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가 4월 27일 비혼 동거 커플이나 위탁 가족도 법률상 '가족'으로 인정하고, 부부협의로 자녀에게 어머니나 아버지 중 누구의 성을 물려줄지 정하게 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2021∼2025년)'을 공개했습니다.
부성우선주의, 정확히는 '자는 부의 성과 본을 따른다'는 민법 제781조 1항이 부당하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한 당사자로서, 이런 정부 정책의 변화가 매우 달갑습니다. (관련 기사:
혼인신고서 작성하다 깜짝... 우리 부부가 '비정상'인가요? http://omn.kr/1rumf)
저는 제 헌법소원의 결과가 나오기 전에, 하루바삐 부성우선주의가 국회에서 먼저 폐지되길 하고 바라는 마음이 있습니다. 헌법소원을 하며 저와 제 남편은 "구시대적인 가족 제도에 종점이 찍힐 때가 왔다. 저희 부부는 수많은 소수자를 괴롭혀온 정상가족 프레임에 조금이나마 균열을 내기 위해 부성우선주의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는 부성우선주의가 한 가족을 대표하는 '디폴트'값이 아버지임을 명시함으로써, 전통적 가족관을 드러내는 민법의 의식을 대표하는 법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2019년 기준, 전형적이고 일반적인 가족으로 인식됐던 아빠, 엄마, 미혼자녀로 구성된 가구는 29.8%입니다. 2010년 37%에 비해 약 7%p에 줄어든 수치입니다.
우리가 보통시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의 형태는 이미 변했다는 것이죠. 과거 대가족에서 핵가족 사회로 우리 사회가 변화했듯, 핵가족, 정상가족의 시대도 이제 종언을 고할 때가 됐습니다.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30년째 우리 사회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해오던 동성혼 법제화에 관련된 내용은, 여전히 정부개정안에서 빠져있습니다. 사회적 논의는 정치권이 이끌어나가는 것입니다. 매번 사회적 논의를 핑계 대 미루기만 한다면 도대체 성소수자의 권리는 언제쯤 보장될 수 있을까요?
또 정부 개정안이 나오기 전에 국회가 새 시대의 새로운 가족 형태를 반영할 수 있는 내용을 진작 법률로 왜 반영하지 못했나 하는 답답함 역시 있습니다. 정부 개정안이 실제로 법제화하기까지는 4~5년의 시간이 걸리기에, 그 이전에 국회에서 관련된 법안들이 조속히 통과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누군가는 '부성우선주의'를 비롯한 가족관계 형태의 일체 법률 변화가 보통 사람들의 삶과 무슨 상관이냐고 하지만, 그 간단한 법률 문항 하나로 인해 자식에게 성을 물려주지 못하는, 자식의 출생신고를 하지 못해 학교조차 보낼 수 없는, 배우자와의 관계를 인정받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이 있습니다.
이들이 지워지지 않기 위해 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 법 개정을 더는 미뤄선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