그 곤충들을 잡느라 뛰어다니다보면 어느해 하루가 꼴딱 간다. 집에 있는 개들을 산책 시키려 산에 있는 산책로를 가기도 한다. 바로 인접해 있는 등산로를 올라 갈 수 있는 만큼만 올라가기도 한다. 눈만 돌리면 자연이 있는 곳, 시골에서의 하루는 눈깜짝할새다.
아이들은 그렇게 신났건만 나는 입술이 부르틀 정도로 일주일은 피곤했다. 부모님, 동생과 나, 아이들. 이렇게 3대가 함께 생활하다보니 조율해야 할 것도 많았고, 오기전에 대략 큰 줄기의 계획과 역할 분담은 정해 놓았지만, 그것들이 제자리 잡히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엄마, 아빠가 불편하진 않은지 눈치를 봐야했고, 내가 생각하기엔 잘 타일러도 될 일을 아이들에게 버럭 야단 칠 때는 마음도 상했다. 하지만 어느 틈에서 한 발 물러서고, 어느 틈에 농담을 하고 어느 틈에서 움직여야 할지 감이 오기 시작하면서 생활이 편해지기 시작했다. 서로가 서로에게 적응이 된 것이겠지.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
엄마 아빠와 같이 있는 한 달을 계기로, 그동안 엄마아빠와 못한 것들을 나누고 싶은 마음도 컸다. 내가 엄마가 되고 느낀, 엄마의 노고에 대한 보답의 의미로. 그래서 내가 더 몸을 움직여야지, 다짐했는데 지금 되려 엄마한테 의지하고 있다. 내리 사랑은 어쩔 수 없나보다.
다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지니 같이 이야기 할 시간도 자연스레 많아져서 아, 엄마한테 이런 면도 있었구나, 아, 아빠가 이런 면이 힘들겠구나 하는 게 저절로 느껴진다. 말로만 듣던 하소연을 곁에서 직접 체험하니, 엄마 아빠한테 지금 뭐가 필요한지 보인다.
동생 아이들도 마찬가지. 그동안 일하는 이모라, 아이들에게 정다울 틈이 없었는데 여기서 같이 생활하면서 알게 된 점이 많다. 알게 되니 이해하게 되고, 이해하게 되니 더 보듬게 된다. 이런 게 함께 살아가는 삶이라는 거겠지.
시골에서의 함께 하는 생활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내 자신도 더 키워나갈 것이 분명하다. 비 내리는 창가에 내 책상을 마련해 놓고, 잠시 소란한 틈을 피해 자리에 앉아 생각한다. 지금 내게 주어진 시간에 감사하다고. 남은 시간, 더 즐거운 추억을 많이 만들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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