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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많이 변했고 대학가도 많이 변했다. 데모가 빈번하던 옛날 대학가의 풍경보다 훨씬 조용해 보인다. 그러나 과거와 방식만 달라졌을 뿐, 여전히 대학생들은 저마다의 다양한 방식으로,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진단하는 이들이 있다. 숭실대학교 지느러미 팀이다. 

이들은 2010년대 한국 대학사회의 시위 13개를 정리해 <지느러미 6호 - 데모: 2010년 이후 한국 대학사회 시위>(아래 '<데모>')를 펴냈다. 지난 5일 오후, 숭실대학교 지느러미 팀의 백영재(25), 남기은(25), 이효나(22)씨를 만났다.

"뭐 재미있는 것 없나?" 하다 찾은 '데모 이야기'
 
 <데모>를 제작한 지느러미 팀. 왼쪽부터 백영재, 남기은, 이효나씨.
<데모>를 제작한 지느러미 팀. 왼쪽부터 백영재, 남기은, 이효나씨. ⓒ 정우민
 
- 지느러미 팀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를 부탁드린다.
백영재(백): "원래는 숭실대학교 기독교학과 내의 기독교 저널리즘 학회로 출발했다. 숭실대 기독교학과 내에서 언론, 출판, 편집에 관심이 많은 친구들이 모여서 시작했다."

- 제목은 <데모>지만 호수는 1호가 아닌 6호다. 6호 이전에는 어떤 작업이 있었나?
백: "1호부터 5호까지는 기독교학과 지원을 받아, 한 달에 한 번 48쪽 분량의 학회지 책자를 만들었다. 학과 내에서 10~15부 정도 배포하는, 소규모 학회지였다."

- 월간으로 내던 소규모 학회지를 6호에 이르러 300쪽 단행본 규모로 키운 계기가 있나.
백: "다들 바쁜 대학 생활 중에 월간으로 학회지를 내려니 일정이 빠듯했다. 월간의 짧은 호흡으로는 지속하기 어려울 것 같아, 1년에 두 번 정도 내는 긴 호흡은 어떨까 싶었다. 대신 쪽수를 늘리고, 기독교학과 아닌 사람들도 볼 수 있게 규모를 키우기로 하고 텀블벅 펀딩을 기획했다. 사실 거창하게 이야기했지만, 비슷한 생각 하던 사람들이 모여서 "뭐 재미있는 것 없나?" 하다가 우연치 않게 일이 커진 것이다.(웃음)"

남기은(남): "대학생의 시선으로 본 이야기를 더 담고 싶어 규모를 키웠다. 소규모 학회지일 때도, 주제가 '집'이라면, 부동산 같은 거대한 이야기보다는 우리가 사는 공간의 이야기부터 접근했다. 자취생, 탈북 청소년, 비정규직 노동자의 집 이야기를 인터뷰로 묶어 냈다. 현재 7호도 같은 방식으로 기획 중이다. 출판사 등록도 준비하고 있다."
 
 <데모> 기획 회의 중인 지느러미 팀
<데모> 기획 회의 중인 지느러미 팀 ⓒ 지느러미 편집팀
 
- 규모를 키운 첫 기획의 주제를 '2010년대의 한국 대학사회 시위'로 삼은 이유는?
백: "2016년 촛불집회 때 16학번 새내기였고, 2018년에는 명성교회 세습으로 문제된 숭실대 김삼환 이사장 사퇴 요구 시위에 참여했다. '데모'가 내 이야기라고 생각해 주제로 삼고 싶었다. 2010년대의 사건이라면, 지금 대학교를 다니는 학생이라도 10대 때 지켜봤을 사건이다. 참가하지 않았어도 각자의 직간접적인 경험을 말할 수 있는 당사자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남: "사실 영재가 기획서를 가져왔을 때, 대체 누가 이런 걸 읽겠느냐며 반대가 심했다. 시위란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와 떨어져 있다고 생각해서 나도 반대를 많이 했다. 하지만 인터뷰를 다녀보면서, 2016년 새내기 시절 촛불집회의 격동기를 거치며 내 몸에 남아있던 기억이 차츰 떠올랐다. 팀원들도 제작 과정 동안 저마다 직간접적으로 겪었던 시위의 경험을 공유했다. 각자의 경험이 연결되는 시간이었다."

- 취재하고자 했던 활동의 선정 기준이 궁금하다.
백: "당시의 사회적 이슈로까지 연결되는 활동을 우선적으로 선정했다. 최대한 다양한 학교와 이슈를 담을 수 있도록 중첩되는 부분은 최대한 배제했다."

남: "이제는 시간이 지난 활동이다 보니 연락이 어려워 선정하지 못한 경우도 있다. 서남대 폐교로 인한 전북대 특별편입 관련 시위의 경우 당사자들에게 연락이 닿지 않거나, 당사자들이 거절해 결국 싣지 못했다."
 
 <데모> 목차
<데모> 목차 ⓒ 지느러미 편집팀
 
- 제작 기간을 비롯한 전반적인 제작 과정이 궁금하다.
이효나(이): "작년 7월 초에 <데모>의 기획을 제안받았고, 회의를 거쳐 주제로 삼기까지 한 달 정도 걸렸다. 취재 계획을 세워 8월 중순부터 8월 말까지 약 2주간 인터뷰 취재를 다녔다. 9~10월 약 두 달간 원고를 교정하면서 텀블벅으로 펀딩을 받았고, 11월에 출간 준비를 거쳐 11월 30일에 출간했다. 총 5~6개월가량 걸렸다."
 
 <데모> 취재를 떠나는 지느러미 팀
<데모> 취재를 떠나는 지느러미 팀 ⓒ 지느러미 편집팀
 
- 13개의 활동을 취재하여 실었는데, 그중 11개가 수도권 대학에 치중되어 있다. 비수도권 대학 이야기가 적은 것이 다소 아쉬운데.
남: "지방 출신이라 비수도권 지역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어릴 때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을 틀면 늘 이야기의 배경은 서울이었다. 뉴스도 서울 뉴스 위주였다. 그래서 기획 단계부터 의도적으로 비수도권 대학의 이야기를 더 담고 싶었다. 무산된 서남대, 전북대 기획은 무척 아쉽다.

지역에서의 활동은 뉴스나 기록이 적어 자료조사부터 난관이었다. 어렵게 지역을 찾아가도 서울에서 왔다고 하면 어떻게 알고 찾아왔냐며 놀라기도 했다. 지역을 다루는 이야기가 많이 필요하지만 기획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아주 보통 사람들의 투쟁, '데모' 
 
 <데모> 인터뷰를 진행 중인 지느러미 팀
<데모> 인터뷰를 진행 중인 지느러미 팀 ⓒ 지느러미 편집팀
 
- 각자 <데모> 작업이 어떤 의미로 남았는지 개인적인 소감이 궁금하다.
이: "'데모'라 하면 거칠고 낯선 이야기라 생각했다. 그런데 인터뷰를 진행해 보면 나와 별반 다르지 않게 대학생활을 한 사람들이었다. 그저 그들의 상황을 해결하는 방법 중 하나가 '데모'였을 뿐이었다."

남: "사진을 담당해서 그런지, '데모'라는 활동보다는, 자신의 이야기를 풀고 있는 '사람'이 보였다. 언론이 사건을 실을 때는 건조하게 그 사건만 보도할 뿐, 왜 그런 활동을 했는지 그 맥락까지 자세히 보여주지 않는다. 시위의 맥락 속에서, 누구나 느끼는 불안, 트라우마, 스트레스를 인터뷰로 풀어낸 것이라 생각한다.

인터뷰로 만난 많은 당사자들이, 인터뷰를 통해 말하면서 스스로 자신을 많이 돌아보게 된다고 했다. 단순히 정보를 수집해 아카이빙을 한다기보다는, 그 뒤에 드러나지 않았던, 사람들의 이야기와 맥락을 모으는 데서 의미를 찾았던 것 같다."
 
 배송 작업 중인 <데모>
배송 작업 중인 <데모> ⓒ 지느러미 편집팀
 
- 코로나로 인해 대학교 내 학생자치활동이 위기를 맞았다. 지느러미 팀도 활동에 어려움은 없는지.
백: "<데모>를 준비하던 작년 여름과 가을까지만 해도 5인 이상 집합 제한이 없었지만, 7호를 준비하는 지금은 취재와 기획 회의에 어려움이 있다. 비대면으로 취재와 회의를 해보고 있는데 비대면이 익숙하지 않아 어려움이 있다."

이: "학생들의 활동은 멈춰있지 않고 다른 방식으로 계속 이어져 왔다. 학생운동 의제도 세대마다 달랐듯이, 방식과 내용이 달라지더라도 활동은 꾸준히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코로나로 인한 영향이 나쁘다고만 생각하지 않는다."
 
 <데모>를 제작한 지느러미 팀. 왼쪽부터 백영재, 남기은, 이효나씨.
<데모>를 제작한 지느러미 팀. 왼쪽부터 백영재, 남기은, 이효나씨. ⓒ 정우민
 
- 앞으로의 대학생활, 진로 계획이 있다면.
이: "사실 좀 막막하다. 지금은 2학년까지 다니고 휴학 중이다.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고 뭘 잘하는지 모르겠어서, 계속 찾아보고 있는 중이다."

남: "지난 2월에 졸업했다. 기자를 지망하면서 지켜본 한국 언론의 문제점과 졸업 후 취직을 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문제들이 겹치면서 고민이 많다. 내가 욕하던 어른들처럼 똑같이 살게 되는 것이 가장 두렵다. 먹고 살려니 어쩔 수 없더라고 말하는 어른, 너무 지쳐서 사회의 문제를 외면하는 어른이 되는 것이 두렵다."

백: "졸업을 앞두고 있어서 진로 계획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여전히 욕심 없이 하고 싶은 것을 다 해보고 싶다. 하고 싶은 것들을 야금야금 하다 보면 돈이야 어떻게든 벌지 않을까? (웃음)"
 
 <데모>
<데모> ⓒ 지느러미 편집팀

기자가 2013년 대학에 입학해 활동을 하며 가장 많이 느낀 감정은 고립감이었다. 예전의 대학가는 단일한 목소리를 크게 모여 냈다면, 지금의 대학가는 다양한 목소리를 여러 방식으로 낸다. 목소리는 다양해졌지만 쉽게 묶이지 않고, 예전처럼 거대한 지지를 받기도 힘들어졌다. 그래서 활동하던 이들도 쉽게 상처받고 트라우마로 여겨 쉬이 말하기를 꺼린다.

20대의 경험은 강렬하다. 모든 경험이 처음이고 새롭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나온 것은, 지나온 대로 의미가 있다. 강렬했던 기억 중 하나로 활동이라는 경험을 공유하는 모든 이들이, <데모>의 기록을 통해 서로의 기억을 되짚고 각자의 의미를 찾을 수 있기를 빌어 본다.

기록하지 않는 모든 것들은 사라지고 잊힌다. 2010년대 대학생들의 이야기를 기록해준 지느러미 팀에게 감사를 전한다. 재미있어서 시작했다는 지느러미 팀의 7호를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 <데모>, 127×188(46판), 328쪽, 가격 15,000원. 구입 및 후원 문의 docsjournalism@naver.com


#지느러미#숭실대#데모#시위#2010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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