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강 : 19일 오전 11시 58분]
경북의 한 초등학교 테니스장을 이용하는 동호회원들이 교내에서 음주와 흡연을 일삼아 학부모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그런데도 동호회 측은 민원을 접수한 학교장이 사용 불허를 통보하자 테니스장 출입문을 잠그는 등 거세게 반발하는 상황이다. 이들은 곳곳에 '폐쇄 반대' 현수막을 내걸었다가 철거하기도 했다. 동호회원 중에는 전·현직 교사들도 있다.
<오마이뉴스>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경북 김천시 개령서부초등학교 테니스장은 지역의 한 동호회가 학교와 1년 단위로 사용계약을 맺어오며 쓰고 있다. 학생들이 방과 후 테니스 수업을 진행한 2011년~2013년을 제외하고 약 40년간 독점으로 사용해 왔다.
테니스장을 사용하는 A클럽은 이 학교를 거쳐 간 교직원을 비롯해 김천지역 학교 교장·교사, 교직원, 공무원, 동장, 사업가, 시민사회단체 대표 등 지역 유지 50여 명이 가입됐다.
문제는 이들은 매년 학교 테니스장을 쓰면서 불법 가건물을 증축하고 LPG 가스통을 연결해 음식을 만들어 먹거나 운동 후 음주와 흡연을 해왔다는 점이다. 겨울철에는 화목난로와 부탄가스 등 화기성 위험물을 취급하면서도 소형 소화기 하나 비치하지 않았다.
또한 A클럽은 학교와 매주 2회, 하루 4시간만 사용하기로 허가를 받았지만 회원들은 수시로 찾아와 테니스를 쳤고, 운동장을 주차장으로 이용해 어린 학생들이 위험에 노출되기도 했다. 코로나19가 확산돼 학교 측에서 모임을 자제하고 음식물을 섭취하지 못하도록 안내 현수막을 걸기도 했지만 이들은 출입명부를 비치하지 않았다.
보다 못한 학부모들은 ▲테니스장 출입명부 작성 ▲음주 및 흡연 방지를 요구 ▲사용허가 연장 반대 등에 동의한 서명부를 지난해 12월 초 학교장에게 제출하고 면담을 진행했다.
학부모들은 "학교 안에서 음주와 흡연을 한다는 게 어른들이 할 일이냐", "운동 후 음주를 했다면 음주운전도 했을 개연성이 상당히 높다"며 A클럽 회원들이 테니스장을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하도록 해 달라고 요구했다.
교장은 A클럽 대표에게 학부모들의 의견을 모아 우려를 전달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결국 학교 측은 올 1월 초 테니스장 이용을 불허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단체에 보내 불법 가건물을 철거하라고 통보했다.
하지만 이들은 학교의 방침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학교장은 물러가라', '테니스장 폐쇄 철회' 등의 문구가 담긴 현수막을 학교 정문 앞 등에 내걸었다. 또한 테니스장을 지키겠다며 자물쇠로 출입문을 봉쇄하고 자신들만 사용할 수 있도록 막았다. 학교에서 자물쇠를 교체하겠다고 통보하자 절대로 안 된다며 "학부모들이 일방적으로 매도하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참다 못 한 학부모들은 "술 마시고 담배피우는 어른들을 학교 밖으로 내보내달라는 것이 이렇게 힘든 일이냐", "테니스장이 테니스 치는 곳이지 무슨 민박집이냐"며 경북도교육청에 정식으로 민원을 제기했다.
한 학부모는 "테니스장 주변에 술병이 나돌아 다니고 담배꽁초도 수북하다"며 "아이들이 볼까봐 부끄럽다. 민원을 제기했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개령서부초 관계자는 "회원들 가운데 지역 주민들과 모교 출신들이 많아 중재에 어려움이 있다"면서 "학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북교육청의 지시를 받은 김천교육지원청은 해당 사실을 확인하고 법률검토를 거쳐 사용금지 등의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단체 측은 처음 학교에 테니스장을 만들 때 비용을 일부 지원했으므로 테니스장을 계속 쓸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A클럽 관계자는 "테니스를 계속 사용하는 조건으로 (테니스장에서) 술·담배를 안 하겠다"며 "학부모들과 만나서 타협할 의사도 있다"고 말했다.