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웅씨 '실내흡연 논란' 등에 대해 이은의 변호사가 글을 보내와 싣습니다. [편집자말] |
(이 글은 특정 연예인 팬심 같은 데 기반한 옹호글이 아니라, 언론의 의무와 보도지침, 스토킹방지법 등 관련 입장임을 밝혀둠.)
화요일 저녁부터 하루 내내 '임영웅, 실내흡연, 노마스크, 사과' 이슈로 시끄러웠다. 그런데 법조인 입장에서 보면 그 이슈에서 눈에 도드라지게 들어온 곳은 언론의 보도윤리 위반과 인권침해, 매니지먼트 부재 또는 부실 속에 증폭된 명예훼손, 몰래 카메라 촬영과 스토킹 문제 등이었다.
실내에서, 더구나 비흡연자와 함께 있으면서 흡연을 했다면, 비난받을 일이 맞다. 그런데 실내에서 마스크를 하기 어렵거나 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흡연이라는 표현이 적합하지 않은 물질을 복용 또는 흡입하는 상황이었다면 이야기가 전혀 달라진다. 임영웅에 대해 언론들은 단시간에 자극적, 단정적으로 기사를 쏟아냈는데, 정작 확인된 결과는 임영웅이란 가수가 몰래 촬영을 당했고, 노마스크라고 얘기되기 어려운 시간과 장소에 있었으며, 그가 흡입한 물질이 흡연이라고 부르기 어려운 것이었단 사실이었다.
하지만 정작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이것이 찍힌 사람의 입장에서 동의하였거나 예상 가능한 촬영이 전혀 아니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촬영물의 내용이 방역수칙 위반이나 국민건강증진법 위반 같은 위법행위라고 단정하는 보도를 했는데, 보도 전 당사자측에 방역수칙 위반에 해당하는 장소였는지, 흡입한 물질이 국민건강증진법 위반에 해당하는 것이었는지 확인을 했어야 한다. 그러나 <단독>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최초 기사는 위법행위를 했다고 단정하여 적시했는데, 이는 전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었다.
이건 보도지침이나 언론윤리에 반하는 것은 물론이고, 언론출판물에 의한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죄에 해당하는 범죄가 될 수 있다. 이후 우후죽순 나온 기사들은 거의 베껴쓰기를 하면서 '임영웅, 실내흡연, 노마스크, 법위반'을 헤드라인에 갖다 걸기 바빴다. 이들 역시 보도지침이나 언론윤리에 반했다는 점이나, 명예훼손의 점에서 자유롭지 않다. 초상권 침해, 사생활의 비밀침해, 명예훼손 등으로 민사상 불법행위에 해당할 것은 당연하다.
찍는 사람이 언론이고 찍힌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보도한 주체가 언론이고 보도된 객체가 연예인이란 이유로 범죄나 불법행위가 온당해지는 것이 아니다. 특히 이것이 촬영과 관련된 문제란 점에서 최근 계속 불거지고 있는 불법촬영의 문제, 스토킹방지법의 취지, 사생활의 보호, 정보통신매체를 통한 무분별한 명예훼손의 문제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나마 이 객체가 임영웅쯤 되는 팬덤 두터운+남자 연예인이었고 찍힌 화면이 흡연논란 관련 장면이에 망정이지, 만약 여성 연예인이었거나 구설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취약할 지위에 있었거나, 성적 수치심을 느낄 만한 장면이었다면 어땠을까? 상상하기도 끔찍하다. 해당 연예인에 대해서든 해당 프로그램에 대해서든 언론매체에서 이런 식의 몰래 촬영을 늘 해왔다면, 이는 피해를 입는 입장에서는 스토킹에 해당할 수도 있다.
참고로 임영웅은 두 기획사와 중첩된 소속관계에 있다. TV조선의 오디션 수상으로 올해 9월말까지 한시적이나마 주된 매니지먼트 관장을 하고 있는 뉴에라프로젝트라는 기획사는 다음날에야 입장을 표명했다. 해당 연예인의 의견 때문인지 아니면 기획사가 연예인에 대해 적극적 보호조치보다 기자들과 충돌하지 않는 것을 선택하고자 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궁극적으로 불법행위가 없지만 잘못했고 미안하다는 입장을 취했다. 이 지점에서 아쉬움과 의문이 드는데, 같은 의미더라도 오해를 불러일으킬 행동을 해서 미안하지만 이런 도촬과 보도에 유감이며 여전히 방역수칙이나 국민건강증진법 위반이 있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는 표현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겠다고 할 수는 없었던 것인지 아쉽다. 그랬다면 지금까지도 우후죽순 헤드라인으로 올라오는 단정적 표현들은 한층 자제되었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 일은 우리 언론이 여타 보도를 하면서 비판을 쏟아낼 때와 달리 자신들이 타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카메라 촬영이나 보도지침 등에 얼마나 관대한지를, 기획사가 자사 연예인을 적극적으로 보호할 의지가 부족하거나 힘이 없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차이를 보여주는 해프닝으로 막을 내릴 전망이다. 하지만 이 사건을 통해 던져진, 특정 연예인이 잘했다 잘못했다 보다 중요한 문제인 성적수치심이 느껴지는 장면의 촬영이나 배포만이 문제인 것인지의 문제와 보도지침 등 언론윤리 문제들이 해프닝과 함께 지나갈 일이 아니라 이제라도 본격적으로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