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국가보안법·반공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던 고(故) 김종석씨의 재심에서 무죄가 확정되었습니다. 그는 박정희 정권이던 1968년 5월 연평도에서 조업을 하던 중, 해상경계선을 넘어 납북되었다가 같은해 12월에 다시 귀환하게 됐고, 당시 간첩으로 몰려 1972년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가 2심에서 15년형으로 감형을 받게 되었습니다.
김씨는 지난 2015년 재심을 청구했고 마침내 2021년 5월 30일, 불법구금과 가혹행위 등으로 인한 증거부족으로 결국 무죄를 판결받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김씨는 2019년 이미 78세 나이로 세상을 떠난 뒤였습니다. 뒤늦게 무죄를 판결받은 것은 다행이겠지만, 지난 억울한 감옥생활과 간첩으로 낙인찍혀 살아온 인생은 대체 어디서 보상받을 수 있을까요? 이는 국가폭력에 의해 개인의 삶이 파탄난 전형적인 사건입니다.
50여 년만에 무죄, 이런 비상식적 판결 가능했던 이유는
이러한 비상식적인 일이 가능했던 것은, 국가보안법과 반공이데올로기가 우리나라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촛불정부라는 문재인 정부와 남북 공동선언의 핵심 역할을 해왔던 박지원 국정원장 체제 아래에서도 국가보안법은 여전히 살아있습니다.
국가보안법 폐지 국회 동의 청원의 열기가 한창 타오르던 5월, 4.27시대 연구원 이정훈 연구위원 압수수색, 민족사랑방 출판사 압수수색, 범민련 남측본부 간부 기소, 청주지역 활동가 자택 압수수색 등 연이어 4건의 압수수색과 기소가 이루어졌습니다. 많은 이들이 국가보안법 폐지의 흐름을 막기 위해 공안당국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습니다.
국가보안법 폐지 10만 동의 청원은 마무리가 되었지만, 입법작업이 시작되는 지금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입니다. 국가보안법 폐지 활동을 지난 5월부터 이어오고있는 진보대학생넷 국가보안법 폐지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국회 앞 릴레이 피켓팅을 하고 있는 두 진보대학생넷 회원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관련 기사:
"진정한 민주주의는 국가보안법 폐지서부터").
아래는 그 인터뷰를 1문1답으로 정리한 내용입니다.
-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진보대학생넷 성공인천지부에서 활동하는 인천대학교 이영헌이라고 합니다."
- 국가보안법 폐지 서포터즈를 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요?
"국가보안법이 악법이고, 이제는 사라질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 서포터즈를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 국가보안법 폐지 10만 동의 청원이 마무리 되었을때의 느낌은 어떠셨나요?
"(청원이) 10일만에 되어서 굉장히 놀랐고, 10만 청원이 가능할까 걱정도 많이 되었는데 빠른 시간 내에 달성되어서 희망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제가 하는 활동에 더 자신감을 가지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 주변 지인들에게 청원을 알리고 동의를 받는 활동을 진행해 왔는데, 활동하시며 들었던 생각이나, 인상깊은 사례, 반응이 있나요?
"인상깊은 사례라기보다는, 생각보다 '국가보안법 폐지'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런 법이 아직도 있나?라고 얘기하시는 분들도 꽤 있었습니다. 국민적인 동의와 지지를 받고 있는 청원이라는 것을, 서포터즈를 하면서 많이 느끼게 되었습니다."
-오늘 이렇게 국회 앞 피켓팅에 나오게 되었는데, 어떠셨어요?
"국회 앞이 이렇게 시끌벅적한지 몰랐는데,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을 몰랐습니다. 물론 국회 앞에서 나오는 목소리에 모두 동의한다고는 하지 못하지만, 이것 자체가 민주주의이고 이것을 위해 국가보안법이 폐지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국가보안법이 폐지 될 때까지 피켓팅이나 선전 활동을 열심히 하겠습니다."
- 스스로 생각하기에, 국가보안법이 폐지되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는 너무 오래 된 악법이고, 가장 기본적으로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자유를 억압하기 때문에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되신 분이 있고, 피해자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이런 사람들이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생각과 목소리를 언제든 펼칠 수 있는 세상이 빨리 왔으면 합니다."
- 앞으로 본인의 다짐을 말씀해 주신다면?
"10만 청원을 받아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얻어 국보법 폐지의 첫 걸음을 걷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앞으로 많은 국민들에게 이러한 상황을 잘 알리고 열심히 노력해 보겠습니다."
전민 "국가보안법 폐지, 낡은 반공 이데올로기 없앨 해결책"
함께 피켓팅을 진행한 진보대학생넷 전민 회원은 이번이 두 번째 피켓팅입니다. 그만큼 열정적으로 활동해 임하고 있는데요, 전민 회원은 서포터즈 활동과 동시에 서울청년진보당 대학생위원회에서도 국가보안법 폐지 활동을 진행해 오고 있습니다. 국가보안법의 최대 피해자 중 하나는 바로 진보정당이기 때문입니다.
- 국가보안법 폐지 서포터즈 해단식을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방향으로 준비중이신가요?
"서포터즈 활동 기간을 다같이 함께 돌아보고, 모범적인 서포터즈 회원도 선정하며 서로 격려해줄 수 있는 행사로 만들려고 합니다. 또한 현재 국보법 폐지에 가장 앞장서는 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를 초청해 강연도 들어볼 계획입니다."
- 서울청년진보당 대학생위원회 활동을 하며 국가보안법 폐지 활동을 진행했는데, 혹시 기억나는 사례나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생각보다 10만 청원이 10일만에 빨리 달성이 되어서, 원래 계획했던 집중 실천이나 프로그램을 진행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좋은 일로 하지 못하게 되었지만, 일하는 간부들이 사람들의 폭발적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집중적인 실천을 한 지가 굉장히 오래 되어서 함께 했던 서포터즈들이 어려움을 느꼈을수도 있는데, 모두 적극적으로 해주셔서 10만 청원이 빨리 달성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후에는 우리가 대학생 회원들인 만큼, 대학가 주변에서 하는 실천들을 잘 준비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국가보안법 폐지는 여전히 우리나라를 공고히 지배하고 있는 반공 이데올로기를 근본적으로 없애는 방법이고, 한반도의 평화를 가로막는 하나의 큰 장벽을 넘는 일입니다. 사상, 양심, 출판의 자유를 넓혀 민주국가로 나아가는 길입니다. 국가보안법 폐지를 향한 이들의 행동을 응원합니다."
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진보대학생넷 국가보안법 폐지 실천단에서 국회 앞 릴레이 피케팅을 진행하며 느낀 생각들을 바탕으로 한 인터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